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점심시간에 하는 고민 중의 하나다. 더구나 병원을 오류동에서 둔산 지역으로 옮기면서부터는 점심을 해결하는 일이 하나의 일상 업무가 되어 버렸다. 오류동에서는 병원 근처에 집이 가까이 있어 점심시간에 집에 들러 식사도 하고 조금 쉬기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매일 밖에서 점심과 휴식을 동시에 해결해야 되기 때문이다.
점심이란 본래 마음에 점만 찍을 정도로 간단히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어디 그런가. 주어진 60분 안에 기분이나 입맛에 따라 다양한 점심 메뉴 중에서 매일 한 가지씩 선택해야 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병원은 점심시간을 90분으로 정해두고 느긋하게 식사도 하고 잠시 개인 일을 보거나 쉬면서 낮잠을 자는 원장도 있으나, 요즘에는 그런 팔자 좋은 사람보다는 60분 안에 식사를 하고 오후에 다시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원장이 대부분이다.
운 좋은 날에는 다른 병원 원장이나 손님과의 약속으로 인해 즐거운 점심시간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내 경우는 대부분 혼자서 식사를 해야 되는 날이 더 많은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점심 메뉴는 갈비탕, 청국장, 칼국수 등이지만 요즘에는 늘어가는 체중 때문에 고 칼로리보다는 저칼로리 음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간혹 유명 화가가 전시회나 기획전이 있을 때에는 간단하게 빵이나 우유를 대용식으로 준비한 후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그림을 보러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요즘에는 도시락을 싸거나 드물게는 반찬만 가져가서 병원 직원과 함께 점심을 해 먹는 의사도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가급적이면 점심시간에는 병원이라는 공간을 벗어나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매일 사먹는 점심이라고 해도 가정집처럼 정성이 듬뿍 넘치는 백반집이 최고인데 둔산 지역에서는 애석하게도 마음에 드는 그런 식당을 발견하지 못했다.
요즘에는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지면서 직장인들도 구내식당 이용객이 늘었다고 하니,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주변에 있는 나와 비슷한 점심 사냥꾼 의사들을 모아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도시락 클럽'이라도 만들어봐야겠다.
오세원/닥터오즈정신건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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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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