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 진위논란 … 정부 검증착수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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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 진위논란 … 정부 검증착수 파장

한국 전쟁 당시 美 딘소장 구출 작전 투입 공로
2008년 국가등록유산 지정 대전현충원에 전시
작전목적, 기관차 번호 오류 문건 나오며 논란
국가유산청 진상조사 지정취소 가능성도 제기

  • 승인 2025-01-13 17:14
  • 수정 2025-01-13 17:21
  • 신문게재 2025-01-14 1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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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국립현충원에 있는 국가등록문화유산 제415호인 '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 (사진= 국가유산청)
한국 전쟁의 뼈아픈 과거를 고스란히 담은 상징물 '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가 역사적 진위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가유산청이 검증 절차에 전격 착수했다.

이 기관차는 75년 전 적진에 남겨진 미 육군 딘 소장 구출 작전에 투입됐다는 점이 인정돼 지난 2008년 국가등록유산에 지정된 바 있는데, 실제 목적은 보급품 이송용이었다는 근거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이 기관차의 등록유산 지정이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파장이 거셀 전망이다.

13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에 대한 국가등록유산 지정 타당성 등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 관련 제보가 접수된 이후 위원회 등을 꾸려 본격 조사에 나선 것이다.

앞서 정부는 6.25 전쟁 중인 1950년 7월 19일 북한군의 포로가 된 제24사단장 윌리엄 F. 딘 소장 구출을 위해 김재현 기관사가 적진에 돌진할 때 타고 있던 기관차로서 129호를 국가등록문화유산 제415호로 지정했다.

대전철도국 소속이던 김재현 기관사는 충북 영동역 군수물자 후송 작전 참여 중 딘 소장과 우군 구출 명령을 받아 미군 결사대 30여 명과 대전으로 향했고, 이 과정에서 숨어있던 적진의 공격으로 결국 숨졌다.

이후 황남호 부기관사가 운전해 옥천역까지 퇴각해 병력, 군수 물자와 피난민 수송에 큰 역할을 했다.

김 기관사는 지난 1983년 희생과 애국으로 종군자 자격을 받고 국립서울현충원 장교 묘역에 안장, 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는 대전현충원 호국철도기념관에 야외 전시됐다.

그러나 지금은 작전 목적부터 순직일, 당시 사용됐던 기관차 등에 오류가 있다는 문건 등이 속속 발견되면서 국가등록유산 지정 17년 만에 이 기관차에 대한 진위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먼저 작전 목적부터 달라진다.

작전 당시 작성된 미 제24단 정보처 보고서와 미 육군, 국방부 군사편찬위원회에서 발행한 공간사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자료를 종합하면 당시 이 기관차는 대전역에 적재된 보급품을 영동역으로 철수시키는 목적으로 사용됐다.

딘 소장 구출과는 무관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게다가 해당 작전 지시자는 딘 소장이었다는 자료도 남아있다. 딘 소장의 회고록 'General Dean's Story'를 보면 그가 직접 전화로 대전역에 보급품 화차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던 것이 명시됐다.

김 기관사의 사망일 역시 19일이 아닌 20일, 게다가 1953년 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발간한 韓國交通動亂記(한국교통동란기)에서 현장에 투입된 기관차의 번호는 129호가 아닌 219호로 기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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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국가보훈부(당시 국가보훈처)에서 발표한 '2020년 5월의 6.25전쟁영웅 김재현, 황남호, 현재영 철도기관사 선정' 보도자료가 수정돼 있다.
국가보훈부 역시 이를 인지하고, 지난 2020년 딘 소장 구출작전에 기관차가 투입된 역사를 담은 보도자료를 수정한 상태다. 국가유산청은 정확한 확인을 위한 조사를 조만간 마무리한 뒤 근현대 문화유산분과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등록유산 취소 여부와 상관없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김 기관사의 공로는 유지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만약 실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정정하는 게 맞다"라며 "다만, 또 다른 오류를 낳지 않기 위해 자료 수집 등 관련 절차를 철저히 하기 위해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지윤·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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