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골령골 과실수 농장서 학살유해 추가발견…'계곡에 켜켜이'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대전 골령골 과실수 농장서 학살유해 추가발견…'계곡에 켜켜이'

1학살지서 500m 떨어진 비탈 계곡
4주간 발굴작업서 20~30명 희생유해

  • 승인 2024-10-29 17:21
  • 신문게재 2024-10-30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IMG_0891
대전 골령골 2학살지에서 유해가 추가로 드러나 4주간 발굴조사를 벌여 20~30명의 유해를 확인했다. 29일 대전NGO센터 역사탐방 참여자들이 발굴현장을 견학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대전 골령골의 한 과실수 농장을 이전한 곳에서 6·25전쟁 때 우리군과 경찰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유해가 또다시 발견돼 발굴조사를 벌였다. 진실화해위원회와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은 10월 7일부터 골령골 2학살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통해 지금까지 20~30명에 이르는 유해를 찾았다고 29일 밝혔다.

골령골 2학살지 현장은 1학살지 추모비가 있는 곳에서 500m가량 떨어진 산비탈인데 과거에는 물이 흐르는 계곡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최근까지 블루베리 과실수 농사를 짓던 곳으로 농장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표면에서 신체 일부의 유해가 발견되면서 집단학살 매장 가능성이 제기됐다. 자연 계곡을 그대로 사용해 민간인 학살 후 매장했는지 발굴지 상부에서 하부까지 폭이 좁았다가 점점 넓어지는 형태에 총 길이 대략 10m 가량의 매장지가 드러났다.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관계자는 "유족회가 마을 탐문 과정에서 유해 일부를 발견해 집단매장지를 찾게 되어 4주간에 걸쳐 발굴을 마무리하는 시점"이라며 "단추와 칫솔 등 현장에 발견된 유류품 종류가 다양한 것을 보아 형무소 재소자보다는 보도연맹 사전검속자 또는 부역 혐의자에 대한 민간인 학살지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해는 넙다리뼈 등이 뒤엉켜 있는 상태로, 과거 구덩이에 여러 명의 시신을 켜켜이 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수습된 유해는 대략 20~30명이 이곳에서 학살되어 매장됐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 규모다. 최근까지 대전 골령골 민간인 학살지에서 유해발굴을 통해 총 1441명의 유해가 수습됐고, 이번에 추가 발굴에서 확인되는 명수 만큼 수습 유해는 늘어날 전망이다.



대전산내희생자유족회는 그동안 발굴에서 유해를 수습한 뒤 모두 흙으로 되덮었으나, 이번만큼은 현장 구조를 유지한 채 일부 유류품을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전미경 대전산내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이번에 유해를 발굴하면서 드러난 구덩이를 흙으로 묻어 흔적을 없애지 말고 그대로 보존해 추모평화공원 조성 전까지 교육 장소로 활용해야 한다"라며 "민간인 학살을 기억하고 교육하는 추모평화공원 조성에 예비타당성조사가 왜 필요한 것인지 행정절차 때문에 착공도 못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공사장 관리부실 대전 도마동 골목 물바다…공사장 물막이둑 터져
  2. 세종서 미용 실습견 수십마리 구조… '관리 사각' 대책 절실
  3.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기록누락 등 부실도
  4. [사이언스칼럼] 새로운 빛공해 기준이 필요한 이유
  5. 고교학점제 어디로 가나… 개선 방안 브리핑 연기·폐지 목소리는 계속
  1. 고교학점제 취지 역행…충청권 고교 사교육업체 상담 받기 위해 고액 지불
  2. 대전 지하철 부정승차 2배 늘어… 청소년이 대부분
  3. 이철수 폴리텍 이사장, 대전캠퍼스서 ‘청춘 특강’… 학생 요청으로 성사
  4. '에듀테크'로 앞서다…대전옥계초 미래인재 양성 위한 혁신 교육
  5.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학교 5곳중 1곳, 40년 이상된 ‘노후 학교’

충청권 학교 5곳중 1곳, 40년 이상된 ‘노후 학교’

충청 지역 학교 9000여 곳 가운데, 지어진 지 40년이 지난 노후 학교는 약 1900곳으로 전체 중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 안전 진단에서 고위험 수준인 D등급을 받은 학교는 41곳, 화재에 취약한 교육시설도 356곳에 달했으나, 안전 점검이 부실한 곳은 200여 곳이 넘었다.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전국 시·도 교육청에 전달받은 '경과년수 별 학교건축물 현황' 등 교육시설 안전 진단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기준 건립된 지 40년 이상 지난 충청권 학교는 9287곳 중 1967곳으로 조..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리얼 야구 예능 '불꽃야구'가 대전 한밭야구장(대전 FIGHTERS PARK)에서 21일 오후 5시 직관 경기를 갖는다. 18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한밭야구장을 불꽃야구 촬영·경기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한 협약 이후 시민에게 개방되는 첫 무대다. '불꽃야구'는 레전드 선수들이 꾸린 '불꽃 파이터즈'와 전국 최강 고교야구팀의 맞대결이라는 예능·스포츠 융합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21일 경기는 수원 유신고와 경기를 갖는다. 유신고는 2025년 황금사자기 준우승, 봉황대기 4강에 오른 강호로, 현역 못지않은 전직 프로선수들과의..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충청권 경제 단체들이 추석을 앞두고 대전지역 전통시장을 찾았다. 내수 침체로 활력을 잃은 지역경제에 숨통을 틔우기 위한 캠페인을 위해서다. 특히 이번 캠페인에는 이상천 대전세종중소벤처기업청장이 취임 직후 첫 공식일정으로 민생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대전세종충남경제단체협의회(회장 정태희)는 지난 17일 오전 대전 서구 한민시장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캠페인'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상천 중기청장을 비롯해 정태희 회장(대전상의 회장), 김석규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장, 송현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장, 김왕환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