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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방치되고 있는 100억 원짜리 포항 해상캐릭터공원 전경. |
시는 지난해 10월 2일 제318회 포항시의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포항 해상캐릭터공원 활성화 용역비 2000만원을 확보한 뒤 행정사무감사를 앞둔 이달 들어 플랜이슈에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 결과는 12월 나올 예정이다.
캐릭터해상공원은 100억원을 들여 동빈큰다리 옆 바다에 공원, 음악분수, 파라고, 공연장을 갖춘 캐릭터해상공원을 국내 최초 '부력식'으로 조성, 2017년 7월 개장했다.
캐릭터해상공원이란 이름에 걸맞게 터닝메카드, 헬로카봇, 소피루비, 가스파드앤리사 등 어린이가 좋아하는 다양한 만화영화 주인공 조형물을 설치했다.
40m 높이까지 물을 뿜는 고사분수대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 올리며 인기 만화영화 '겨울왕국'의 주요 장면을 워트스크린에 연출하는 음악분수대도 만들었다.
시는 뮤지컬 공연과 전국 규모의 캐릭터 챔피언십 대회도 유치하고 상시 가족단위 관람이 가능한 개그·버스킹 공연존도 만들기로 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국내 최초 포항운하와 동해안 최대 재래시장인 죽도시장, 포항의 허파로 불리는 송도생태숲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개장 2개월 만에 전국에서 1만5923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그해 11월 5일 규모 5.4 포항지진(1년 전 규모 5.8로 역대 최강 경주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이 발생하기 전까지 4만여 명의 관광객이 몰려왔다. 지진 안전지대로 알려진 포항에서 느닷없이 발생한 수소탄 핵실험 때 나타난 지진 규모에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포항지진 이후 관광객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개장 1년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당시 한 달간 찾은 관광객은 30명 남짓했다.
매표소는 한때 문을 닫았다. 공원 내 놀이기구도 철거되거나 덮개로 씌워졌다. 민간위탁이 종료된 2019년 1월의 방문객은 127명에 그쳤다. 이후부터 방문객 수가 집계되지 않고 있다.
23일 포항 해상케릭터공원을 찾았다.
매표소로 이용됐던 시설물은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빛바랜 캐릭터 로봇은 안쓰러워 보였고, 공원 내 수로에는 동빈내항에서 밀려온 기름과 쓰레기들이 떠다녔다. 외부에서 전력을 끌어오는 해저 케이블은 탈착된 채로 물에 떠 있어 위험해 보였다.
녹슨 기둥, 방치되고 있는 조명터널, 잠자는 분수대, 이용객들의 해상 추락이 우려되는 무지개 색 정사각형 의자(가로 세로 높이 60cm) 7개 등 각종 시설물이 을씨년스러웠다. 한 시간 가량 취재하는 동안 관광객은 아무도 없었다.
70대 관리인은 "바다 위에 만든 해상공원이라 그늘이 없어 한낮의 열기가 대단하다"며 "하루 10여명의 주민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바람에 날려 온 바닷물로 조명시설이 자주 망가지고 동빈내항 부유물과 기름이 밀려와 분수 가동 땐 청소(회당 200만~300만원)비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민들은 "100억원을 들여 조성한 해상공원을 어떻게 수년째 방치할 수 있느냐. 지진이나 코로나 사태를 겪은 지도 오래됐다"며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영원 포항시의원은 "해상공원을 유지, 보수하는데 연평균 5천만원이 투입됐다"며 "사람들이 찾지 않는 해상공원을 기한 없이 방치하는 것이 옳지 않다. 철거, 이전, 활성화 중 하나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70대 관광업계 종사자는 "국내 최초로 조성한 포항해상공원은 실패작"이라며 "이곳에서 해변축제를 열기보다 인근 영일대해수욕장이나 18년 만에 재개장하는 송도해수욕장에서 개최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진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이용객들이 줄어 공원형태로 청소를 하고 있다"며 "해상케릭터공원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해 이달 초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했다"고 전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korea80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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