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김윤성 이사장 "한 명의 범죄피해자, 지역사회 전체가 보듬어야"

[중도초대석]김윤성 이사장 "한 명의 범죄피해자, 지역사회 전체가 보듬어야"

김윤성 대전세종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 취임
2003년 전국 광역시 중 처음 출범해 피해자 지원 21년
법률·의료·주거 지원과 스마일센터 등 기관연계 전담
"올해 피해자 보호 공감대 확산하고 봉사자 참여 확대"

  • 승인 2025-03-24 17:51
  • 수정 2025-03-25 07:47
  • 신문게재 2025-03-25 7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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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성 대전세종범죄피해자지원센터 신임 이사장이 피해자 사회복귀를 위한 지역사회 연대와 관심을 촉구했다.  (사진=이성희 기자)
하루에 몇 번씩 강력사건 발생 소식을 듣고 놀라는 동시에 해당 사건에 관심을 쏟는다. 누구인지, 왜 그랬는지, 형사사법제도에서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그리고 우리 주변에 비슷한 위험이 도사린 곳은 또 없는지 살펴보게 된다. 그러나, 그 사건으로 범죄피해자가 발생해 어떤 어려움 겪고 있는지 잘 모른 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처벌이 이뤄지더라도 사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아무런 잘못 없는 피해자들이 오히려 음지로 숨어들어야 하는 잘못된 시선마저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도 모른채 말이다. 범죄피해자는 범죄피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올 1월 취임한 김윤성 대전·세종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을 대전 둔산동에 있는 킴벨피부과병원에서 만나 우리가 못 보고 지나쳤던 범죄피해자를 돌아보고, 도울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본다. <편집자 주>

-전국 광역시 중 처음으로 출범한 대전·세종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시민들께 소개한다면.



▲대전·세종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대전세종범피센터)는 2003년 11월 21일 전국 광역시 중 첫 번째 개소한 이래 올해 21년째를 맞았다. 2003년 2월 18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당시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기관과 시스템 또한 부재한 상태였다. 재난 수준의 혼란 속에서 범죄 피해자의 손실 복구와 인권 회복, 복지증진에 봉사하고자 하는 이들이 모여 2003년 9월 최초의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인 김천구미에 범피센터가 개설되고 이어 대전세종범피센터가 전국에서 두 번째이자 광역도시 중 처음으로 출범해 피해자들을 체계적으로 돕는 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 2003년 윤주병 당시 대전성모병원장이 주축이 되어 우리 지역 범죄피해자가 더는 외롭게 두어서는 안 되고 그들을 돕고 보살피는 봉사를 시작하자는 공감대가 마련됐다. 손종현 초대이사장을 시작으로 이두식 이사장을 거쳐 제가 세 번째 이사장을 지난 1월부터 맡고 있다. 피해자들이 하루빨리 회복해 가정과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직장과 사업을 병행하며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봉사자들로 구성돼 있다.

대전범죄피해자지원센터 로고
-피해자들이 오히려 음지로 숨어들어야 하는 잘못된 시선마저 존재하는데 대전세종범피센터의 역할은.



▲우리 헌법은 이미 '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해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05년 범죄피해자 보호법이 제정되어 민간차원의 범죄피해자 지원법인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더욱 적극적인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교도소 하나 새로 지으면 범죄피해자를 위한 숙소나 쉼터를 똑같이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산을 보면 가해자의 교정사업비는 크게 책정됐어도 피해자 지원과 구호를 위한 예산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범죄피해자를 만나면 거리를 두고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우리 사회에 아직도 남아 있다. 2003년 대전세종범피센터 개설 때부터 참여해 피해자들을 만났는데 많은 피해자가 사건 후 2~3년이 지났어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밤마다 악몽에 괴로워하고 사진을 보며 그때의 고통을 떠올리며 가정이 해체되거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피해자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역사회 전체가 그 사람을 끌어안아 가슴에 품었을 때 범죄 피해자가 회복해 가정과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 관심을 갖고 필요한 도움을 무엇인지 파악해 우리가 직접 제공하거나 전문기관과 협력해 피해자를 도와 건강한 삶을 되찾는 일에 2003년부터 동행하고 있다. 지난해 학자금과 생계비 43건 1억 1080만 원을 지원하고 39명의 피해자에게 의료비 3500만 원을 지원해 충분히 진료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했으며, 117건 방문상담을 비롯해 3820건의 범죄피해 도움 전화 상담을 진행했다.

범피
2003년 대전세종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전국 광역시 중 처음으로 문을 열고 피해자 지원활동을 시작했다.  (사진=대전세종범피센터 제공)
-강도와 살인, 폭력, 방화 등 사건에 관심이 크게 늘어도 가해자 처벌에 집중되는 경향인데,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어떤 서비스가 있나.

