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생각하는 AI, 심심한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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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생각하는 AI, 심심한 뇌

원구환 한남대 기획조정처장

  • 승인 2025-01-21 17:27
  • 신문게재 2025-01-22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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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구환 한남대 기획조정처장
얼마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 전시회인 CES를 다녀왔다. 2025년 CES는 몰입(Dive in)이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인공지능(AI)은 가장 핵심적 키워드였다. 인공지능이 모빌리티, 로봇, 스마트 홈, 디지털 헬스와 어떻게 융합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이제 인공지능은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된 듯하다. 또 다른 핵심 주제어는 단연 대한민국(KOREA)이었다. 역대 최대 규모인 1031개사 참여해 혁신상 전체의 47.8%인 219건을 수상하며 2년 연속 국가별 비중 1위를 달성했다, 중소기업이 받은 혁신상이 130개이고, 이 중 벤처 및 창업기업이 125개였다. 최고 혁신상(총 34건)도 우리 기업 9개사가 15건을 수상하며 1위를 기록했다.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기술혁신은 상상을 현실화하고 있다. 번거로운 문진형 검사 없이 스마트폰만 쳐다봐도 불안이나 우울 등 정서장애를 진단해 준다. 스마트링을 끼고 있으면 혈압이 높다고 알려준다. 냉장고에 탑재된 인공지능이 "날씨도 흐린데, 따뜻한 국물 요리 어떠세요?"라고 먼저 메뉴를 추천한다. 의류 청정기는 "오늘은 실외 미세먼지가 나쁨입니다. 미세먼지 코스로 겉옷을 깨끗하게 관리해 보세요"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고민하기도 전에 인공지능이 해결책까지 먼저 제시해 준다. 인간은 생각할 필요 없이 인공지능이 제시한 선택지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

AI가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예측해 해결책을 제시하니 사람은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우려를 2024년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판부가 올해의 단어로 '뇌 부패(brain rot)'를 선정했다. 매끄럽게 번역되지 못한 느낌이지만, 뇌 부패, 뇌 썩음 등으로 번역되고 있다. 골자는 사소하고 의미가 없는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하면서 사람의 지적 상태가 악화된다는 것이다. 디지털 과소비로 인한 뇌 기능의 저하는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깊이 있는 일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뇌 부패는 문해력(文解力)과도 직결되는데, 문해력의 사전적 의미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뜻한다. 인간이 최초의 문자를 만들고 글을 읽고 쓰기 시작한 시점이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000년이 지난 지금 인간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상의 이야기다. 스승의 날 선생님이 학생에게 편지를 받는다. "선생님은 고지식하셔서 저희가 배울 점이 많습니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선생님을 향한 존경의 표현인가? 아닌가? 고지식은 순수 우리말로 성질이 외곬으로 곧아 융통성이 없다는 뜻인데, 학생이 쓴 편지의 내용은 아마도 지식이 높다(高)는 뜻으로 생각한 듯하다. 또, 수업 중 사건의 '시발점'을 설명하는데 한 학생이 선생님이 욕하셨다고 항의하기도 한다. 이부자리를 별자리로 이해하거나, 족보를 족발보쌈 세트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문해력은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정통신문에 우천시 취소라는 안내문에 "우천시는 어디에 있는 시(市)인가요?"라고 반문하기도 하며, '중식 제공'이란 안내에 우리 아이는 중식 대신 한식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문해력이 낮아지는 원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매체를 지나치게 과소비한다는 점이다.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과몰입은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과 문해력의 저하를 초래하고, 우리의 지적 역량을 저하시킬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각종 디지털 기기가 스스로 판단해서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면, 사람의 뇌 기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인간의 관점에서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문해력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인공지능 시대, 사람의 지적 노력과 역량 제고가 필요하다. /원구환 한남대 기획조정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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