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진정한 아모르 파티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진정한 아모르 파티

김태열 수필가

  • 승인 2025-04-28 10:49
  • 신문게재 2025-04-29 19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풍경소리 김태열 수필가
김태열 수필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김연자 가수의 '아모르 파티'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노래가 참 흥겨웠고 새삼 가슴으로 다가왔다. 아모르 파티(Armor fati)는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라틴어로서 프리드리히 니체의 '운명애(運命愛)'라고 알려져 있다. 노랫말을 찾아보니 본래의 의미와는 결이 좀 다르게 읽히는 부분도 있지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놀이처럼 삶을 즐기란다.

니체의 영향을 받은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 신화'를 통해 부조리한 현실에서 살아가야 할 이유를 던져준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는 인간인 주제에 신을 속인 죄로 벌을 받는다.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운반하면 그 돌은 아래로 떨어지고 다시 위로 옮겨야 한다. 끊임없이 되풀이해야 하는 운명이다. 매일 반복되는 힘든 일을 하면서 살아내야만 하는 현대인의 삶을 절절히 그려내고 있다.

변화의 물결이 요동치고 속도 또한 가팔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세상이다. 시대를 바라보는 개인들의 관점은 저마다 다르고, 마음도 파편처럼 흩어져 공동체의 구심력이 희박하다. 올 2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 그냥 쉬는 청년을 합친 청년 백수가 120만 명이라고 추정한다.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 현상은 한국, 중국, 심지어 베트남 등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성취욕구를 이루지 못해 좌절하거나, 원하는 일자리와 주어지는 일자리가 어긋나는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현실이라는 중력의 힘에 눌려 꿈을 잃어버려서 그런 것은 아닌지.

하지만 어떤 시대라 하더라도 개인의 기대가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주어진 현실에서 나의 의지로 향상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살아가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난 시절에도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주인공처럼 희망을 찾아 짜내야 했다. 치열한 경쟁에서 버텨야 했다. 지금은 경제 성장률이 제로 성장률에 가까워 욕망의 크기를 키워나가기 어렵다. 더더욱 계층의 사다리가 치워진 상태에서 밝은 미래를 꿈꾸기조차 쉽지 않다.

매일 접하는 뉴스로 우리 사회를 보면 갈등이 크고 문제가 많아 금방 몰락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한국은 무척 역동적으로 보인다고 한다. 실제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고 회복 능력도 의외로 뛰어나다. 이 분출하는 에너지를 잘만 북돋아 주면 지금보다 더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 수 있을 텐데! 사방이 벽으로 막힌 듯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것은 웬일일까.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인터넷 기사를 검색하면 관심사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돈과 건강으로 귀결된다. 그러면서 무얼 하며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이다. 정작 가장 중요한 돈은 많다고 자유와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언론 보도에서 알 수 있듯, 소유하는 것이 많을수록 신경 쓰거나 괴로운 일은 더 많다. 더 많이 가지려는 노력이 구속받는 결과라면 구태여 그런 것들에 빠질 이유가 있을 것인가.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행복은 소유를 분자로, 욕망을 분모로 하는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한쪽을 과도하게 추구하기보다는 적절한 소유에 합당한 욕망으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금 여기서'의 느낌으로 행복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봄날의 햇살이 따사롭다. 알렉산더 대왕이 디오게네스를 찾아가 소원을 말해보라 한다. 그는 햇볕을 가리고 있는 왕에게 조금만 옆으로 비켜주라고 말한다. 욕망 추구를 긍정하는 현대에서 이 현자처럼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기 극복을 통해 단순하고 자족적인 삶을 사는 것은 개인 선택의 문제이다.

니체가 전하는 진정한 아모르 파티는 행복이라는 목적 지향적 삶에서 벗어나, 시지프가 하산할 때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삶의 의미를 스스로 부여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삶을 혼자가 아니라 타인과 연결된 나로서, 체념이나 포기가 아닌 자존감과 긍정적 태도로 자신만의 가치를 창조하며 살아가는 것일 테다. /김태열 수필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맛있는 여행] 116-연꽃이 아름다운 관곡지(官谷池)의 건강한 밥상
  2. 중부권 최대 자연휴양림 '금강수목원', 2027년 다시 문 연다
  3. 청사·예산 논란 커지는데… 중수청 준비단 '소통 부재' 도마 위
  4. 충남대·국립공주대 통합 평행선… 지도부 결단 리더십 필요
  5. 통합 국군사관학교 창설되는 대전 국방반도체 육성도 탄력
  1. 정부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민선 9기 대전시 역량 시험대
  2. [르포] 반납 대신 방치... 대전 곳곳 타슈 이용질서 무너졌다
  3. 세종 '조치원 복숭아' 축제… 2026년 관전 포인트는
  4.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
  5. 충남대병원 주차타워 공사 첫날 환자불편 덜어…대체공간·셔틀버스 활용

헤드라인 뉴스


"인빅터스 통해 보훈도시 대전을 세계에 알리겠다"

"인빅터스 통해 보훈도시 대전을 세계에 알리겠다"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통해 '보훈도시 대전'을 전 세계에 알리겠습니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유을상 대한민국상이군경회 회장은 21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세계 상이군인 체육대회인 '2029년 인빅터스(Invictus) 게임' 대전 유치에 대해 "인빅터스 게임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끝까지 기억하고 예우하겠다는 대한민국의 의지를 세계에 보여주는 대회"라며 이같이 말했다. 인빅터스 게임은 영국의 해리 왕자가 스포츠를 통한 상이군인의 신체적·심리적·사회적 회복과 재활을 위해 2014년 창설..

서남부터미널 부지에 주상복합아파트 건립 … 터미널 공간은 `기부채납`
서남부터미널 부지에 주상복합아파트 건립 … 터미널 공간은 '기부채납'

대전서남부터미널 운영업체가 폐업을 신청한 가운데, 터미널 폐업 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용지에는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건물 1층에 터미널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지난해 주택건설사업계획이 승인됐기 때문이다. 만약 폐업이 승인될 경우, 시행사는 1층 터미널 공간을 기부 채납해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할 전망이다. 21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남부터미널이 있는 중구 산성동 759-33번지 일원에 주상복합아파트가 건립된다. 1만 6272㎡의 면적에 지하 5층~지상 48층 아파트 4개 동, 829세대 규모의..

중부권 최대 자연휴양림 `금강수목원`, 2027년 다시 문 연다
중부권 최대 자연휴양림 '금강수목원', 2027년 다시 문 연다

<속보>=중부권 최대 규모이자 세종 유일의 자연휴양림인 '금강수목원'이 2027년 1월 다시 문을 열고 시민들을 맞이한다.<본보 3월 3일자 1면·4일자 4면·12일자 3면·31일자 6면 ·6월 10일자 4면 보도> 폐원에 이어 민간 매각 절차가 진행되면서, 존폐 갈림길에 내몰린 이후 1년여 만의 희소식이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자산화 등 숙제가 남아 있지만, 해법을 마련할 시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21일 충남도에 따르면 도는 앞으로 하반기 중 행정 절차와 시설 정비 등 준비 작업을 거쳐 금강수목원을 재개장할 계획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9 인빅터스 게임, 대전 유치 성공 브리핑 2029 인빅터스 게임, 대전 유치 성공 브리핑

  • 대전 여성기업인 우수제품 ‘한눈에’ 대전 여성기업인 우수제품 ‘한눈에’

  • ‘함께 지킨 자유, 영원한 감사’ ‘함께 지킨 자유, 영원한 감사’

  •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