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55- 태안 가로림만에 서식하는 바다의 약초 감태(甘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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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55- 태안 가로림만에 서식하는 바다의 약초 감태(甘苔)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4-12-23 15:18
  • 신문게재 2024-12-24 10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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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가로림만 감태. (사진= 김영복 연구가)
감태(甘苔)는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인 가을 갯벌 바닥에 서식하기 시작하여 초겨울까지 자라 12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3월 말까지 채취한다.

그래서 겨울에 들어왔다가 봄에 나간다는 감태는 북서풍과 함께 찾아왔다가 훈훈한 남풍이 불 때 노랗게 변하면서 녹아서 사라진다고 한다.

지금 태안 바닷물이 빠지는 사리 때(5~10물) 사창리 가로림만에 가면 갯벌 위를 푸른 융단처럼 뒤덮는다.

태안 가로림만에서도 최대 감태산지는 이원면 사창3리이다. 예전에는 마을 앞 저수지까지 바닷물이 들어차는 갯마을이었다. 그러나 간척공사를 통해 농지로 변했다. 이 마을의 옛 이름은 '태포(苔浦)'. 즉 감태가 많이 나는 포구라는 뜻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조상 대대로 수백 년에 걸쳐 갯벌에 나가 감태를 맸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창리를 감태마을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곳은 강물을 타고 온 육지의 영양분이 유입되고, 오염 없이 깨끗한 강어귀가 감태가 잘 자라는 환경이다.

이렇듯 감태(甘苔)는 내만 또는 민물의 유입으로 영양이 풍부하고 오염원이 없는 수심 10m 내외의 갯벌에 서식한다.

서산시 팔봉면 호리와 태안군 이원면 사창리 사이 가로림만 입구는 약 350m로 지척이다. 서해에서 들어오는 밀물과 좁은 수로를 통해 가로림만으로 유입되었다가 썰물에는 다시 빠져나간다. 지형적 특성상 조류가 아주 빠르게 이동하며 조차도 크다.

가로림만의 조차는 무려 7m에 달한다.

사창리 가로림만은 감태(甘苔)가 서식하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그래서 지금쯤 이곳에 가면 '감태(甘苔)매기'가 한창이다.

이러한 환경적 여건과 함께 태안의 감태(甘苔)는 이미 267년 전 기록이 있다.

1757년(영조 33)~1765년(영조 41) 전국 각 군현에서 편찬한 읍지(邑誌)를 모아 엮은 전국 지리지『여지도서(輿地圖書)』에 태안군(泰安郡) 물산(物産)으로 감태(甘苔)가 기록되어 있다.옛날에는 김발에 걸리면 김의 품질을 떨어뜨린다고 천대를 받았지만, 요즘은 김과는 색다른 식감과 맛이 재평가되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미네랄 덩어리로 알려진 바다의 약초 감태(甘苔)는 성장조건이 까다로워 양식하기가 쉽지 않아 모두 자연산이다.

감태(甘苔)는 원래 갈파래목 갈파래과 갈파래속의 식용 녹조류로 가시파래(학명 : Ulva prolifera)가 표준어로 전라도와 충청도 일부 지역에서 감태(甘苔)라고 불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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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태 수확. (사진= 김영복 연구가)
감태(甘苔)는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갈조해조류인 미역과 감태와 서남해에서 자생하는 녹조해조류인 갈파래과 감태가 있는데, 이번 맛있는 여행은 태안과 서산지역 특히 가로림만에서 채취하는 갈파래과 감태를 취재할까 한다.

감태(甘苔)는 김, 파래, 매생이와 함께 겨울철 해초 4총사 중 하나다.

파래는 주로 돌 위에서 자라고 김이나 매생이는 대나무 발 등에서 채취하지만 감태는 갯벌이 발달하고 조차가 큰 서남해안 갯벌에서 많이 자생한다.

감태(甘苔)는 매생이보다 굵고 파래보다 가늘며 쌉쌀하면서도 달달한 맛과 향이 압권이다.

그래서 달 감(甘) 이끼 태(苔)자를 써 감태(甘苔)라고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세종임금은 세종11년(1429) 7월 19일 해의(海衣) 즉 김 1백근과 감태(甘苔) 2백 근을 북경으로 보냈다는 내용이『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 나온다.

