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어린이가 없는 어린이날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어린이가 없는 어린이날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25-05-06 09:31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현 프리즘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3.1 운동 이후,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의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것의 중요성을 느껴 소파 방정환 선생과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어린이날은 시작됐다. 처음 어린이날은 1922년 '새싹이 돋아난다'는 의미로 5월 1일로 정해졌었다. 이후 1927년에는 5월 첫째 일요일로 날짜가 변경됐다. 일제의 탄압으로 어린이날 행사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광복 이후인 1946년에 어린이날이 부활했는데, 이때 첫 어린이날이 5월 5일이었고, 이후 날짜가 고정됐다.

최근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어린이를 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아이들을 키울 때 그네를 타려면 기다리기까지 했던 놀이터가 이젠 텅 빈 때가 더 많아졌고, 아파트 상가 문구점에도 아이들이 북적이던 모습을 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1970년 4.53명이던 합계출산율은 2024년 0.75명으로 감소해 인구소멸을 걱정하게 됐다. 이런 감소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자연에서 생명체는 자신의 종족을 번성시키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지만, 자연계에는 개체 수가 너무 늘어났을 때 스스로 그 수를 조절하거나 감소시키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들이 관찰된다. 인구밀도의 높음 또는 낮음이 그들의 인구를 스스로 줄이거나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이론으로 동물과 식물 등을 대상으로 폭넓게 연구되고 있는 개념이다.

레밍(Lemming)의 자살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레밍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산악지대나 황야 또는 툰드라 지대에 서식하는 들쥐로, 3~4년마다 크게 증식해 이동하므로 나그네쥐라고도 한다. 이들은 3~4년마다 수천수만 마리의 레밍이 바닷가 절벽에서 떨어져 집단자살을 한다는 것으로 유명하다. 처음엔 이들이 집단자살을 하는 이유가 그들의 폭발적인 번식력 때문으로 나타난 개체수 폭발로 늙은 쥐들이 후손들을 위해 스스로 자살하는 것이라고 추론하기도 했으나,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집단적으로, 과속으로 달리는 눈이 나쁜 레밍들이 앞에서 달리는 레밍들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면 눈이 나쁜 레밍들은 멈추지 못하고 덩달아 덜어지게 되는 것이 원인이라고 밝혀졌다. 이성연 애터미 경제연구소장은 2015년 넥스트 이코노미에 기고한 "레밍은 왜 집단자살을 할까?"라는 글에서 레밍처럼 '맹목적으로 남을 따라 행동하는 것'을 레밍효과(Lemming Effect)라 한다고 하면서, 이 레밍효과는 선천적인 심리적 현상으로 생존본능 곧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으려는 심리와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레밍한 마리가 이동하면 다른 녀석이 맹목적으로 따라붙고 또 다른 녀석들로 무리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무조건적으로 뒤따라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이 집단 자살의 이유라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인데, 가장 전형적인 현상이 '유행'이라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경제적, 교육적, 정치적, 심지어는 개인적인 삶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과도한 경쟁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과도한 경쟁은 우리에게 다양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장에서나 학교에서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고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유발하고,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실패했을 때 느끼는 좌절감과 패배감은 우울증이나 학습된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주변 사람들을 협력의 대상이 아닌 경쟁 상대로만 여기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으며, 이는 사회적인 고립감을 심화시킨다. 이런 과도한 경쟁은 궁극적으로 정신적 육체적 질병에 취약하게 되는 등 다양한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과도한 경쟁은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는 문제이다. 저출산 문제는 이런 이유로 천천히 삶을 즐기고 삶이 의미를 찾고, 남과 다른 나만의 가치와 자존감을 회복할 겨를이 없이 그저 맹목적으로 결승점이라는 환상을 향해 내달리는 레밍효과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5월의 하늘은 아름답다. 그리고 5월의 어린이 웃음소리는 더욱 아름답다. 하늘보다 더 푸른 저들의 얼굴이 '레밍효과'의 어두운 그림자에 의해 가려지지 않기를 기도한다. 다른 어린이와 비교됨으로 인해 가치를 인정받는 사회가 아닌 그들 스스로의 존재 자체로써 가치를 인정받며려 살 수 있기를 위해 기도한다. 이 땅에 모든 놀이터가 다시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기를 위해 기도한다.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울공항 인근 도심 상공 전투기 곡예비행... 안전불감증 도마
  2. 옛 파출소·지구대 빈건물 수년씩… 대전 한복판 중부경찰서도 방치되나
  3. <속보> 이상민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별세
  4. AI 시대 모두가 행복한 대전교육 위해선? 맹수석 교수 이끄는 미래교육혁신포럼 성료
  5. [기고] 전화로 모텔 투숙을 강요하면 100% 보이스피싱!
  1. 충남도 "해양생태공원·수소도시로 태안 발전 견인"
  2. ['충'분히 '남'다른 충남 직업계고] 논산여자상업고 글로벌 인재 육성 비결… '학과 특성화·맞춤형 실무교육'
  3. 충남교육청 "장애학생 취업 지원 강화"… 취업지원관 대상 연수
  4.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 조직위, 준비상황보고회 개최
  5. "도민 안전·AI 경쟁력 높인다"… 충남도, 조직개편 추진

헤드라인 뉴스


납세자 늘어도 세무서 3곳뿐… 대전시 세정 인프라 태부족

납세자 늘어도 세무서 3곳뿐… 대전시 세정 인프라 태부족

대전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납세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세무서가 3곳에 불과해 세무서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구갑)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전시의 2024년도 주요 세목별 신고인원은 2019년 대비 부가가치세 17.9%, 종합소득세 51.9%, 법인세는 33.9% 증가했다. 또 대전의 2023년도 지역내총생산(GRDP)은 54조원으로, 전년 대비 3.6% 성장해 전국 17대 시·도 중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납세 인원 역시 2019..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조선시대 순성놀이 콘셉트로 대국민 개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3.6km)'.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주·야간 개방 확대로 올라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의 주·야간 개방 확대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간 개방은 '국가 1급 보안 시설 vs 시민 중심의 적극 행정' 가치 충돌을 거쳐 2019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제한적 개방의 한계는 분명하다. 평일과 주말 기준 6동~2동까지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오후..

전국 대학 실험실 발생 사고 매년 200건 이상…4월 사고 집중 경향
전국 대학 실험실 발생 사고 매년 200건 이상…4월 사고 집중 경향

최근 3년간 대학 내 실험실에서 발생한 사고로 매년 2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문정복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시흥갑)이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최근 3년간 전국 대학 연구실 사고로 총 607명의 부상자와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대학 내 실험실 사고로 지급된 공제급여는 총 8억 5285만 원에 달한다. 특히 4월에 매년 사고가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2023년 4월에 33명, 2024년 4월에 32명, 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 나에게 맞는 진로는? 나에게 맞는 진로는?

  •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