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02강 새옹지마(塞翁之馬)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02강 새옹지마(塞翁之馬)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4-10-0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202강 塞翁之馬(새옹지마) : 변방(邊方/ 국경근방)에 살고 있는 한 노인의 말(馬)

글 자 : 塞(변방 새/ 막을 색) 翁(늙은이 옹) 之(어조사 지/ ~~의) 馬(말 마)

塞 : 변방을 뜻할 때는 새로 읽고, 막다, 차단의 뜻으로 쓰였을 때는 색으로 읽는다.

출 처 : 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間訓)



비 유 : 길(吉). 凶(흉). 화(禍). 복(福)은 일정하지 않다. 또는 화(禍)가 복(福)이 되고, 복(福)이 화(禍)가 되기도 한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는 그 상황을 잘 극복(克服)하여 노년(老年)에 행복(幸福)한 여생(餘生)을 즐기는 경우가 있는 반면, 그 역경(逆境)과 고난(苦難)을 이겨내지 못해 힘든 여생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또 우연이 복권(福券)에 당첨되어 생각지도 않은 재복(財福)을 누리는 경우도 있는 반면,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사기(詐欺)를 당해 어려운 생활고를 겪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사람의 운명(運命)은 예측할 수 없으며 항상 대비(對備)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중국 북방국경근방에 점(占)을 잘 치는 노인이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그가 기르는 말(馬)이 아무런 까닭 없이 도망쳐 오랑캐들이 사는 국경너머로 가버렸다. 당시 말은 다용도(多用途)의 귀중한 존재라 마을사람들이 노인을 위로하고 동정하자 늙은이는

"이것이 또 무슨 복(福)이 될는지 알겠소!"하고 조금도 낙심하지 않았다.

몇 달 뒤 뜻밖에도 도망갔던 말이 오랑캐의 좋은 암말을 한 마리를 끌고 돌아오자 마을 사람들이 이것을 축하하였다. 그러자 그 노인은

"그것이 또 무슨 화(禍)가 될지 알겠소!"하고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 좋은 말이 생기자 전부터 말 타기를 좋아하던 노인의 아들이 그 말을 타고 달리다가 말에서 떨어져 우측다리가 부러졌다. 마을 사람들이 아들의 낙마를 위로하자 노인은 "그것이 혹시 복(福)이 될는지 누가 알겠소!"하고 태연한 표정이었다.

그런 지 1년이 지난 후 북방의 오랑캐들이 쳐들어왔다. 그러자 그 동네의 장정(壯丁)들이 징집(徵集)되어 전쟁터에 나가 모두 전사(戰死)하였는데, 노인의 아들만 다리가 절름발이어서 징집되지 않아 부자(父子)가 모두 무사(無事)할 수 있었다.

이로서 노인은 화(禍)가 복(福)이 되고, 복이 화가되는 경우를 겪고 태연하게 맞았다.

인간의 삶에 복(福)이 화(禍)로 변하고, 길(吉)이 흉(凶)으로 변하는 그런 경우에 처했을 때 겸손(謙遜)하게 받아들였을 때는 존귀(尊貴)의 표상(表象)이었지만, 교만(驕慢)에 빠졌을 때는 패망(敗亡)의 늪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인간만사새옹지마(人間萬事塞翁之馬)'란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화(禍)와 복(福)을 반복하니 눈앞에 벌어지는 결과(結果)만을 가지고 너무 연연(連延)해하지 말라는 교훈(敎訓)을 주고 있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늘 바뀌어 일어남으로 너무 기뻐 방심해서도 안 되며, 너무 슬퍼 포기할 것도 아님을 깨닫고, 언제나 최선을 다하며 겸손하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사람들의 성격이 점점 급해져가고 있다. 아마 삶이 점점 팍팍해 지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성격이 급하거나 염세적(厭世的)인 사람일수록 처지가 바뀔 때마다 길(吉)하면 교만(驕慢)해지고, 흉(凶)하면 절망(絶望)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새옹지마의 교훈을 담담(淡淡)하게 받아들이는 노인의 지혜가 여유로움을 넘어 오히려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작은 성공에 거들먹거리고, 어렵고 힘든 상황이 되면 절망하고 두려움에 떠는 현대인들과 다른 가치관을 지닌 노인의 철학과 선견지명(先見之明)은 어디서 나왔을까?

이는 다양한 실패와 성공을 경험한 경륜(經綸)에서 그 지혜로움이 나온 것이다.

