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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군청 전경 |
실제 사례만 봐도 문제는 명확하다. 2022년 3200만 원이 투입된 관광다변화 전략 연구는 지질공원 자원을 활용한 관광상품 개발을 제시했지만, 지금까지 실현된 사업은 없다. 2023년 귀농귀촌 정책 연구는 불과 2년 전 발주된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바뀐 건 보고서 표지와 용역비뿐이다.
용역 발주 구조도 불투명하다. 전체 57건 중 40건이 충북 지역 특정 3개 기관에 집중됐고, 이 중 절반 가까이는 공모 절차도 없는 수의계약이었다. 연구 대상의 다양성은커녕, 발주처와 연구기관 간 밀착 우려만 키우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실효성 없는 보고서는 양산되고 예산은 낭비된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다. 연구 결과는 대부분 군청 내부에만 머물고, 군민에게는 공개되지 않는다. 그 보고서가 실제 어떤 정책에 반영됐는지,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는 누구도 설명하지 않는다. 책임지는 사람도, 따지는 시스템도 없다. 단양군 행정이 연구를 '정책 수단'이 아니라 '행정 면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군의회는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견제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매년 수억 원의 예산이 연구에 쓰이지만, 그 결과나 실효성에 대해 제대로 따진 적은 많지 않다. 행정을 감시하고 군민을 대변해야 할 의회가 문제의식 없이 용역 예산을 통과시킨다면,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단양군은 더 이상 보여주기식 연구에 예산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수십 건의 보고서가 묻히는 행정은 혁신이 아니라 퇴행이다. 연구는 수단일 뿐이며, 그 결과가 현장에서 살아 움직일 때 비로소 정책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단양군의 행정은 '보고서를 만드는 데 능한 조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단양=이정학 기자 hak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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