한편 세조는 해의(海衣)와 감태(甘苔)를 판내시부사 전균에게 명나라 사신에게 선물을 내릴 것을 명하였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세조 5년(1459)4월12일 조선 중종 20년(1525)에 용재(齋) 성현(成俔, 1439~1504) 이 간행한 잡록집 『용재총화(齋叢話)』제8권에 보면, '태(苔)는 남해에서 나는 것을 감태(甘苔)라하고, 감태와 비슷하나 조금 짧은 것을 매산(山)이라 하는데 구워서 먹는다. 친구가 찾아와 임금만 드시는 상에 올리는 것으로 궐 밖 사람이 맛볼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 조선 중기에는 감태(甘苔)나 매생이[山]는 일반 백성이 먹을 수 없는 귀한 음식이었던 것 같다.

조선 후기 실학자이며 천주교인인 손암(巽庵)정약전(丁若銓1758~1816)이 흑산도 유배지에서 저술한 수산 박물지인 『자산어보(玆山魚譜)』에도 감태(甘苔)를 두고 '모양은 매산태(매생이)를 닯았으나 다소 거친 느낌이다. 길이는 수자 정도이다. 맛이 달다. 갯벌에서 초겨울에 나기 시작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감태(甘苔)는 1778년 덴마크에서 처음 기록되었고, 범세계적으로 보고가 되었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미 세종 11년(1429) 7월19일에 해의(海衣) 즉 김 1백 근 과 감태(甘苔) 2백 근을 궁중에서 사용할 해물(海物) 등의 물건을 바치게 하여 가져오라.'고 한 후 배신(陪臣) 좌군 동지총제 권도(權蹈)를 보내어 싸가지고 북경에 가서 진헌하게 하였다고 나온다.『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그러니 우리는 349년 전부터 감태(甘苔)를 식용해 왔으며, 궁중은 물론 중국에 까지 보냈던 것이다.

조선 시대에, 의관(醫官)인 허준(許浚,1539∼1615)이 1610년(광해군 2)에 조선과 중국에 유통되던 의서와 임상의학적 체험을 통한 치료법을 엮어놓은 우리나라 최고의 한의서인 『동의보감(東醫寶鑑)』에 '감태(甘苔)를 감태(甘苔) 또는 청태(靑苔)라고 했는데, 성질은 차고 맛이 짜면서 토하고 설사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속이 답답한 것을 풀어 준다.'라고 되어 있다. 또ㅡ '방광염, 자국내막염의 염증성 질환과 면역보강, 아토피에 효능이 있다.'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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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감태. (사진= 김영복 연구가)
조선 순조 9년(1809)에 빙허각(憑虛閣) 이씨가 편찬한 부녀자의 생활 지침서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감태(甘苔)는 자연 군락을 이루고 있는 서식지에서 4~6회 정도 수시로 채취된다. 봄이되면 황색으로 퇴색하기 때문에 겨울이 제철이다. 현지에서는 생으로 양념을 넣어 무쳐 먹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담수로 씻어 개끗히 다듬은 뒤 모양을 얇고 네모지게 반반하도록 만들어 햇볕에 말리거나 원형 그대로 말린다.'고 나온다.

감태의 채취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바가 없는 것 같다. 지금도 자연군락을 이루는 갯벌에서 4~6회 정도 채취하는데, 파래보다 가늘어 손으로 뜯어 채취한다. 그래서 그런지 밭에서 잡초를 매듯 감태 채취를 '감태를 맨다'는 표현을 쓴다.

파래, 감태, 매생이 순으로 입자는 가늘다. 모두 부침개의 재료로 쓰였지만, 대체로 사람들이 세 해조류를 먹는 방식은 달랐다. 파래는 말려서 무침으로, 감태는 생것을 김치로, 매생이는 끓여서 국으로 주로 먹어왔다.

정조 때는 궁중에서 감태(甘苔)를 가지고 떡이나 한과를 만들었다는 가록이 보인다.

정조 19년(1795) 1월21일 자전(慈殿), 자궁(慈宮), 내전(內殿)이 경모궁에 나아가 전작례(奠酌禮)를 행할 때 감태자박떡[甘苔自朴餠]을 해서 올렸고, 그해 6월18일 자궁(慈宮)에게 진찬(進饌)상에는 감태조악(甘苔造岳)을 해서 올렸다. 『일성록(日省錄)』

이외에도 감태로 할 수 있는 요리로 감태부각이 있는데, 네모지게 반반하도록 말려 만든 마른감태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기름에 튀겨냈고, 다른 하나는 마른감태를 향료처럼 넣어 만든 것으로 감태산삼(甘苔山蔘)이 있다. 감태산삼은 찹쌀가루에 마른감태 가루를 넣고 끓는 물을 넣어 반죽해 산삼 모양으로 빚고 이를 참기름에 튀겨 꿀에 재운 다음 잣가루 고물을 입힌 것이다.

