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85-부여 가림성 사랑나무에 걸린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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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85-부여 가림성 사랑나무에 걸린 맛

김영복 식생활연구가

  • 승인 2025-08-25 16:59
  • 신문게재 2025-08-26 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부여 임천면 가림성
부여 임천면 가림성.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번 '맛있는 여행은 백제의 마지막 고도 부여 그 중에서도 임천면의 가림성(扶餘 加林城)과 사랑나무를 들러 임천면의 맛집을 둘러보기로 했다.

필자는 서울에서 공주를 거쳐 부여 읍에서 대전 논산 방면으로 오다 서천 가는 국도를 달려가다 보니 임천면에 들어서게 된다.

임천면 소재지는 비교적 작지만 깔끔한 느낌을 준다. 임천면 소재지에서 자동차로 나무동굴 같은 좁은 길을 한참 올라가니 넓은 주차장이 있고 깨끗한 화장실과 민가 한 채가 있다.

이곳에서 조금 올라가 거대한 암석 산 가운데, 가파른 계단이 보인다. 높이 268m인 성흥산이며, 앞에 보이는 산이 성흥산성으로 불리는 가림성(加林城)이다.



저 돌계단을 오르면 하트형의 사랑나무가 있다하여 젊은 청춘남녀들이 많이 찾아 온다고 하며, 원경왕후가 충녕대군과 함께 한양을 내려다보던 곳, '로봇아니야'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바람과 구름과 비'' 쌍각포차, 환호'서동요, 호텔 델루나, 원경 등 각종 드라마·영화에 자주 등장하여 더욱 알려진 가림성 느티나무이다.

팔순을 앞둔 필자가 청춘남녀들과 같이 사랑을 기대하고 가파른 돌계단을 오른다는 것은 부질없지만 건강을 위해 쉬엄쉬엄 도전해 볼 만한 높이라 해서 오르니 눈에 보이는 높이만 높이가 아니다.

그렇지만 숨을 몰아쉬며 올라 올 만한 충분한 보상이 뒤따르는 곳이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사방팔방이 탁 트여 금강 줄기와 함께 멀리 강경읍이 보이고 희미하게 서천이 눈에 들어오는 등 인근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서 방비용 성으로서의 그 입지가 상당히 훌륭하다.

부여 임천면 가림성 1
부여 임천면 가림성. (사진= 김영복 연구가)
501년 동성왕(東城王 23) 8월 위사좌평(衛士佐平) 백가가 축조하였다고 전해지는 부여 가림성(扶餘 加林城)은 성벽 높이는 대개 3~4m이며, 축조 방식은 일부는 외면에 화강암의 대략 다듬은 석재를 수평으로 고임쌓기한 석축과 동벽 밖의 토축으로 되어있다. 일부는 안으로 흙을 다져 내탁(內托)을 하고 외면을 석축을 하였으므로, 흙을 파낸 곳은 자연히 도랑 즉 호(壕)를 형성하고 있다. 서쪽 성벽의 석축 부분을 견고하게 하기 위하여 성벽보다 약 1.5m 정도 앞의 부분까지 넓혀서 기초를 만들었고 토축부분은 산의 능선을 따라 지그재그 식으로 축조하고 있다. 주문인 남문지의 너비는 4m이며, 초석이 현존하고 있다. 성의 동벽 안쪽에는 우물이 있어 오늘날도 물이 풍부하게 고여 있다. 남문지 앞에 있는 토성산(土城山)에 둘레 약 200m의 토축의 보루가 있는데 이 토축 보루에는 부속된 작은 보루(堡壘)가 또 있다. 이와 같은 크고 작은 성이 쌍을 이루어 배치된 것은 백제 산성의 독특한 점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의하면 이 성을 쌓은 백가는 동성왕이 이곳으로 보낸 것에 앙심을 품고 반란을 일으켰다가 잡혀 죽었다고 전한다. 또한, 백제 시대에 축조된 성곽 가운데 연대가 확실한 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백제부흥운동군의 거점지이기도 하였는데, 663년 당시 이곳을 공격하던 유인궤(劉仁軌)가 이 성이 험하고 견고하여 공격하기 어렵다고 한곳으로 난공불락의 요새지였다.

