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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동 5층 실험실에서 원인 미상의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사진=대전소방본부 제공) |
8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지난 6월 4일 오후 9시 52분께 유성구 구성동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동 5층 실험실에서 원인 미상의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불은 30여 분만에 진화됐지만, 실험 중이었던 20대 여성 A씨가 왼손과 등 부위에 2도 화상, 안면부 다발성 열상에 병원으로 이송됐고 같은 건물에 있던 3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당시 A씨가 실험실 내 흄후드(실험전용기구)에서 고인화성 4류 위험물인 아세톤을 이용해 실험을 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고 후 카이스트는 "교내 모든 연구실에 사고 사례를 전파하고, 6월 중에 정밀안전진단을 할 예정"이라며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해 개인 보호구 착용 점검을 강화하고 연구실 화학물질 특별 안전 교육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시설 내 사고는 이번만 있던 건 아니다. 소방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대덕연구개발특구 등 대전 지역 교육연구시설에서의 화재 사고는 총 64건으로 나타났다. 총 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전체 재산피해액은 약 66억 원에 달했다.
문제는 매년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안전 교육과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실안전법에 따라 연구 주체의 장은 연구 활동 종사자에 대해 사고 예방과 대응에 필요한 교육훈련을 실시해야 하고, 종사자 수에 따라 법적 기준에 의한 연구실안전관리사를 배치해야 한다.
사고가 난 카이스트의 경우도 학과 별로 안전관리사를 두고 연구실 근로자와 연구 활동 참여 대학생·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신규 대상자 안전교육, 기존 대상자 정기 안전교육·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 신규 교육 또는 연구실 사고가 발생했거나, 발생 우려가 큰 곳 외에 정기적인 교육은 오프라인 교육 ·훈련 없이 연간 또는 반기별 3~6시간 온라인 강의를 이수하는 게 전부라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구성원들은 오프라인 교육과 훈련 확대, 안전 취약시간대 실험 제한 등 실질적인 안전 교육 메뉴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카이스트에서 연구 활동 중인 B씨는 "사례 위주 교육과 실제 대처 훈련도 필요하다는 걸 현장에서 체감하는데, 현재는 온라인 교육 위주에 근로자 외 대학원생은 시스템 상에서도 교육 이수 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다"며 "연구실에 상주하는 이는 대부분 대학원생들인데 일과 시간 중에는 일이 너무 많아 저녁에 실험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그때는 안전관리사들이 퇴근한 후라 사고 우려가 있는 곳은 실험 시간을 제한하는 규정을 뒀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인 C씨도 "실험과제별 연구형태마다 달라지는 현장의 위험 요소·자재 마다 다른 특성에 대한 안전교육 받으면 좋을 거 같다"라고 의견을 보탰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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