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CBDC

  •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럼] CBDC

이승현 산군(山君) 법률사무소 변호사

  • 승인 2025-04-27 11:17
  • 신문게재 2025-04-28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변호사이승현증명사진
이승현 산군(山君) 법률사무소 변호사
헌법재판소는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재판관 8명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했다. 이에 따라 2025년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며, 현재 대선에 참여하고 싶은 정치인들 간의 설전(舌戰)이 한창이다. 이러한 정치인들의 설전에서 최근 CBDC가 쟁점이 된 적이 있다.

CBDC란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어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라는 뜻이다. 쉽게 말하자만 현재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실물 현금을 가상 현금, 즉 디지털화폐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행은 2025년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CBDC인 '프로젝트 한강'을 실거래 테스트 하고 있다.

사실 현재 자본시장은 이미 상당 부분 디지털화되어 있다. 과거 우리내 부모는 매월 말일이면 월급봉투와 함께 간식을 사들고 오셨다면, 지금 우리는 월급으로 실물 현금을 받아본 기억 자체가 없을 것이다. 단지 월급으로 추정되는 숫자를 마치 실제하는 돈인 것처럼 받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숫자는 언제든지 시중 은행을 방문해 실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반면 CBDC는 이러한 실물을 전제하지 않고 디지털 그 자체로 돈이라고 하자는 것이다.

가령, A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쓰고 있는 내가 B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쓰고 있는 아내에게 송금을 하려면, 나는 A은행을 통해 B은행을 거쳐 아내에게 돈을 전달하는 과정(나 → A은행 → B은행 → 아내)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내가 CBDC를 사용하면 A은행과 B은행을 거치지 않고 아내에게 돈을 송금하게 된다. 현실은 이미 실물 현금을 상당 부분 사용하지 않고 있으니, 굳이 실물 현금을 찍어내는 수고로움과 낭비를 막는 차원에서 CBDC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통화정책일 수 있다.



특히 CBDC는 엄청난 정책 실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가령, 국가가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이른바 취준생에게 지원금을 CBDC로 지급해 사용하게 하면, 취준생이 위 지원금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였는지 일목요연한 통계를 확보할 수 있고, 이러한 통계에 기반하여 보다 유효적절한 지원 내지 정책 보완을 실천할 수 있다. 대전시에서 대전시민들에게 지역화폐를 디지털화폐로 지급하며 사용범위를 대전지역에 한정하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정책 실현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처럼 CBDC는 '효율'이라는 포기하기 아까운 엄청난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엄청난 단점도 있다. '효율'의 이면에는 '통제'가 자리잡고 있다.

만약 내가 국가로부터 CBDC를 받아 사용할 경우, 내가 오늘 하루 어디서 몇 잔의 커피를 마시고, 어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이동하였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가는 애쓰지 않아도 내가 CBDC를 사용할 때마다 나에 대한 정보를 하나하나 누적해갈 수 있다. 심지어 국가는 내 디지털자산을 순간 동결시켜 나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CBDC는 그 자체로 'Big Brother'일 수 있다(Big Brother is Watching You).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은 1949년에 '먼 미래인 1984년을 지배하고 있는 가상의 전체주의 독재 국가를 상정'한 「1984」란 제목의 소설을 출간했다. 위 소설에서 빅 브라더가 실제하는지는 의문이지만, 그럼에도 실제하는지도 모를 빅 브라더가 개인의 생활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정신세계까지 빠짐없이 감시하고 독점해버린다.

우리는 이미 이런 빅 브라더의 세상 속에 살고 있고, 심지어 더 큰 빅 브라더의 세상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내가 온전한 나이기 위해 철학을 갖추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승현 산군(山君) 법률사무소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