말린 파래는 사철 밥상에 깊은 바다의 맛과 향으로 채웠고, 매생이는 미끈한 부드러움으로 넓은 바다의 에너지를 전했다. 감태의 쌉쌀하고 달큼한 맛은 겨울철 잃어버린 입맛을 돋우며,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귀중한 반찬이었다.

조선 말기에 독립운동가이자 우국지사(憂國之士)인 황현(黃玄) 선생이 지었다고 하는, 1864년부터 1910년까지 47년간의 역사를 편년체로 서술한 비사(史)인 『매천야록(梅泉野錄)』제5권 광무(光武) 10년(1906, 9, 3)에는 제주목사(濟州牧使) 조종환(趙種桓)의 감태전매권(甘苔專賣權) 승인이란 기록에는 지난해 제주목사 조종환이 일본인에게 뇌물을 받고 감태전매권(甘苔專賣權)을 승인해 주었는데, 이때 이등박문(伊藤博文)은 한국민의 실업(失業)이 염려스럽다고 하면서 전매제(專賣制)를 폐지하여 우리 국민들에게도 감태채취(甘苔採取) 및 전매권을 허락하여 두루 이익을 보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뇌물을 주면서까지 감태(甘苔)전메권을 독점하려 했던 것을 보면 상당한 고가의 식품이었음을 생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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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태 굴 국. (사진= 김영복 연구가)
옛말에 '아무리 흉년이 들어도 바닷가 사람들은 굶어 죽지는 않는다'고 한다.

1930년 8월5일 이제곤(李濟坤)이라는 분이 조선일보에 기고한 '우리집 가난사리'라는 제목의 글에 '감태죽'이 나온다.

"때일나무업서서 갈바주때고밥할량식업서서 감태즉쑤어그나마온식구가 한테모혀서어게저녁굶은배 에웠담나다.

-중략-

서산에저녁해는 저무럿는데감태죽먹고나간 엄마와언니점심들도못먹고 하로종일을얼마나시장할가 눈물남니다.

-이하 생략- "

일제시대 온 국민이 가난에 시달릴 때 감태죽(甘苔粥)으로 연명한 것이다.

감태(甘苔)로는 다양한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데, 감태를 단맛이 난다고 '초록 솜사탕', 무기염류와 비타민이 풍부하다고 '겨울바다의 선물'로도 불리는 친환경 고급 식재료다. 감태 요리 중 대표적인 감태지(甘苔漬) 즉 감태김치나 무침에는 그 향과 맛을 지키기 위해 마늘이나 생강을 넣지 않는 곳이 좋다.

감태로 칼국수, 수제비 등에 넣어도 초록 색깔과 함께 바다 향을 느낄 수 있어 좋고, 굴국을 끓여도 좋다.

특히, 햇볕에 잘 말린 초록 감태는 참기름으로 구워낸 따뜻한 쌀밥에 어리굴젓을 올려 싸 먹으면 별미 중에 별미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식 선술집에서는 독특한 향과 색으로 풍미를 더해주는 감태가 쌈 재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감태에는 칼슘과 철분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고 섬유질이라는 수용성 식이섬유 성분이 들어 있어 성장기 아이들과 노인들의 뼈 건강뿐 아니라 치아 건강에도 많은 효과를 내고, 관절염과 체내 염증완화에 도움을 주며, 어린이·임산부들의 빈혈이나 어지럼증 등의 증상 개선과 예방에 좋다.

감태에는 플로로탄닌(Phlorotannin) 성분이 들어 있어 지방세포의 합성을 늦춰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며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해 폐암과 자궁암, 위암, 식도암 등 암 예방과 암 치료에 도움을 주고, 스트레스·긴장·근심·걱정·예민해진 신경을 완화해주데 효과가 좋은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뇌에 수면과 관련된 부분을 자극해 심신의 긴장을 완화시켜 뇌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감태는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가지 질병을 개선하거나 예방에도 효과적인 도움을 주는 좋은 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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