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북미로 가는 비행기에서 의사를 찾는 방송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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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북미로 가는 비행기에서 의사를 찾는 방송이 울렸다

이원형 대전을지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 승인 2025-05-15 16:44
  • 신문게재 2025-05-16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마취통증의학과 이원형 교수(반명함)
이원형 대전을지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1. 7~8년 전 북미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국적기를 탔다. 출발한 지 서너 시간 됐을 무렵 다급한 승무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내에 의사가 있으면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승무원에게 가니, 복도에 성인 한 명이 쓰러져 있었다. 의식은 있었지만, 얼굴이 창백하고 식은땀을 흘렸다. 어디가 불편하냐고 하니 북미에 사는 교포인데 일주일 전 한국에 와서 수술을 받고 어제 퇴원을 했단다. 다행히 안정을 취하도록 하니 점차 회복됐다. 그는 북미에 살지만, 한국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짧은 기간 동안 한국에 와 수술을 받고 돌아가는 교포였다.

#2. 10여 년 전 해외 연수차 1년간 아이들과 함께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선진국 중 한 곳이자 삶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진 북미의 한 국가에서 지냈다. 자연 친화적인 환경, 여유 있는 인프라, 스트레스 없는 인간관계 그리고 무료 의료복지 등 모든 것이 선진국다웠다. 그러나 아이가 스키를 타다가 무릎을 다친 후, 선진국의 환상이 무참히 깨졌다. 그 나라 의료체계에 따라 가정의에게 일차 진료를 받고 나니, 무릎 영상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진단방사선과 예약을 해준단다. 일주일 후에나 예약이 되어 영상사진을 찍었고, 결과를 보기 위해 다시 또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다. 확인하니 가정의가 치료할 수가 없는 상태라 소아정형외과 진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도시에 있는 유일한 종합병원의 소아정형외과로 예약을 했는데, 진료 일정이 무려 3개월 후였다. 그때 알았다, 이 나라에서 심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약 1/3은 수술받기도 전에 기다리다 사망할 수도 있다는 말이 사실인 것을…

첫 사례는 세계에서 의료비가 가장 비싼 국가에 사는 교포가 일부러 한국에 와서 수술을 받고 돌아가던 중 일어난 일이다. 그 나라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그 비용으로 한국행 항공권을 사고 수술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경비가 남는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교포가 많이 거주하는 한 도시에는 한국 의료관광 홍보가 넘쳐나고, 몇몇 수도권 병원에서는 이에 맞는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다. 그 나라 수술비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자연분만이 한화 약 1650만 원, 제왕절개술이 약 2000만 원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약 20배가 넘게 비싸다. 의료보험료도 상상을 초월한다. 보통 괜찮은 의료보험을 들려면 월 150만 원 정도가 들기 때문에 의료보험 없이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수입이 적은 사람이 입원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두 번째 사례는 무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느 선진국의 이야기다. 물론 이곳에서는 의료보험료가 그리 비싸진 않다. 의료보험료는 연말정산 시 일시불로 납입한다. 그러나 본인이 경험한 것처럼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며,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때에 받을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든다. 이 나라의 부유층들은 가까운 이웃 나라의 의료보험을 개인적으로 가입해 필요한 경우 이웃 나라로 넘어가 수술을 받는다고 들었다. 물론 이곳에도 한국 의료관광 패키지가 홍보되고 있었다. 의료환경이 이러니 실력이 있다고 알려진 의사들은 이 나라를 떠나 이웃 나라 병원에서 일한다고 한다. 70대 중반의 환자가 손가락이 저리고 아프다며 외래를 찾아왔다. 간단한 질의응답과 신체검사 결과 목디스크가 의심됐다. 즉시 영상사진을 촬영하고, 30분 후 CT 검사도 시행하니 목디스크로 확인이 됐다. 동의서를 받은 후 목디스크 치료를 위한 신경블록을 시행하고 일주일 치 약물을 처방했다. 일주일 간격으로 3번의 신경블록을 시행한 후 환자의 증상은 현저히 개선됐고, 잠시 담소를 나누었다. 알고 보니 해외에서 15년간 생활하다 돌아와 귀농해서 지내는 분이었다. 환자가 한국 의료에 대해 어떤지를 물었다. "한국 의료요? 천국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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