노인은 밤이 깊어지면 새벽이 가까워 졌음을, 또 겨울이 깊어 가면 봄이 가까워진다는 천리(天理)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친 명재상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의 교훈을 음미해본다.

"亡牛牢可輔 失馬廐可築(망우뢰가보 실마구가축/ 소를 잃어버렸어도 외양간을 고치고, 말을 잃어버렸어도 마구간을 지어라."

이는 실패한 뒤 재빨리 수습하면 늦지 않다는 말이며. '비록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으나 닦아오는 일은 오히려 대처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정진하면 화(禍)도 복(福)으로 빨리 회복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새옹지마(塞翁之馬)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매사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거나 경거망동(輕擧妄動), 교만(驕慢)하지 말고, 조심 또 조심하라는 것이다.

언제나 자신의 분수(分數)를 잘 알고 자신의 직분(職分)에 충실(忠實)하며 겸손(謙遜)할 줄 알면, 후세에 모범이 되는 훌륭한 자취를 남기는 인물이 될 것이다.

원치 않게 감옥에 들어간 세르반테스는 불후의 명작 '돈키호테'를 쓰게 한 장소가 되었고, 궁형(宮刑)을 당한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를 탄생시켰으며. 또한 정약용(丁若鏞)은 유배(流配) 중에 목민심서(牧民心書) 등의 수많은 걸작을 남겼지 않았는가!

길(吉)과 흉(凶)의 변화는 천재(天才)나 영웅(英雄)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평민(平民)과 함께하는 평범(平凡)한 철학(哲學)이라는 것을 새삼 인식(認識)해야 할 것이다.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장상현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시가 총액 1위 알테오젠' 생산기지 어디로?… 대전시 촉각
  2. '행정수도 개헌' 이재명 정부 제1국정과제에 포함
  3. "국내 최초·최대 친환경 수산단지 만든다"… 충남도, 당진시 발전 약속
  4. 이 대통령, 세종시 '복숭아 농가' 방문...청년 농업 미래 조망
  5. "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는데"…고 이재석 경사 대전대 동문·교수 추모 행렬
  1. [대입+]] 2026 수시 충청권 의대 지원자 46% 감소… 역대 최저치
  2. 박재형 세종충남대병원장 취임 "더 큰 도약"
  3. 일본 찾은 김진동 세종상의회장… 한-일 경제계 협력의지 다져
  4. 밝은누리안과병원 이성준 원장, 유럽 백내장굴절수술학회서 임상 연구 발표
  5. 대전 학교폭력 4년 연속 늘어… 2025년 1차 실태조사 결과 발표

헤드라인 뉴스


제4인뱅 인가 무산에 충청 지방은행 설립 `꿈` 뭉개져

제4인뱅 인가 무산에 충청 지방은행 설립 '꿈' 뭉개져

충청권의 오랜 숙원인 지방은행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국소호은행(KSB)이 '제4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지 못하면서 충청권 기반 금융 생태계 조성에 기대를 품었던 지역민들의 박탈감을 높였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정례회의를 열고 소소뱅크, 소호은행, 포도뱅크, AMZ뱅크 등 4곳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불허했다. 제4인터넷은행으로 유력하게 거론된 한국소호은행(KSB)은 대전시와 협약을 맺고 대전에 본사를 두고, 지역 특화 사업 발굴 및 정책자금 연계를 통해 지역 금융 정착을 도울 계획이었지만, 결국 정부 인가를 받지 못..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새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RISE 재구조화, AI 인공지능 활용 등 교육 분야 주요 국정과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학문별 대가로 선정된 교수에 대한 정년 제한을 풀고, 최고 수준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대학생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교육부는 6대 국정과제를 위한 25개 실천과제(공동주관 1개 국정과제, 3개 실천과제 포함)를 최종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우선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실현해 거점국립대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체계적 육성에 나선다. 학생 1인당 교육비를..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이재명 새 정부가 오는 12월 30일 해양수산부의 부산 청사 개청식을 예고하면서,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를 위한 동반 플랜 마련을 요구받고 있다. 수년 간 인구 정체와 지역 경제 침체의 늪에 빠진 세종시에 전환점을 가져오고, 정부부처 업무 효율화와 국가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를 위한 후속 대책이 중요해졌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에 따른 산술적 대응은 당장 성평등가족부(280여 명)와 법무부(787명)의 세종시 이전으로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 셈법으로 빠져 나가는 공직자를 비슷한 규모로 채워주는 방법이다. 지난 2월 민주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