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그림으로 담아내는 민주주의의 순간들: 한의사이자 환경운동가 '김나희'

  • 정치/행정
  • 尹 파면

[현장르포] 그림으로 담아내는 민주주의의 순간들: 한의사이자 환경운동가 '김나희'

설국열차에서 영감 받아 현장 기록에 나선 47세 한의사의 이야기
탄핵집회 현장에서 캔버스와 붓으로 집회 기록하는 그녀만의 작은 메시지

  • 승인 2025-04-04 17:39
  • 수정 2025-04-07 09:33
  • 김주혜 기자김주혜 기자
clip20250404164727
김나희 씨가 집회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사진=김주혜 기자
봄바람이 스치는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는 집회 현장에서 한 여성이 캔버스에 몰두하고 있었다. 대전에 거주하는 김나희(47)씨는 "민들레 한의원에서 한의사로 일하며 새만금 갯벌을 지키는 활동을 하는 환경운동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대전에서 열렸던 탄핵 찬성 집회에 대부분 참석했던 김 씨의 손에는 항상 캔버스와 붓이 들려 있었다. 그는 "천막 농성할 때부터 틈틈이 와서 그림을 그려왔다"고 전했다. 집회 현장을 기록하는 작업에 열정을 쏟아온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김 씨가 현장에서 그린 그림들은 판매 또는 기부로 이어졌지만, 모든 수익은 전액 기부한다고 밝혔다. 그의 예술 활동은 순수한 기록을 넘어 사회적 기여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한의사와 화가라는 이질적인 조합에 관해 물었을 때, 김 씨는 "그림은 취미로 시작했다"며 "예전에 영화 설국열차를 봤는데, 고통의 장면들을 그림으로 남기는 노인 화가 캐릭터가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영화 속 한 인물이 그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된 것이다.



이어 김 씨는 "나도 큰 행동은 못 해도,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작은 메시지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림이라는 매체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그의 의도가 보였다.

clip20250404164756
김나희 씨가 2024년 12월 3일의 한 장면을 그리고 있다./사진=김주혜 기자
인터뷰 당시 그가 그리고 있던 그림은 2024년 12월 3일의 한 장면이었다. 김 씨는 "군용차가 국회 앞으로 진입했을 때, 한 시민이 앞을 막았던 장면"이라며 "처음에 한 시민이었지만, 뒤이어 여러 명이 함께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의 붓 끝에는 시민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담긴 역사적 순간을 포착하려는 열망이 담겨 있는 셈이다.

현 상황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을 때, 김 씨는 "현실은 너무나 험난하고, 다양한 입장들이 강하게 대립하고 있어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지금 존재하는 법만 제대로 지켜도 훨씬 나은 세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노동법이든 환경법이든, 절차를 지키고 책임을 지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치주의의 회복을 통한 사회 발전을 바라는 그의 신념이 담긴 말이었다.

clip20250404164823
김나희 씨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사진=김주혜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소식이 집회 현장에서 중계되자 김 씨는 붓을 든 채 환호했다. 언뜻 눈엔 눈물이 고여있는 듯 일렁거렸다. 다시 붓을 들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그의 손이 분주해졌다. 김나희 씨는 역사의 한 장면을 화폭에 담아 미래를 위한 기록을 남겼다.
김주혜 기자 nankjh706@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