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옆 공사인데도 '자체심의'…문화재 보존 사각지대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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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옆 공사인데도 '자체심의'…문화재 보존 사각지대 심각

'마봉산 보루' 내부 공사 문화재 담당 부서 '몰랐다'
공사 부서가 판단·감시 역할까지…문화재 행정 구멍
市 "매 건수마다 위원회 개최 현실적으로 불가능"

  • 승인 2025-06-16 16:51
  • 수정 2025-06-16 17:07
  • 신문게재 2025-06-17 3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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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도솔산에 위치한 '마봉재 보루'에 설치된 산책로.(왼쪽 2010년 보수 전, 오른쪽 2025년 6월 보수 후)/사진=독자제공
대전시 지정 문화재자료인 마봉재 보루에서 문화재 부서와의 협의 없이 주관 부서의 '자체심의'만으로 공사가 이뤄지면서 논란이다.

문화재 보호구역 내 공사임에도 정작 문화재 부서는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구조적 문제점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6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대전 서구청은 지난 5월부터 도솔산, 구봉산 등 낙후된 등산로를 정비하는 '2025년 산림서비스 등산로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공사 범위에는 도솔산 내 위치한 대전시 문화재자료 제56호인 '마봉재 보루'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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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봉재 보루에 관한 대전광역시 지정문화재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건축행위등에 관한 허용 기준.
문제는 해당 공사가 보루 내부, 즉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1구역 내에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문화재 현상변경심의는 생략됐다는 점이다.

기존 시설물의 보수는 현상변경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대전시 관련 조례에 따라 담당 부서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곧바로 공사를 진행한 것이다.

그 결과 문화재 보존에 가장 핵심적인 감시 권한이 문화재 담당 부서가 아닌 공사 수행 부서에 맡겨져 문화재 전문 인력 없이도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마봉재 보루는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접경지대였던 대전 지역에서 처음으로 존재가 확인된 군사 방어 유적으로,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특히 이 일대는 삼국 간의 세력 다툼이 치열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마봉재 보루가 당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대전뿐 아니라 한반도 중부권의 고대사 전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지금도 현장에서는 당시 생활 흔적으로 보이는 토기 조각들이 발견되고 있으며, 이 유물들이 본격적으로 분석된다면 현재까지 알려진 백제와 신라의 국경선 개념이나 군사 전략, 지역 지배 방식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공사에서는 계단 재설치 등 지반을 파헤치는 작업이 이뤄져 보루 정상 부분에 돌과 석축이 뒤섞여 나뒹굴고 있다. 이에 문화재 유구에 영향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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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마봉재 보루의 보수된 산책로에서 삼국시대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생활용 토기가 발견됐다./사진=최화진 기자
일각에서는 해당 보루가 '문화재'가 아닌 '문화재자료'로 지정돼 있어 상대적으로 관리가 느슨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재 보호의 등급 차이가 행정당국의 관리소홀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인근의 '도솔산 보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기 전 전망대 설치 작업에 들어갔다가 유산 보호차원에서 무산된 바 있다"며 "문화재든 문화재자료든 국가적 유산은 보호해야 하는데 이런 홀대가 반복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구 관계자는 "해당 산책로는 10여 년 전 설치된 목재 구조물로 낙후된 상태여서 민원이 잦았다"며 "같은 재질로 안전상 문제만 해소하는 수준의 보수였고, 문화재 현상변경 여부는 시와 함께 현장 점검을 통해 재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모든 문화재 인근 공사를 일일이 허가제로 운영하면 건수가 많아 위원회 개최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민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규제 완화 차원에서 별도의 보고나 심의 없이 자체 판단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조례를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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