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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오후 7시 30분 대전 동구 산내 골령골에서 1950년 6월 민간인 학살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평화예술제 공연이 펼쳐졌다. (사진=임병안 기자) |
대전 골령골 주변에서 쉽게 관찰되나 눈여겨 보지 않아 존재를 잘 모르던 산딸나무 꽃잎이 이곳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 피해자를 위로하고 기억하는 상징물로 제시됐다. (사)대전민예총과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는 6월 26일 오후 동구 산내 골령골 학살지에서 개최한 '제4회 평화예술제'에서 골령골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상징 식물에 산딸나무를 생각하고, 하얀 꽃잎 모양의 뱃지를 제작해 이날 참여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산딸나무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 어디서나 비교적 잘 자라고 6월 상순경 흰색 순결한 꽃을 피우는데, 그 모양이 마치 십자가를 닮아 '희생'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김성장 대전민예총 이사장은 "우리 주변에 분명 있으나 전에 보이지 않던 꽃이 더 잘 보이는 것, 기억한다는 것이 그런 의미가 있다"라며 "피어나지 못하고 서둘러 저버린 꽃들에 대하여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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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골령골 평화예술제에서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걸게그림 색칠하기 등이 이뤄졌다. (사진=임병안 기자) |
이날 한 시간 남짓 진행된 평화예술제는 상여소리를 앞세워 이 땅의 희생자들을 안타까워하고 교훈을 담은 만장이 임시무대에 입장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시민들은 문화제 시작 전부터 현장에 마련된 참여 코너에서 유가족을 위로하는 붓글씨 쓰기 체험을 하고, 걸게 그림에 색칠을 도왔다. 마당극패 우금치 단원들이 탈을 쓰고 1950년 6월 27일부터 이곳에서 벌어진 학살을 재현해 망인들의 혼을 달랬다. 이어 맺힌 원한을 풀고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임창숙 선생의 해원상생춤이 무대에 오르고 김미숙 연주자의 해금 연주 그리고 성악가 문여진의 '천개의 바람이 되어', 가수 전강수의 '작은 산' 노래가 골령골에 메아리쳤다. 대전평화합창단의 아카펠라 공연에 이은 창작탈춤패 '그믓 넘차' 단원들이 흥겨운 몸짓 공연으로 평화예술제를 마쳤다.
여름 초입에 왔다./ 아니 끌려 왔다.// 그때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두려움은 모든 구멍을 막았다.// 그늘지고 외진곳 다시 보니 예쁘다./ 무섭다는 생각에 그때는 몰랐다.// 시간이 지나 골짜기로 들어오는 길./ 무덤이 되지 않았다면...// 여름 이야기하며 식구들과 함께 걷고 싶다. 김희정 시 '이제, 국가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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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나무꽃 뱃지 |
정경희 대전민예총 사무국장은 "지난해 12월 계엄사태에 국민은 힘과 지혜를 모아 극복했듯이 이곳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대한 아픔에 대해서도 우리가 힘이 있어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오늘 평화예술제를 마냥 무겁지는 않도록 기획했고, 힘차게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고자 마지막 공연은 흥겹게 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제75주기 제26차 피학살자 합동위령제를 대전 동구 낭월동 13번지 일대 산내 골령골에서 27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사)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희생자유족회대전위원회가 주최해 개최된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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