부여 가림성 사랑나무 2
부여 가림성 사랑나무. (사진= 김영복 연구가)
성의 내부 정상은 약 600여평의 평탄한 대지로 되어 있고 한켠에는 400년 이상이 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높이 18.5m, 둘레 518cm에 가지 뻗음은 동서 26m, 남북 23m로 넒은 원뿔 모양으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오래 된 수령(樹齡)은 물론 서동과 선화공주의 애뜻한 러브스터리에 대한 전설이 깃들어 있으며, 오른쪽 아래 나뭇가지와 지면은 절묘하게 하트 모양을 만들어 내 사랑나무 아래에서 각자 사진을 찍고 좌우를 합치면 하트 모양이 생긴다.

이런 연유로 젊은 연인들의 인생 샷 명소로 사랑받는다.

성 위쪽으로 더 올라가니 고려 초기의 무장이자 개국공신으로, 태조 왕건의 후삼국 통일 과정에서 후백제와의 치열한 싸움으로 혁혁한 공을 세운 유금필 장군이 고려 태조를 만나러 가는 길에 임천에 들렀다가 패잔병의 노략질과 전염병, 흉년에 시달리던 빈민들을 위해 군량을 풀고 둔전을 운영하는 등 선정을 베푼 공덕을 기려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 있고 사당 뒤편 정상의 팔각정자 '성흥루'가 있다.

성흥루는 1979년 주민들의 성금으로 건립되었으며, 성흥루 현판은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 친필이다.

그리고 나당연합군에 맞서다 순국한 백제의 군인들을 위령하기 위해 1985년에 건립된 충혼사(忠魂祠)가 있다.

충혼사에는 마지막까지 백제의 수도를 수호하던 장졸들의 신주(神主)에 해당하는 수성장졸제신위(守城將卒諸神位)라고 적힌 위패들이 모셔져 있다.

이곳 가림성 산자락에는 1500여년 전(6세기) 백제사비 시대 수도 부여를 수호하기 위해 축조된 천년고찰 대조사(大鳥寺)가 있다.

대문안집 막국수
대문안집 막국수. (사진= 김영복 연구가)
'한 노승이 조그만 암자를 짓고 살았는데 꿈 속에서 큰 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새가 황금빛을 발산하면서 현재의 대조사가 있는 곳에 앉아 큰 바위를 향해 날개를 저었다. 한 줄기 광명이 바위에 집중되더니 그곳에서 관세음보살이 나타났다.' 황금빛 큰 새가 나타났다

고 대조사(大鳥寺)라고 이름을 지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한불교조계종 6교구 본사인 마곡사(麻谷寺)의 말사인 이곳 대조사는 인도에 가서 범본(梵本) 율장(律藏)을 가지고 돌아와 백제 불교의 방향을 달리한 겸익(謙益)이 창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적기에 기록된 현판에 따르면 이 사찰은 527년 담혜(曇慧)가 창건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대조사는 고려 원종 때 진전장로(陳田長老)가 중창하고, 법당 뒤쪽으로 가면 미륵석불이 보인다. 보물 제 217호인 대조사 석조미륵보살입상(石造彌勒菩薩立像)이다. 관세음보살이 나타난 큰 바위에 만든 불상이라고 전해지는데,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미륵불로 알려져 있다.

가림성을 둘러 보다 보면 금방 시장끼가 돈다.

그럴 때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집은 임천면 소재지에 있는 새미네 호떡집이 있다.

새미네 호떡집에 들어서니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의자에 앉아 있다. 폭염을 피해 오신 것 같다.

웃음을 잃지 않는 상냥한 여사장에게 찹쌀호떡, 고로게, 핫도그를 사 봉지에 담아 와 숙소에서 먹었다. 무척 부드럽고 찰진 맛이 난다.

이 집은 비록 시골 면소재지에 있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임천면에는 점심 때 웨이팅(waiting)이 걸리는 소문난 맛집이 있다는데, 그 집이 바로 여름철 막국수로 유명한 대문안집이다.

임천면 와종마을 큰 길가 근처에 위치해 있는 이 식당은 무척 시골 안길에 위치해 있어서 가림성 등을 방문할 때 굳이 찾아와야 하는 집이다.

대문안집 막국수 2
대문안집 막국수. (사진= 김영복 연구가)
식당 앞에 전용 주차장이 있지만 무척 협소하고 손님도 많아서 주차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조금만 걸을 생각하면 주변에 주차할 곳은 많다.

