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배려와 관용, 역지사지(易地思之)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배려와 관용, 역지사지(易地思之)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5-03-0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아파트 위층 어딘가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조금 어눌하긴 하지만 귀에 익은 곡이다. 어느 날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한 친구를 만났다. "제가 피아노를 치는데 시끄럽지 않으신가요. 죄송합니다." 고개 숙이며 말을 건네 온다. 낯선 사람에게 말붙이기가 어디 쉬운 일이던가? 게다가 사과까지 하니, 대견스러워 생각할 겨를도 없이 튀어나온다. "괜찮아요. 좋기만 하던데, 열심히 해서 훌륭한 연주가가 되기 바래…."

발걸음 옮기며 생각해본다. 좋아하는 일을 즐길 때 이웃을 얼마나 배려하는가? 남이 즐기는 일이 불편해지면 얼마나 인내하는가? 배려와 관용이 있기나 한 것일까? 관용은 결과에 대해, 배려는 선행적 측면이 강하다. 배려는 남을 여러 가지로 마음써주며 보살피고 도와주는 것이다. 오상(五常) 중 으뜸인 인(仁)과 만난다. 인은 사람이 두 개의 짐을 지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다. 남의 짐을 대신 저주는 이타적 행위이다.



관용은 다름이나 잘못 따위를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인정 또는 용서하는 일이다. 서로 다름을 차별하지 않는다. 넓게 보면, 다른 사람의 인격과 자유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현대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미덕 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잘못을 합리화하여 없던 일로 치부하는 것이 관용은 아니다. 법적, 도덕적 문제까지 용서하는 것도 아니다. 잘못을 고쳐 바른길로 안내, 인도 하는 것이다.

배려와 관용이 어디에서 나올까? 춘풍추상(春風秋霜)이란 말이 있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의 준말이다. 다른 사람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자기 지키기는 가을 서릿발처럼, 남에게는 너그럽게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하라는 의미다. 2018년 2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각 비서관실에 고 신영복 교수의 글씨로 된 서액을 선물해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자신들에겐 지나지게 관대하고 남에게는 냉혹하여, 그것도 인구에 회자되었다.



한편, 언론에 소개되기는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말이라 하였으나, 아둔한 탓인지 찾지 못했다. 뜻을 정리했다는 의미일까? 96장과 168장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집안사람에게 허물이 있으면 사납게 화내지도 가볍게 보아 넘기지도 말라. 이런 일은 말로서 깨우치기 어려우니, 다른 일을 빌어 비유로서 깨닫게 하라. 오늘 깨닫지 못하면 내일을 기다려 다시 타일러라. 봄바람이 언 땅을 풀고 온기가 얼음장 녹이듯 하라. 그것이 가정을 다스리는 규범이다. (家人有過, 不宜暴怒, 不宜輕棄. 此事難言, 借他事隱諷之. 今日不悟, 俟來日再警之. 如春風解凍, 如和氣消氷, ?是家庭的型範.)"

"다른 사람 잘못은 마땅히 용서해야 하나, 자신의 잘못은 용서하면 안 된다. 나의 괴로움은 마땅히 참아야 하나, 다른 사람 괴로움은 참아서는 안 된다.(人之過誤,宜恕,而在己則不可恕.己之困辱,當忍,而在人則不可忍)"

춘풍추상 방법과 함께 내용을 잘 설명하고 있다. 다시 음미하면, 자신에겐 박절하고 남에게는 후덕하라고 이른다.

자신이 싫다고 남이 즐기는 것을 반대하거나, 자신이 즐기기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 갈등의 요인이다. 이 또한 서로에게 배려와 관용이 필요한 이유다. 행사 하다보면 종종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 다수의 횡포도 있을 수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이 즐겁다면 이해고 양보해야 하지 않을까? 적정한 선이 애매모호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럴 때는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해 보거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헤아리는 것(易地思之)은 어떨까?

물론, 관용과 배려는 베풀 능력이 있을 때만 유효하다. 능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공허한 것이 되고 만다. 능력엔 마음도 포함된다. 분명한 것은 관용과 배려가 복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이다. 관용과 배려로 돌려받기도 하고, 생각지 않은 보상이 따르기도 한다. 받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즐거움이 된다.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온화하고 관대하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황종헌 전 수석, "36년간 천안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순간"
  2. 양승조 "충남에서 검증된 실력 통합특별시에서 완성"
  3. 대전시 설 연휴 24시간 응급진료체계 가동
  4. 대전경제 이정표 '대전상장기업지수' 공식 도입
  5. 대전 중구, 설연휴 환경오염행위 특별감시 실시
  1. 추워도 즐거운 물놀이
  2. 대전 서구, 2년 연속 민원서비스 종합평가 '우수'
  3. 대전 대덕구, 청년 창업자에 임대료 부담 없는 창업 기회 제공
  4. 대전시 2026년 산불방지 협의회 개최
  5. 대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부활할까 "검토 중인 내용 없어"

헤드라인 뉴스


법무부 세종 이전 탄력받나… “이전 논의에 적극 응할 것”

법무부 세종 이전 탄력받나… “이전 논의에 적극 응할 것”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미이전 중앙행정기관의 이전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가 세종 이전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간 신중론에 치우쳤던 법무부의 입장이 '논의에 적극 응하겠다'는 태세로 돌아서면서 이전을 위한 특별법 개정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법무부는 6일 일부 언론 보도의 해명자료로 법무부의 세종 이전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 자료를 통해 법무부는 "향후 이전 방안 논의 시에 국가균형성장을 고려해 적극 응할 것임을 알려드린다"며 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간 세종 이전에 대한 법무부의 방..

김태흠 충남지사·김영환 충북지사 같은 날 국회 기자회견 왜?
김태흠 충남지사·김영환 충북지사 같은 날 국회 기자회견 왜?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9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행정통합을 비판하며 ‘국회 특별위원회 구성’과 ‘충청북특별자치도법’ 제정을 촉구했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을 대동해 행정통합 논의과정에서 배제되고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충북은 대전·충남과 엄연히 다르다며 특별법안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태흠 지사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국회 행안위 공청회에 참여하려 했으나 끝내 배제됐다”며 “(..

설 앞두고 대전 농산물은 안정세지만, 축산은 계란·한우 등 강세
설 앞두고 대전 농산물은 안정세지만, 축산은 계란·한우 등 강세

설 명절을 앞두고 배추·무와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지만, 한우와 계란 등 축산물 가격은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6일 기준 대전 배추 한 포기 소매 가격은 4993원으로, 1년 전(4863원)보다 2.67% 인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대전 무 가격도 한 개에 1885원으로, 1년 전(2754원)보다는 31.55% 내렸고, 평년(1806원)에 비해선 4.37% 올랐다. 평년 가격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치다. 2025년 한때 작황 부진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추워도 즐거운 물놀이 추워도 즐거운 물놀이

  • 가족과 함께 하는 세대공감 예절체험 가족과 함께 하는 세대공감 예절체험

  • 취약계층을 위한 설맞이 사랑의 온정 나눔 취약계층을 위한 설맞이 사랑의 온정 나눔

  • 국민의힘 대전시당, ‘졸속통합, 차별통합 중단하라’ 국민의힘 대전시당, ‘졸속통합, 차별통합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