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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가 2023년 12월 준공하고도 1년 6개월째 개장하지 못하는 '형산강 마리나 계류장'. |
포항시는 2020년 7월부터 해상 60척, 육상 14척 등 74척을 정박할 수 있는 4만5892m²(1만3906평) 규모의 계류장을 형산강 하류지점(바다 인접)에 조성, 2023년 12월 초에 준공했다.
오랜 시간 방치하다보니 계류장 내 부유식 해상 접안시설 일부가 이격돼 파도에 출렁이고 있고, 강물 범람을 막는 콘크리트 벽 아래 벽돌들은 곳곳에 탈착돼 있다.
계류장 수심은 송도해수욕장 모래 유입으로 지난해 9월보다 얕아 보였다.
사정은 거북이걸음을 걷는 행정도 마찬가지다.
준공과 함께 해당 시설이 시설부서에서 관리부서로 이관돼야하지만 계류장 시설은 여전히 계류장을 조성한 포항시 푸른도시사업단에서 관장하고 있다.
해양수산국으로의 이관에 따른 조례도 개정하지 않고 있고, 시설물 보수를 위한 인건비도 확보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푸른도시사업단 관계자는 "50년 빈도의 심해설계파(해안구조물 및 항만의 설계 시 적용하기 위한 먼바다 기준 파도, 5년 단위 보완·개정) 기준이 6.44m에서 7.4m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기준에 적용해 마리나 계류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할 용역을 하반기에 의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관가 주변에서는 계류장을 개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호 마리나 계류장 등과 달리 방파제 내 계류장을 조성한 것이 아니라 파도를 막아줄 시설이 없는 송도바다와 인접한 형산강 하류에 계류장을 조성해 태풍이 오면 시설물 파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태풍으로 때 조성 중인 계류장 시설이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계류장과 형산강 하류의 준설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도해수욕장의 모래가 형산강으로 유입돼 계류장을 포함한 강 하류에 해수욕장 모래와 형산강 상류에서 떠내려온 각종 퇴적물이 쌓여 해마다 준설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송도 앞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해온 해녀들은 몇 년 전 "송도해수욕장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설치된 수중방파제(잠제)가 2/3 정도 모래에 묻혀 있다"며 해수욕장 모래 유실을 우려했다. 실제 태풍 때 송도 바닷물이 마리나 계류장을 지나 형산대교까지 밀려오고 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서 수년 전부터 송도해수욕장의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한 수중방파제(잠제) 3기를 설치했으며, 해변에 모래 15만㎥를 채우는 공사를 진행했다.
포항요트협회 관계자는 "계류장이 준공되면 수심 문제가 돌출될 것이라는 의견을 시에 전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요트와 제트스키 등이 어선의 안전운항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동화 해송어촌계장은 "마리나 계류장과 포스코까지 형산강 폭은 300m이며, 이중 어선이 운항할 수 있는 폭은 평균 50m 안쪽에 이른다"며 "출항을 하거나 입항할 때 수상스키나 모터보트, 요트 등과의 충돌이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배가 지나갈 때 좌우로 일어나는 물결 안으로 다른 배들이 들어올 수 없다"며 "형산강 하구에서 배 충돌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수상 기구는 잘 보이지 않아 충돌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의원들은 "형산강 마리나 계류장을 개장하지 못한 이유는 입지 선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감사원 감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태풍이 내습하면 마리나 계류장 시설의 초토화는 불 보듯 뻔하다"며 "바다와 강 경계지역에 요트 계류장을 만든 것 자체에 상당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 정보에 밝은 한 인사는 "막대한 국비를 들여 만든 요트 계류장을 개장하지 못한 이유는 태풍으로 인한 시설과 정박 중인 요트 파손과 이에 따라 예상되는 엄청난 시민들의 비난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태풍이 언제 포항으로 내습할지 알 수 없어 그 때까지 기다려 결과를 보지 말고, 계류장을 개장해 운영하다가 태풍이 오면 요트들을 동빈내항으로 피항시킨 뒤 파손된 계류장 시설물을 보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korea80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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