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대전교육청 에듀힐링센터, 영덕 여명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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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대전교육청 에듀힐링센터, 영덕 여명 찾다

장주영/대전도시과학고 교사

  • 승인 2024-10-27 11:3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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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도 사람인지라 한량없이 무람없는 학생을 만나면, 스트레스와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대전시교육청(설동호교육감) 에듀힐링센터는 올해 최초로 교육활동 침해로 인해 지친 교사들을 위해 명상 전문연수인 '마음 쉼 치유캠프'를 기획했다. 블루시티 영덕 문화관광재단 웰니스관광산업본부(이태호본부장) 인문힐링센터 '여명'과 공동 주관으로, 1, 2기에 나누어 총 42명에게 교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정과 건강을 선물한 것이다.

여명(黎明)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밝아오는 빛으로, '영덕의 여명'도 여행과 명상을 통해 지혜로운 삶을 열도록 희망의 빛을 선사하는 곳이다. 아픈 심신을 정상으로 회복하는 치유(Healing)를 넘어, 기(氣)를 더해 활력있는 웰니스(Wellness)를 안겨주는 곳인 것이다. 웰니스란,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로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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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20명에 필자도 끼어, 학교와 가정을 떠나 쉼과 위로를 받는 여행을 허락받게 되었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축소판처럼, 사흘을 소중히 보내자는 의지와 설렘을 안고 버스에 올라탔다. "학생 지도에 애쓴 그대여! 오롯이 나만 위하는 시간을 가지라"며 특별 주문을 외치는 에듀힐링센터 성미란 장학관님의 달콤한 멘트와 동시에 유기농 간식과 보드라운 꽃무늬 손수건이 배급됐다.

처음 도착한 곳은 고래불 해변, 맨발과 축축한 모래가 만나는 촉감에 집중한다. 차에서 지급된 예쁜 손수건은 이 순간을 위한 발수건이었다. 감동이다. 둘째 날도 바다 둘레길 블루로드에서 걷기 명상이 있었는데, 비바람이 불어 성난 바다와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위대한 자연 앞에 선 작은 존재지만, 손수 준비한 우비를 입혀주며 궂은 날씨를 즐기게 해준다. 또 감동이다.

명상 캠프는 영덕 운서산 내 전화가 수신되지 않는 깊은 숲 속, 보기만 해도 편안한 마음이 드는 고즈넉한 한옥으로, 천상의 닭이 황금알을 품는다는 금계포란(金鷄抱卵)형 풍수명당 자리에 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라는 유명한 시를 쓴 고려말 명승 나옹선사가 창건한 절 장육사가 붙어있다. 깨달음, 신통력, 기가 모인 유서 깊은 명당에 인문힐링센터 여명이 있는 것이다.

녹두와 콩이 가득 들어간 자루를 뜨겁게 달궈 아랫배에 얹고, 눈을 감는다. 나의 숨결이 몸을 덮치며 파도처럼 움직이는 것을 느낀다. 중국 무예같은 기공 체조도 한다. 영혼과 육체에 기운을 불어넣는 둥글고 부드러운 자세로, 천천히 공간을 가르며 우주와 내가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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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잎으로 예쁘게 장식된 도자기 그릇에 몸에 이로운 음식이 예의 바르게 담긴 1인 밥상을 받았다. 처음 마주하는 귀한 대접이 매우 어색한데 절대 싫지 않다. 한의학 박사님이 음식 영양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시(詩)적으로 표현한다. 눈과 귀, 혀가 행복하다. 속세에서 받았던 이상한 푸대접과 희비가 교차하며, 뭉클하다. 구기자, 연자육, 석류… 잎사귀 위에 올려진 음식을 씹는데 병이 낫는다.

한옥 마루 위엔 몸을 던질 소파가 있고, 중정에는 몸을 눕힐 해먹이 있다. 벌러덩 하고 하늘을 보는데 흔들흔들 그네 탄 아이가 된다. 밤이 되면 번거로울 텐데, 장작불을 지펴준다. 요염한 불꽃도 명상이 된다. 보름달 덕분에 흘러가는 구름을 눈에 담는다. 공사판 장갑을 꼈지만, 손에 든 것은 노랑 달달 군고구마. 동그랗게 둘러앉아 동심으로 돌아간다. 검붉은 호흡을 내뱉는 숯불은 점점 죽어가지만, 난 점점 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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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려가는 프로그램마다 힐링 전문가가 등장했다. 백두산 꽃 산행만도 18번을 다녀온 장군님 출신의 야생꽃 탐사 전문 산악인 이재능 작가님의 순수 그 자체, 힐링 꽃 강연, 빠른 손놀림으로 휘젓기를 시키며 크리미한 말차를 맛보게 한 다도 김서은 교수님. 메타세콰이어 나무와 포옹하며 내 안의 사랑을 끄집어낸 명상전문가 조원경 원장님, 가장 집중을 요구한 체질 사상, 목화토금수 오행과 심상(心相)을 전수한 이태호 원장님. 이번 연수를 시종일관 잘 진행해 박수를 받은 교육청 주무관 김민주 양이 필자에게 달려와 20년 전 중학생 제자였다며, 먼저 알아봐주는 것조차도 치유가 됐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기만 한 영덕의 3일. 따뜻한 보살핌. 넘실넘실 푸른 바다, 맑은 초록 숲이 나에게 스며드는 순간, 나는 마음 밖에서 신을 찾아 헤메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서 신을 발견한다. 넓은 마음이 되도록 나를 충만하게 한 시간. 우주와 만나는 지혜로운 인생으로의 여명이 비친다. 지금 여기에 내가 존재함을 알아차리고 감사해하는 희망의 빛 말이다.

장주영/대전도시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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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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