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국 산동성 웨이하이 출신으로, 현재는 세종시에 살며 12살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한국에 시집온 뒤, 해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되면 딸과 함께 친정집을 찾습니다. 올해도 남편이 7월 30일부터 휴가를 내자 온 가족이 함께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처음으로 비즈니스석을 이용했습니다. 비행 시간은 짧았지만 아이는 매우 신기해했고, 저희 가족 모두에게도 오랜만에 '여행다운 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저희 친정은 농촌이 아닌 도시 주택가입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얼굴을 맞대고 담소를 나누고, 딸은 외할머니·외할아버지와 자연스럽게 중국어로 이야기합니다. 방학이 아니면 누리기 어려운 시간입니다. 특히 아이가 중국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언어를 익힐 수 있어 저에게는 이 시간이 더욱 값지게 느껴집니다.
딸은 평소에는 학교에서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며 생활하지만, 방학만큼은 가족을 통해 중국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합니다. 덕분에 언어뿐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도 자연스럽게 형성해가고 있는 듯합니다.
저는 한국도, 중국도 모두 우리 가족의 뿌리라고 생각합니다. 딸이 방학마다 이 두 세계를 오가며 자신만의 문화를 넓혀가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이 과정 자체가 저희 가족이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만들어가는 '우리만의 연결고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문화가정의 삶은 때로는 고단하고, 때로는 복잡합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문화를 품은 가족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은 한국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키워가는 데 분명 의미 있는 씨앗이 된다고 믿습니다.
저희 가족에게 방학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이 소중한 씨앗을 정성껏 돌보는 시간입니다.
/이영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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