시골이라 그런지 이 집의 손님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는 분들이 많다. 이 집의 여름 메뉴는 주로 막국수다.

비빔막국수와 물막국수 두가지인데, 비빔막국수를 시키면 육수가 따라 나온다. 비빔막국수는 각종 채소가 채썰어져 고명으로 올라가있고 그 위로 콩가루가 뿌려져있다. 그리고 양이 보통 식당보다 많으며, 국물이 아예 없어 퍽퍽해 잘 안 비벼지는데, 이때 육수를 조금 넣고 비비면 아주 잘 비벼진다.

살 어름이 있어 육수가 시원한 물막국수와 메밀 향이 나는 면발이 여름철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별미라 할 것이다.

사실 막국수는 메밀면을 주 재료로 하는 시원한 국수다.

지금이나 메밀을 재배하는 경작지를 구경하기 어렵지만 70년대 그 이전까지만 해도 조선천지 척박한 땅에 재배하던 곡물이었다.

대문안집은 9월부터는 순두부찌개 울금백숙, 울금곱창전골을 한다.

메일은 조생종이기 때문에 이모작이 가능한 곡물이며 척박한 땅에도 잘 자라 천수답에 의존했던 옛날 가뭄이 들어 파종 시기를 놓칠 경우 메밀을 뿌려 놓아 수확했던 것이다.

메밀을 영어로는 Buckwheat라고 하고 한자는 교맥(蕎麥 : 메밀 교, 보리 맥)이라고 한다. 蕎麥의 일본식 발음이 바로 소바(そば)다. 소바((そば)는 음식 재료인 메밀(蕎麥 )이면서 음식이 름이기도 하다. 그런데 메밀은 목맥(木麥)이란 한자어도 갖고 있다. 재미있게도 목맥(木麥)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우리 한자어다.

메밀(蕎麥)을 오방지영물(五方之靈物)이라고 한다.

白花(흰꽃), 紅莖(붉은줄기), 靑葉(푸른잎), 黃根(누런뿌리), 黑實(검은열매)를 말한다. 흰색의 금(金)의 기운, 파란색의 목(木), 붉은색의 화(火), 검은색의 수(水), 황색의 토(土)의 기운, 오행의 기운을 모두 가지고 있는 식물이다.

火의 기운이 강한 여름, 金은 녹아들고, 木은 불타버리고, 水는 증발을 하고, 土는 메말라 갈라지는 현상처럼, 균형을 잃기 쉬운 우리의 몸에 메밀 섭취는 그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메밀로 주로 국수를 해 먹었지만 옛날에는 죽, 밥이나 떡 만두를 해 먹기도 했다. 고려 말의 문신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년 5월 9일 ~ 1396년 5월 7일)은 "대나무 꼬챙이에 메밀떡을 꿰어/간장 발라 불에 굽는다"고 했으며 강원도 정선의 풍광을 그리며 "메밀죽은 어찌 이리 매끄러운지/송화꿀은 참으로 향기롭구나"라고 했다.

『중종실록(中宗實錄)』54권, 정조 24년(1800년) 6월 20일 "命加減逍遙散停止, 製入乳粉托裏散一貼, 三仁田螺膏及木麥飯。유분탁리산과 삼인전라고 및 메밀밥(木麥飯)을 지어 들여오라고 명하다."

정조 24년(1800년) 6월 21일에도 "메밀밥(木麥飯)"이 나온다. "

풍석(楓石) 서유구(1764∼1845)의 『행포지(杏蒲志)』에 "고맥(蕎麥)은 맥(麥)이 아닌데 맥(麥)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마쇄한 가루와 요기가 되는 것이 밀의 국수와 같기 때문이다. 줄기가 약하고 자라기 쉽고 거두어들이기 용이하여 교맥(蕎麥) 또는 (당아욱 교)麥이라고도 한다. 꽃이 번밀(繁密)하여 화맥(花麥)이라고도 하며 열매가 익으면(곁껍질부가) 검게되므로 오맥(烏麥)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줄기가 나무의 마디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하여 목맥(木麥)이라 부른다. 南北에 다 같이 있으나 關東의 정선의 것이 上이고 알이 크며 흰가루는 기름기가 있어 보들보들하여 떡을 만들기에 좋다"라고 하였다. 김영복 식생활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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