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톤 실험 중 폭발…안전 사각지대에 잇따른 연구시설 사고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아세톤 실험 중 폭발…안전 사각지대에 잇따른 연구시설 사고

지난 4일 카이스트 실험실서 화재…20대 중상
최근 5년간 대전 교육연구시설 화재사고 64건
사례별 안전훈련 확대, 취약시간 실험제한 등 필요

  • 승인 2025-06-08 17:36
  • 신문게재 2025-06-09 6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카이스트 화재 현장
4일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동 5층 실험실에서 원인 미상의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사진=대전소방본부 제공)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아세톤 실험 중 폭발로 20대 여성이 중상을 입는 등 대전에서 교육연구시설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5년간 지역 연구시설에서 벌어진 화재만 해도 60여 건에 달해 사고에 취약하지만, 안전교육이 온라인 지도에 그칠뿐더러 연구실에 상주하는 대학원생은 교육 이수 확인도 안되는 등 안전 사각지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8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지난 6월 4일 오후 9시 52분께 유성구 구성동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동 5층 실험실에서 원인 미상의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불은 30여 분만에 진화됐지만, 실험 중이었던 20대 여성 A씨가 왼손과 등 부위에 2도 화상, 안면부 다발성 열상에 병원으로 이송됐고 같은 건물에 있던 3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당시 A씨가 실험실 내 흄후드(실험전용기구)에서 고인화성 4류 위험물인 아세톤을 이용해 실험을 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고 후 카이스트는 "교내 모든 연구실에 사고 사례를 전파하고, 6월 중에 정밀안전진단을 할 예정"이라며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해 개인 보호구 착용 점검을 강화하고 연구실 화학물질 특별 안전 교육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시설 내 사고는 이번만 있던 건 아니다. 소방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대덕연구개발특구 등 대전 지역 교육연구시설에서의 화재 사고는 총 64건으로 나타났다. 총 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전체 재산피해액은 약 66억 원에 달했다.

문제는 매년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안전 교육과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실안전법에 따라 연구 주체의 장은 연구 활동 종사자에 대해 사고 예방과 대응에 필요한 교육훈련을 실시해야 하고, 종사자 수에 따라 법적 기준에 의한 연구실안전관리사를 배치해야 한다.



사고가 난 카이스트의 경우도 학과 별로 안전관리사를 두고 연구실 근로자와 연구 활동 참여 대학생·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신규 대상자 안전교육, 기존 대상자 정기 안전교육·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 신규 교육 또는 연구실 사고가 발생했거나, 발생 우려가 큰 곳 외에 정기적인 교육은 오프라인 교육 ·훈련 없이 연간 또는 반기별 3~6시간 온라인 강의를 이수하는 게 전부라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구성원들은 오프라인 교육과 훈련 확대, 안전 취약시간대 실험 제한 등 실질적인 안전 교육 메뉴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카이스트에서 연구 활동 중인 B씨는 "사례 위주 교육과 실제 대처 훈련도 필요하다는 걸 현장에서 체감하는데, 현재는 온라인 교육 위주에 근로자 외 대학원생은 시스템 상에서도 교육 이수 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다"며 "연구실에 상주하는 이는 대부분 대학원생들인데 일과 시간 중에는 일이 너무 많아 저녁에 실험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그때는 안전관리사들이 퇴근한 후라 사고 우려가 있는 곳은 실험 시간을 제한하는 규정을 뒀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인 C씨도 "실험과제별 연구형태마다 달라지는 현장의 위험 요소·자재 마다 다른 특성에 대한 안전교육 받으면 좋을 거 같다"라고 의견을 보탰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YWCA, 현충일 맞아 임진각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캠페인
  2. (사)대한민국육군발전협회 대전세종지부, 현충일 맞아 애국심 고취 행사
  3. LH세종본부, '주택 7필지·상업 2필지·주차 1필지' 공급 예고
  4. 세종 새솔유치원, '되살림 장터' 성료
  5. [전문인칼럼] 상법 개정
  1. 이재명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구상...세종시 희생양 삼나
  2. 세종시 '나노신소재', 글로벌 시장서 기술 혁신 눈길
  3. [문화 톡] 화가 오정숙 추상화의 매력에 빠져
  4.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상상을 상상하다
  5. [독자 시] 세 송이 카네이션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구상...세종시 희생양 삼나

이재명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구상...세종시 희생양 삼나

이재명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구상이 '수도권 과밀 해소'는 외면한 채, '세종시=행정수도' 완성에 역행하는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은 도로 청와대 유턴으로 '수도권 중심의 권력 구도'를 다시 고착화하고 있고, 서울~세종~부산을 오가며 업무 비효율을 심화할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카드마저 결국 꺼내 들었다. 2004년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 후 21년의 세월을 흘려보낸 '행정수도 이전' 대의는 여전히 기나긴 사회적 합의란 문구로 희망고문을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입법·사법·행정의 이원화 구도를 개선해도 모..

충청 정가, 포스트 대선 여야 희비 속 주도권 경쟁 본격화?
충청 정가, 포스트 대선 여야 희비 속 주도권 경쟁 본격화?

6·3 대선 성적표를 받아든 충청 정가의 여야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당내외 변화에 관심에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승리를 자평하는 분위기 속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물밑경쟁이 예상되며, 국민의힘은 22대 총선과 4·2 보궐, 6·3 대선으로 이어지는 3연패 패배 후유증 극복이 과제로 지목된다. 21대 대선을 치른 충청 정가는 모처럼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4·10 총선과 올해 4·2 보궐, 6·3 대선까지, 연이어 공직선거를 치렀던 만큼 당분간 휴식과 내부 정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승리에 고취된 분..

男 육아휴직 늘어나는데, 절반 이상은 대기업 재직
男 육아휴직 늘어나는데, 절반 이상은 대기업 재직

우리나라의 남성 육아 휴직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중 절반 이상은 대기업에 재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 청년 재직자가 대기업보다 월등히 많은 국내 고용산업 구조를 감안했을 때, 중소기업의 남성 육아휴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육아휴직 제도 사각지대 개선 방안'에 따르며 고용행정통계를 토대로 2023년 기준 육아휴직급여를 받은 수급자와 재직 중인 기업 규모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 육아휴직급여 수급자는 해당 연도에 중복 인원을 제거한 육아휴직급여를 받은 순 수급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대전광역시장기 전국생활체육펜싱대회 성료 2025 대전광역시장기 전국생활체육펜싱대회 성료

  • ‘깨끗한 하천 만들어요’ ‘깨끗한 하천 만들어요’

  • ‘공공기관 시설물에 광고 전단지 안됩니다’ ‘공공기관 시설물에 광고 전단지 안됩니다’

  • 대통령 당선 현수막 대통령 당선 현수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