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식탐] 12·3 비상계엄과 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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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난순의 식탐] 12·3 비상계엄과 곰탕

  • 승인 2024-12-26 08:39
  • 수정 2024-12-26 08:59
  • 신문게재 2024-12-26 18면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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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MBC 사옥에서 나오자 하늘은 먹빛이었다. 별 하나가 반짝였다. 언론중재위원회 조정회의에서 한 시간여 긴장하고 앉아 있던 탓에 가랑이가 뻣뻣했다. 맥이 탁 풀리면서 허기졌다. 근처 곰탕집에 들어갔다. 놋쇠로 된 큰 대접에 담긴 곰탕에서 김이 올라왔다. 살코기와 쫑쫑 썬 대파가 넉넉했다. 말간 국물에 동동 뜬 노르스름한 기름이 불빛에 수정처럼 반짝였다. 40대 중반에 지리산 둘레길을 구간별로 몇 번에 걸쳐 걸었다. 그 중 난동리는 산비탈에 집들이 오밀조밀 박혀 있는 마을이었다. 걸어내려 오다 마을 중앙에 둠벙같은 못이 있는 걸 발견했다. 걸음을 멈추고 한참동안 들여다봤다. 물이 어찌나 맑고 깊은 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때의 신비스러움이 종종 떠오르곤 한다. 맑은 곰탕이 난동리의 그 연못처럼 보였다. 봄날의 햇살에 반짝반짝 빛나는.

두 손으로 곰탕 그릇을 감쌌다. 손에 온기가 전해졌다. 곰탕 국물을 수저로 떠서 마셨다. 따끈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자 굳었던 몸이 풀렸다. 몇 번 더 떠서 먹었다. 따뜻하고 시원했다. 국물에서 그 음식에 대한 평가가 내려진다. 베이스가 중요하단 얘기다. 멀리서 온 지방주재 국장님의 얼굴도 잔뜩 상기돼 있었다.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어서 드시라며 위로를 주고받았다. 밥공기를 들어 곰탕에 부었다. 수저로 밥을 말자 통통한 밥알들이 국물 속에서 헤엄쳤다. 소고기 한 점과 밥을 퍼서 입에 넣고 씹었다. 살점에 탄력이 느껴졌다. 소고기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살아있었다. 맑은 국물의 곰탕을 오랜만에 먹어본다. 몇 년전 나주에 가서 먹은 나주곰탕 맛이었다. 뽀얗고 진한 곰탕보다는 맑은 곰탕이 내 입맛에 맞는다는 걸 알게 됐다. 먹으면서 "맛있다, 맛있다"를 연발했다. 나오면서 명함을 챙겼다. 유성옥. 곰탕, 수육, 육회가 메뉴였다. 여덟시간을 끓여 낸다고.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이 원만히 해결돼 한시름 놓아 곰탕 한 그릇을 다 비웠지만 마음 한 켠은 돌덩이가 놓인 것처럼 무거웠다.

밖에 나오자 한기가 코끝을 스쳤다. 국장님의 차를 타고 가다 유성온천역에서 내리기로 했다. 지하철 타면 내가 사는 동네까지 한번에 올 수 있으니까. 국장님이 한 마디 했다. "윤석열은 왜 계엄령을 선포하고…." 전날 밤의 느닷없는 비상계엄령 선포! 다음날 언중위 갈 생각에 착잡해하며 잠이 들락말락할 때 카톡이 왔다. 회사 데스크 단톡방이었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편집국장의 톡이었다. 이게 뭔 소리? 정신을 차리고 난 후엔 공포가 스멀스멀 밀려왔다. 대한민국에 다시 또 야만의 역사가 시작되는 건가. 내가 중 1때 12.12와 뒤이어 비상계엄 선포 그리고 5.18이 일어났다. 어려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뭔가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윤석열과 '충견(암)파'의 쿠데타는 실패했다. 두시간 사이에 절망과 환희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역시 한국의 시민정신은 살아있다. 그런데도 내란수괴 윤석열은 태연한 얼굴로 "끝까지 싸우겠다"며 망언을 늘어놓는다. 윤의 '똥개' 김용현은 자살쇼까지 벌였다. 전 정보사령관 노상원의 '버거보살'은 어떻고. 참 가지가지 한다. 박근혜는 윤에 비하면 양반이다. "국민께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사죄했다. 지적 수준이 의심스러운 윤은 평소 자기 사람들한테도 무시당했다. '마누라'는 "무식한데 말을 잘 들어서 데리고 산다"거나 측근 김태효는 "대통령은 '지소미아'도 모른다"고 했다. 명태균은 "다섯살짜리 꼬마"를 갖고 놀았다. 윤이 할 줄 아는 건 어퍼컷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열혈사제와 마석도를 불러야겠다. 김해일의 멋진 발차기와 마석도의 강펀치로 패악질 부리는 윤을 혼구녕 내라고. 아, 앞으로 곰탕 먹을 때마다 '충청의 아드님'이 생각날 것 같다. 퉤퉤퉤! <지방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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