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우리 부모님의 경운기…반사판 달아주세요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우리 부모님의 경운기…반사판 달아주세요

김영 충남농업기술원장

  • 승인 2025-05-07 10:32
  • 신문게재 2025-05-08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목요광장)김영 충남농업기술원장
김영 충남농업기술원장
5월, 6월 논에서는 모내기가 한창이고, 과수원에서는 사과, 배나무 적과 작업, 밭에서는 다양한 채소를 파종하며, 지난해 사용한 비닐을 걷어내는 등 다양한 농작업이 동시에 진행된다. 이 시기야말로 농업인들에게는 한 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로 분주히 움직인다.

또한 바쁜 만큼 농작업 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매년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농기계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농업에 활용되는 기계는 많아졌지만, 농업인의 안전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농촌 어디선가는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가 벌어지고 있다.

경찰청 교통사고 분석시스템(TAAS)과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인 재해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 충청남도에서 발생한 농작업 재해 중 약 30%가 5월과 6월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시기에 경운기와 관련된 교통사고 비율이 가장 높다. 우리나라 경운기 보급 대수는 약 52만 3200대로, 트랙터·이앙기·콤바인보다 많다. 이는 경운기가 좁은 농로를 쉽게 이동할 수 있고, 수확물이나 자재 운반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격이 저렴하고 구조가 단순해 고령 농업인도 어렵지 않게 조작할 수 있어, 아직까지 많은 농가에서 주요 농작업 및 이동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조명장치가 미비하거나 새벽이나 야간 시간대 운행, 안전표지판 부착 미흡 등으로 인해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실제 2024년 6월, 청양군의 한 도로에서 야간에 경운기를 몰고 귀가하던 농업인이 뒤따르던 차량과 충돌해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경운기 뒤편에 야광 반사판이 부착되지 않아 차량 운전자가 식별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한 표지판 하나만으로도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상황이 많다.

경운기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에 해당하지 않아 등록이나 번호판 부착 의무는 없지만, 도로를 주행할 경우 반드시 야간식별장치와 반사체 등 안전표지판을 부착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농가에서는 비용 부담이나 안전장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충청남도는 경운기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표지판 무상 보급사업'을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확대 추진하고 있다. 농기계 순회 교육에 참여하면 반사 스티커를 무상으로 배부받을 수 있고, 관할 시군 농업기술센터를 직접 방문하거나 농기계 임대를 위한 필수 교육에서도 해당 장비를 제공 받을 수 있다.

경운기는 오래전부터 농촌 일상에 깊숙이 자리한 중요한 작업 도구다. 사용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위험요소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이들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농기계도 도로를 달리는 차량'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안전장비를 갖추는 것이 농업인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을 모두가 공감해야 한다.

반사판 하나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부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반대로, 그 작은 부주의는 순식간에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도로 위 경운기는 언제 어디서든 마주칠 수 있는 존재다. 하지만 그 존재를 운전자가 인식하지 못한다면, 농업인의 생명은 매 순간 위협받게 된다.

주변에 경운기를 자주 운행하는 부모님이나 이웃이 있다면, 한 번쯤 경운기 뒤편을 점검해보는 건 어떨까. 반사 스티커 하나가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농촌을 더 안전한 공간으로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바쁜 농번기, 농사일에 앞서 경운기 뒤편을 살펴보는 작은 실천과 안전에 대한 마음가짐이 지금 우리 농촌에 우선되어야 한다. /김영 충남농업기술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30년 행정수도 거점의 광역교통망 촘촘히 구축
  2. 천안시 인구 71만명 돌파
  3. 기나긴 공방 끝, 지천댐 건설 동력 확보… 기후부, 충청권 메가프로젝트 용수 수요에 '다목적댐' 추진
  4. 교육비 격차 벌어졌는데 장학금은 평균 웃돌아… 대전 대학 엇갈린 지표
  5. 충남대 국립공주대 통합신청서 통과…구성원 찬반투표 본격화
  1. "몸무게 23.6㎏ 저는 대전샛, 우주탐험 준비마쳤어요"
  2. 특진·포상 받은 수사, 무죄 나면?… 경찰개혁 ‘사후검증’ 과제
  3. [교단만필] 가을에 피는 꽃을 어찌 늦다 하겠는가
  4. [2027 수시로 간다-대학의 색, 미래의 선택] 목원대, 전공의 벽 허물고 AI 대학으로 혁신
  5. 아이 백일 앞둔 부부, 난임치료와 조산까지 도운 건양대병원에 기부금

헤드라인 뉴스


특진·포상 받은 수사, 무죄 나면?… 경찰개혁 ‘사후검증’ 과제

특진·포상 받은 수사, 무죄 나면?… 경찰개혁 ‘사후검증’ 과제

경찰 송치 이후 불기소나 무죄로 뒤집힌 사건까지 추적해 기존 수사 성과를 다시 평가하는 시스템 마련이 경찰개혁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이 사건 무작위 배당과 수사심사 강화, 우수 수사관에 대한 포상·승진 확대 등을 추진하는 만큼 잘한 수사뿐 아니라 결과가 뒤집힌 수사도 사후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검거나 수사 실적으로 특별승진이나 포상을 받은 뒤 해당 사건이 불기소나 무죄로 끝난 경우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인사에 반영할 것인지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오후 '경찰 범죄 수사..

담배꽁초 하나에 유성 카센터 2억 화재… 항소심도 벌금 500만원
담배꽁초 하나에 유성 카센터 2억 화재… 항소심도 벌금 500만원

담배꽁초를 제대로 끄지 않은 채 버려 2억 원이 넘는 화재 피해를 낸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2-2형사부는 실화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 씨는 2025년 3월 23일 낮 12시 13분께 대전 유성구의 한 카센터 앞에서 담배를 피운 뒤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가 현장을 떠난 뒤 약 4분 만에 카센터 건물 외벽에서 불이 났고, 외벽과 천장 등이 타면서 수리비 약 2억 1125만 원 상당의 피해..

2030년 행정수도 거점의 광역교통망 촘촘히 구축
2030년 행정수도 거점의 광역교통망 촘촘히 구축

충청권이 행정수도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그물망 광역교통망으로 한층 가까워진다. 2029년 대통령 세종 집무실,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시대를 앞두고 메가시티, 즉 광역연합의 시너지 효과도 커질 전망이다. 청주공항~KTX오송역~조치원역~대전역~세종터미널~유성터미널~KTX공주역까지 각 지역 교통 거점에다 국회 세종의사당을 잇는 별도 노선들도 속속 계획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 청장 강주엽)은 28일 청주국제공항(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에서 제34차 행복도시 광역계획권 교통협의회(이하 광역교통협의회)를 열고,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을 재촉하는 비 가을을 재촉하는 비

  • 대입 수시 앞 실기준비 ‘구슬땀’ 대입 수시 앞 실기준비 ‘구슬땀’

  • ‘청렴문화 함께 만들어요’ ‘청렴문화 함께 만들어요’

  • ‘온통대전 2.0’ ‘온통대전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