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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신 대전미래교육연구회장 |
요즈음 2025년부터 전국 고등학교에 전면 실시하는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오히려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다고 논란이 많다. 뿐만 아니라 이미 성행 중인 '영어유치원', '4세 특목고반'은 사회적인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공교육 무력화의 핵심에는 대학입시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교육부는 지금까지 대학입시 개선을 위해 1980년 이후 총 8차례에 걸쳐서 대학입학전형을 개정하였고 교육부와 대입포털 '어디가'의 자료에 따르면 대학입학전형 방법의 수가 3000개에 이른다고 한다. 상황은 더 나빠졌고, 부모의 학력과 정보력 그리고 경제력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의 대학입학 전형 방법도 어렵지만, 새롭게 시행하는 고교학점제는 대입시의 관련성 때문에 어떤 유형의 고등학교를 선택하는가 하는 문제부터 어떤 선택과목을 신청하는가의 문제로 웬만한 학부모는 판단하기 어렵고, 사교육의 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졌다. 어쩌다 교육이 길을 잃고 시장에서 헤매게 되었는지 개탄스럽다. 그동안 우리가 채택했던 입장, 대학입시제도를 바꾸면 초·중·고 공교육이 살아날 것이라는 가정은 이미 실패한 것임을 나타낸다. 유치원교육까지도 대학입시 사교육 과열에 빠트렸기 때문이다.
이제 교육부는 대학 입시 과열 때문에 교육의 본질과 먼 정책을 만들어내는 교육적 오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고집스럽게 유치원, 초등학교 그리고 중학교의 기초·기본교육을 강화함으로써 공교육을 바로 세우는 혁신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초·기본교육은 대학입시와는 관계가 멀어 보인다는 생각은 교육현장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몇 년의 시간을 거슬러보면 대학입시도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기초·기본교육의 충실함 여부에서 출발한다고 보면 그 둘의 인과 관계는 매우 밀접하다. 중학교 수학 선생님들의 한탄이다. "학생들이 분수를 어떻게 셈하는지 몰라서 기가 막힙니다. 분수는 물론 다른 연산도 잘하지 못하고요." 수학 시간에 딴짓하고 자는 아이들은 나쁜 학생이라서 그럴까 생각해보면, 아니다. 그들은 14살 아이의 인생에서 바로 3년 전에 분수를 잘 못 배운 것이다. 균등한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음, 즉 학습기회 결손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그 결손은 학습부진이 되고 그 학습부진은 또 누적돼 결국 그 학생들은 14살의 나이에 학습부진아가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에 만연한 이 학습 부진을 어떻게든 타파해야 초등교육이 살고 다시 중·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할 바탕을 갖춘 청소년이 된다. 더욱, 학업성적 이전에 그들이 갖게 되는 사회적 불평등감은 사회적 과제가 될 수 있다.
기초·기본교육의 회복은 우리 아이들에게 기대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학생의 성장 발달에 최적화돼 구성된 초·중·고 교육과정에 고집스럽게 충실해야 하며 이를 중심으로 수직적으로는 진로진학의 과정과 수평적으로는 가정과 지역사회와 협력으로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교육이 살아야 미래도 있다. 정상신 대전미래교육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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