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혼란한 시대에 길을 묻다: 입암과 '동몽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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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혼란한 시대에 길을 묻다: 입암과 '동몽선습'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승인 2025-04-01 10:21
  • 신문게재 2025-04-02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민병찬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입암 민제인(1493~1549)은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정치가로, 대전광역시 유성구 도룡동 우성산 기슭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여흥(驪興), 자는 희중(希仲), 호는 입암(立巖)이다. 그는 조선 중종과 명종 연간에 의정부 좌찬성을 지낸 고위 관료로 활동했으며, 학문과 정치 양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입암은 대전 지역의 입향조 민충원의 증손으로, 조부 민수는 이조정랑, 부친 민구손은 성균관 전적을 지냈다. 그의 가문은 고려 중엽 중국에서 귀화한 여흥 민씨 시조 민칭도에서 시작되어, 학문과 덕행으로 명성이 높았다. 모친 언양 김씨 역시 명문가 출신으로, 입암은 학문과 도덕을 중시하는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다.

1543년 간행된 '동몽선습'은 입암의 교육 철학과 인간관을 집약한 대표 저술이다. 그는 사회가 도덕적으로 병들어 사람들이 본성을 잃고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상태에 빠졌다고 비판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책을 집필했다. 그는 인간이 중용의 도덕을 실천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동몽선습'을 통해 참된 인간성과 윤리 실천의 길을 제시하고자 했다.

입암은 "하늘과 땅 사이의 만물 중 사람이 가장 존귀하다"고 하며, 그 이유를 인간 관계의 기본 규범인 오륜(五倫)에서 찾았다. 오륜은 부모와 자식 간의 친애(부자유친), 임금과 신하 간의 의리(군신유의), 부부 간의 분별(부부유별), 어른과 아이 간의 질서(장유유서), 친구 간의 신뢰(붕우유신)를 의미한다. 그는 인간이 이 오륜을 알고 실천할 때 비로소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으며, 도덕 실천이야말로 인간을 고귀한 존재로 만들고 사회의 안정과 번영을 가능케 한다고 보았다.

'동몽선습'은 인간의 도리와 윤리적 규범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실천 방법을 제시하는 교육서였다. 그는 삼강(三綱)과 오상(五常)을 근간으로 인륜과 도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강은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부부 간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질서인 군위신강, 부위자강, 부위부강을 뜻하며, 오상은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의 다섯 덕목으로 사람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인격 요소이다. 입암은 이 덕목들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근본이라 보았다.

'동몽선습'에는 "사람이 다섯 가지 도리를 알지 못하면 짐승과 다를 바 없다"는 구절이 있다. 그는 인간의 존엄성이 도덕적 실천에서 비롯되며, 각자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때 사회가 조화롭게 유지된다고 믿었다. 예컨대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해야 하며, 임금은 의로워야 하고 신하는 충성해야 하며, 남편은 아내와 화목하고 아내는 유순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인간 관계 속 상호 책임과 조화를 강조한 사상이다.

입암은 교육의 목적을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닌, 도덕적 인격 형성과 사회적 책임 실천에 두었다. 그는 학문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의 이치를 통달하고, 이를 마음속에 간직해 몸으로 실천하는 삶을 추구했다. '동몽선습'은 후학들에게 인간관계에서의 도덕 실천을 강조하며, 참된 교육을 통한 사회 개혁을 꿈꾸는 입암의 철학이 담겨 있다. 입암의 사상은 단지 윤리 규범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실제 삶 속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고민한 실천적 철학이었다. 그는 인간관계에서 상호 존중과 책임을 기반으로 한 조화로운 사회를 이상으로 삼았고, 이러한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의미하다. 특히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는 현대에 있어, 그의 상호적 인간관계와 도덕 실천 중심의 교육 철학은 공동체 회복의 지침이 될 수 있다.

'동몽선습'은 전통 윤리와 도덕을 계승하면서도, 이를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방식으로 제시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 입암 민제인의 사상은 과거의 유물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 개인의 도덕적 성장과 공동체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한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그의 교육 철학은 지금도 변함없이 중요한 가치를 지니며,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되새겨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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