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직 전공의 내일은 군의관, 전문의 꿈은 포기 안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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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직 전공의 내일은 군의관, 전문의 꿈은 포기 안할 것"

17일 군의관 입영하는 사직전공의 인터뷰
2021년 의사국시 거쳐 전공의 3년차 사직
의사 늘려서 필수의료 한다는 접근에 실망
"전문의되는 꿈 놓지 않아 환경 만들어달라"

  • 승인 2025-03-13 18:46
  • 신문게재 2025-03-14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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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대병원 내과 사직 전공의 이주민(31·가명)씨가 군의관 입영을 앞두고 대전 관저동 단골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깍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3년 후 군의관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전공의 수련을 마저 받을 수 있을까요? 전문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데 지금은 돌아갈 수 없어요. 왜냐면요…."

3월 17일 군의관 의무장교 입영을 앞둔 건양대병원 사직 전공의 이주민(31·가명) 씨는 13일 자신의 오랜 단골 미용실에서 장발의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가위가 한 번씩 이마를 횡단할 때마다 흰 가운과 미용실 바닥에 한 움큼씩 떨어졌다. 거울을 보는 둥 마는 둥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이 씨는 지난 시간을 곱씹는 듯 보였다. 2015년 건양대 의대에 입학해 의사를 향한 첫발을 딛고 6년 만에 의사국가고시를 치르고 곧바로 전문의를 향한 수련을 시작했다. 환자 생명에 직결되는 여러 진료과목 중 내장의 질환을 전담하는 내과를 선택해 전공의 3년 차를 맞던 때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와 맞닥뜨렸다.

이주민 씨는 "의사를 늘리면 필수의료가 보장될 것처럼 증원에 초점이 맞춰지고, 경험과 최신 논문 내용을 증거해 위급한 환자를 수술했을 때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형사소송에서 보호장치가 없는 필수의료패키지에 대한 실망이 컸다"라며 "진료유지와 업무개시 명령까지 이뤄지면서 목소리 낼 기회를 잃었고 집단행동으로 비칠까 연락도 끊고 상당히 위축된 채 지냈다"고 회상했다.

초기에는 의사회와 교수들이 앞장서고 전공의가 동참하는 분위기였으나, 어느새 전공의와 의대 학생들만 거친 들판에 남겨진 것 같아 씁쓸한 마음도 작지 않다. 그는 지난 1년간 적어도 세 번의 기회가 있었으나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고 이제는 갈등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지난해 9월 전공의와 휴학생들의 수련 및 학교 복귀할 시점이 첫 번째 골든타임이었고 11월 시작된 다음 해 전공의 모집 그리고 이번 사직 전공의 군 입영 전까지 중요한 세 번의 기회 말이다. 이달부터 시작된 사직 전공의 입영으로 건양대병원에서 수련하던 내과 전공의 3년 차 5명 중에 4명이 군의관 또는 공중보건의로 소집돼 3년간 돌아올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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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전공의 복귀와 의대 수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이주호 부총리 지역 의과대학 방문때 학생들의 시위모습.  (사진=중도일보DB)
이 씨는 "사직하고 병원을 떠나 있는 기간이 이렇게 오래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책에 보완이 이뤄져 돌아갈 것으로 기대해 사직서 낸 전공의들이 헤어질 때도 곧 만날 것처럼 병원을 나섰다"라며 "지금 의정갈등이 누가 언제까지 해소할 것으로 기대할 수 없고, 입영통지서를 받아든 상황에서 전공의 수련을 잠시 접고 3년 2개월 군의관 복무를 먼저 이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사직서가 수련병원에서 수리되고 잠시 개원가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도 결국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중증환자 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혈압이 잡히지 않던 환자를 마주해 온 신경을 집중해 추가 검사와 처방으로 상태가 호전되었을 때, 병원 내 심정지 환자 발생을 알리는 코드블루에 복도를 뛰어가 환자 가슴에 두 손을 얹을 때 느낀 보람을 지난 1년간 어디서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밤을 지새우며 동료들과 함께 힘을 합쳐 일하던 그때처럼 더 이상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없어 아쉽다. 월요일 오전 6시에 출근해 야간 당직 근무와 다음날 낮까지 뜬눈으로 지새고 화요일 오후 10시께서야 병원문을 나서는 열악한 수련 환경이 함께 개선되길 바라고 있다.

이 씨는 "일반의 군의관이 되어 어떤 임무를 맡게 될지도 모르고 군의관 복무를 마치고 2028년 하반기에 다시 전공의 남은 1년의 수련을 재개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은 있지만, 전문의와 선생이 되겠다는 꿈을 잃지 않겠다"라며 "동료와 후배 전공의가 본업에 돌아와 필수 진료과에서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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