▲범죄피해자가 되면, 그 순간부터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가해자에게 형사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법률적 문제, 재산피해와 직장생활 중단에 따른 경제적 문제, 심리적 문제 등 다양한 삶의 문제에 직면한다. 강도와 살인, 폭력 등의 상황뿐만 아니라 가정폭력과 친족간 성폭력처럼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범죄 피해자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자신의 의사를 밝히지 못하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이나 이유를 찾아보기 어려운 '묻지마 범죄'까지 발생해 범죄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상태에 빠지곤 한다. 저희 범피센터는 자원봉사자들이 순수한 뜻으로 모여 타인으로부터 생명·신체에 피해 입은 모든 피해자(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아동학대)에게 치료비, 긴급생계비, 학자금, 장례비, 심리치료비, 간병비, 현장정리비, 취업지원비, 치료부대비용(보조기 구입, 보호자 숙식비), 주거환경개선 등, 경제적으로 지원한다. 또 자체 심리상담 및 회복 프로그램 운영하고 피해자 신변보호를 위한 법정동행·재판모니터링, 법률상담 등의 비경제적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 범죄피해 트라우마 통합지원 전문기관인 스마일센터와 연계를 통해서도 피해자의 심리회복을 위해 지원한다.

-취임사에서 신체적·정신적 피해로부터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는데, 올해 기관 운영 비전은.

▲올해부터 역점을 두는 방향은 범죄피해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피해자를 돕는 일에 나설 봉사자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제는 범죄피해자가 있음을 인지하고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에 대한 홍보와 저변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2003년 11월 전국 광역시 중에서 처음으로 피해자 지원업무를 시작해 법무부와 검찰 등의 유관 기관과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자활과 복지차원의 선진화된 프로그램이 제도화되도록 노력해 왔다. 또 생계비와 치료비, 심리치료비 등 직접적인 지원사업도 펼쳐왔다. 세계에서 구호 활동하는 단체는 여러 광고를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가까운 곳에서 범죄를 당한 피해자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알려지지 않고 이들을 돕는 단체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범죄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를 높여, 많은 시민이 그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작게나마 봉사를 실천할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하겠다. 2월 발생한 대전 초등학생 피해사건에서도 저희가 전국 처음으로 범죄피해 심리통합지원단을 운영했는데 주민 중에 생각보다 많은 피해자가 발견됐다. 범죄피해에 대해 시민들이 폭넓게 이해하고 관심을 가질 때 피해자가 피해자임을 알게 되어 필요한 조치를 조기에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어느 곳에서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보복은 당하지 않을지 등의 정신적 불안으로 피해당사자와 가족들이 힘든 상황에 처할 때 센터를 찾아주시면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

-최근 대전 초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의 범죄로 인해 희생되는 사건에서 현장 심리상담을 운영했다. 결과는.

▲저희 대전세종범피센터가 대전지방검찰청, 대전시청 등 10개 기관과 함께 통합심리지원 상담소를 2주간 현장에서 운영해 심층상담 38건, 일반상담 112건 등 총 275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범죄로부터 직접적인 가해를 당한 당사자만 피해자라고 잘못 이해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이번에도 가해자로부터 직접 위해를 입은 1차 피해자가 있고 가족의 2차 피해자 그리고 직장 동료나 같은 반 친구와 지인 등 3차 피해자 그리고 충격적인 사건을 가까운 곳에서 접하는 마을 주민들이 4차 피해자가 발생했다. 저희 센터에 피해자지원심의위가 있어 도움이 필요한 피해자를 어떻게 도울 것인지 매달 논의해 결정한다.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여러 변호사가 법률적 도움을 지원하고 5개 종합병원이 저희가 안내하는 피해자들에게 진료를 돕고 있다. 개원의 40여 명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지자체에서 봉사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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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성 신임 대전세종범피센터 이사장은 범죄피해자가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전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성희 기자)
-센터가 피해자를 찾아 지원해 도움이 되는 사례도 있겠으나, 기대와 다른 상황을 만날 때도 있을 텐데 최근 지원 사례는.

▲외조모가 상가 청소를 해 받는 월급과 폐지를 주워 생기는 수입에 의존하는 환경에서 가해자의 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여·당시 8세·지적장애 2급) 상담과 피해자 가정의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센터의 이러한 도움으로 피해자는 예전보다 훨씬 밝아졌으며, 지원금을 통해 피아노 학원에서 수년간 꾸준히 피아노를 배워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대전세종범피센터 20주년 기념행사에서 피아노 연주를 했으며, 그동안의 지원에 감사하다며 외조모와 함께 만든 수제 비누와 작은 화분도 센터에 전달했다. 또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아이가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지난 2년간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생후 100일도 안 된 피해 아동이 사랑을 받아야 할 부모에게 학대를 당했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메고, 피해 아동이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나 가슴이 무척 아프다. 운명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무연고자로 보낼 수 없어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수목장의 형태로 그의 작은 비석이나마 남길 수 있도록 지원했다.

-시민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기존의 강력범죄 피해 구제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아동학대, 북한이탈주민, 해외이주민 등 다양한 분야로 지원을 확대 하겠다. 사회적 약자들이 범죄 피해로 인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보호 체계를 구축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데 앞장서겠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피해자 보호와 지원의 허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시민과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이 있을 때 가능한 것으로 많은 지원을 요청드린다.
대담=고미선 사회과학부장·정리=임병안 기자, 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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