[문화 톡] 제5회 충청예술작가회 '비상'을 감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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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제5회 충청예술작가회 '비상'을 감상하고

김용복/평론가

  • 승인 2024-09-29 16:29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충청예술작가회가 25일 대전시 중구 갤러리유원에서 제5회 정기전인 '비상'을 개최했다.

충청예술문화협회(대표 이광희) 후원으로 이뤄진 이번 정기전은 충청예술작가회에 소속된 작가들의 작품 70여 점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회에는 대전 및 충청권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 서양화를 비롯 사진, 서예, 담채화, 한국화, 채색화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한, 전시회에 전시한 모든 작품들이 개성이 있고 묘사한 부분들이 눈길을 끌었으나 모든 작품들을 소개할 수 없어 특별히 필자를 갸우뚱하게 하는 작품들 몇 점을 골라 소개하고자 한다.



1최승희
최성희 작, 'Memorize'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전깃줄에는 제비로 보이는 새들 대여섯 마리가 옹기종기 앉아 조잘거리고 있었고, 허름한 옥탑방에는 방마다 독신들의 외로운 삶의 모습이 보였다. 최성희 작가는 이런 착상이 "우리나라 70년도 구로동 크고 작은 판자집들이 늘비하게 들어서 있는데 초저녁이면 유리창너머로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 창문으로 앞집 움직임을 내다보는 모습, 엄마가 심부름시켜 아버지랑 아들이 손잡고 가계 가는 모습, 주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들이 기억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기에 작품으로 옮겨 봤다" 했다.

그런데 이런 착상을 하게 된 내재 된 속마음에는 작가의 현재의 삶이 그로하여금 이런 그림을 그리게 하지 않았나 고개를 갸우뚱거렸던 것이다.

2류영신
류영신 작, '무영탑'
불국사 대웅전 앞 서쪽에 있는 석가탑은 그림자가 없는 무영탑이라고도 한다. 신라는 유능한 백제 석공 아사달에게 탑을 쌓도록 하였는데 완공 되기 전, 아사녀는 그리운 아사달을 찾아갔으나 만날 수 없었고, 남편이 만든 탑이 완성되면 이 연못에 비친다는 탑의 그림자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애처롭게 숨을 거두고 말았다는 애달픈 부부의 사랑을 간절한 마음으로 화폭에 담았다고 한다.

아사달과 아사녀의 간절한 사랑을 화폭에 담은 작가 류영신.

작가 류영신은 얼마나 사랑에 목말랐을까? 그래서 아사달과 아사녀의 간절한 사랑을 마음속에 지니고 살다가 이번 전시회에 표출하였을 것이다.

3박순동
박순동 작, '그리움'
박순동 화가는 매화 그림을 자주 그린다.

매화가 상징하는 것은 지조와 절개, 역경, 연민, 그리움 등이다. 매화 하나에 이토록 다양한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것은 꽃 자체가 화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박순동 작가를 잘 안다. 그는 언제나 보아도 화려한 화장을 하지 않는다. 오늘도 그랬다. 그저 고고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사랑하는 님을 하나님께 보내고 지내온 4년, 얼마나 그립고 외로운 삶을 살고 있었을까? 그러나 고고한 삶을 살아가는 그는 외모에 그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웃어도 조용히 웃어주었다. 웃는 그를 바라보는 필자는 눈물부터 흘렀다. 그는 웃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울고. 박 화가님 미안해요. 함께 웃었어야 하는데.

4오현미
오현미 작 '유희의 공간'(설레는 기다림)
오현미 화가는 제목을 '유희의 공간'이라 정해놓고 부연설명을 했다. '기다리는 설레임'이라고.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부연 설명한 이유를 알게 된다.

나뭇잎은 다음 봄을 기약하고 떠나버린 후 같은 자리에서 늘 그렇듯이 잎이 가려준 볼품 없는 몸을 훤히 다 보이며 다시 올 봄을 기다리고 서 있기 때문이다. 바람이 몸통을 흔들어 뿌리가 뽑힐 것 같고, 따가운 태양이 내리쬐어 탈것 같지만 그 고단함을 견디고 나면 머지않아 봄과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늘 그리움 속에 살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삶은 그리움 속에 사는 것이다. 필자도 4년 전 아내를 하나님께 보내고 늘 그리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 원 없이 사랑했고, 하나님께서 질투하실 정도로 하나님보다 더 사랑했는데도 내 아내 오성자는 나를 홀로 남겨두고 떠난 것이다. 그래서 먼 훗날 하나님 앞에서 다시 만날 날을 설레는 맘으로 기다리는 것이다.

오현미 작가여, 우리 함께 설레는 맘으로 기다리며 삽시다.

5서정목황금란
서정목 작, '황금란'
서정목 작가가 즐겨 그리는 그림은 '난(蘭)'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황금알'이 아닌, '황금란'을 그렸다.

'황금란'은 우리나라의 중부 이남의 산속에 서식하는 난초로 황금빛 화관을 머리에 이고,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꽃이다. 아름다운 황금꽃망울을 가지고 있기에 다른 꽃들이 시기, 질투해서인지 꽃말은 '주의와 경계'이다.

보라, 대학교수직을 은퇴하고 고고하게 살아가는 서 작가의 모습을.

이처럼, '인품'이란 사람의 내면적 품격이나 성품을 의미하는 데, 서 교수의 인품은 그의 도덕성, 정직성, 관용, 친절, 책임감 등 여러 가지 성격적 특성과 태도에서 나타나는 품격인 것이다. 서 교수처럼 인품이 좋다고 평가받는 사람은 대체로 타인에 대한 배려, 이해, 존중의 태도를 잘 갖추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적절한 행동과 언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동료들과 술자리를 함께 할 때면 그의 인품이 돋보이는 것이다.

6이운영얼음꽃
이운영 작, '얼음꽃'
이운영 사진작가는 사방이 고요한 영하 15도의 겨울, 개울가 물안개로 만들어진 오묘한 얼음꽃을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다. 그 얼음 꽃이야말로 천상의 여인처럼 신비한 미소로 작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이 느껴져 카메라에 담았다 한다. 사진작가의 본능이 살아났던 것이다. 이 작가처럼 사물(事物)을 보는 눈을 안각(眼角)이라 하는데 사물을 보는 것은 '눈과 뇌'의 화려한 팀워크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시인들은 사물을 보는 남다른 눈을 가지고 있으며, 사진작가들은 포인트 잡는 눈이 남다른 것이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그냥 지나쳐 버릴 사물을 보고도 이 작가처럼 포인트를 찾아 카메라에 담아 왔기에 오늘 이곳에서 이런 장면을 보게 되는 것이다.

결론을 맺자.

오늘 이곳에 전시된 모든 작품들은 예술가의 창의성과 감성이 담겨 있다. 그래서 감상하는 이들에게 예술가의 시각과 감정을 공유하게 하며, 새로운 시야를 넓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술에 문외한인 필자는 서양미술의 대가 김정수 작가와 함께 전시장마다 따라다니며 감상을 하다보니 그림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생기게 되어 평론을 쓰고 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다. 오늘 이곳에 전시된 모든 작품들이 후세에 계속 남아 작가들을 빛내줄 것이다.

김용복/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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