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생명공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바이오파운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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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생명공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바이오파운드리

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 책임연구원·사무국장

  • 승인 2025-09-28 11:31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센터장
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 책임연구원·사무국장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공학이 사회 전반을 재편하는 격변의 시대를 목도하고 있다. 이 거대한 기술의 물결은 이제 생명과학이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밀려들며, 그 중심에 '바이오파운드리(Biofoundry)'라는 혁신적인 개념을 우뚝 세우고 있다.

바이오파운드리는 마치 반도체 파운드리가 정교한 전자회로를 대량 생산하듯,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전자를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설계(Design), 합성(Build), 분석(Test), 학습(Learn)해 원하는 기능의 생체 시스템을 창조하는 첨단 플랫폼이다. 이는 우리가 원하는 생체 부품을 마치 레고 블록처럼 손쉽게 조립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생명 시스템을 탄생시키는 미래형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세스는 'DBTL(Design-Build-Test-Learn)'이라는 고도화된 순환 체계를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며, 생명공학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바이오파운드리가 열어갈 미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기존의 석유화학 공정을 대체해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또는 바이오 연료 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의료 분야에서는 맞춤형 정밀 의약품 개발을 가속하며 난치병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다. 또한, 식량난 해소를 위한 대체 단백질 개발, 탄소 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바이오 기반 해결책 등 인류가 당면한 여러 난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할 잠재력을 품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 불가결인 기반이 될 것이다.

세계는 이미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바이오파운드리를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의 핵심 기술로 간주하고,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유기적인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도하는 '자동화된 생물학'과 국립과학재단(NSF)의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프로그램에는 수년간 수억 달러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어 군사적, 산업적 활용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민간 부문 역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벤처 투자를 유치한 긴코바이오웍스(Gingko Bioworks) 같은 유니콘 기업들이 기술 상용화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은 정부의 기술 개발 지원과 민간의 시장 주도권 확보가 시너지를 내는 '상생형 혁신'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다.



중국은 더욱 놀랍다. '중국제조 2025'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바이오산업을 핵심 육성 분야로 지정하고, 2024년에는 5조 6000억 원 규모의 막대한 예산을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구축과 관련 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상하이, 선전 등 주요 도시에 국립 바이오파운드리 센터를 설립하고 첨단 장비와 시설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함으로써 기술 자립의 토대를 빠르게 다지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막대한 투자는 인프라와 기술 역량을 단기간에 끌어올려 글로벌 바이오파운드리 시장의 주요 경쟁자로 급부상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ICT 기술과 반도체 산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바이오파운드리가 필요로 하는 자동화, 데이터 분석, 그리고 AI 기반 설계 기술과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독보적인 강점이다. 이러한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해 미국과 중국의 추격 속에서 우리만의 '초격차'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 주도로 올해부터 추진 중인 국가바이오파운드리 구축 전략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구축되는 인프라는 산학연(산업계, 학계,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는 고가의 장비 접근성을 높여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촉진할 것이다. 또한, 바이오파운드리는 생명공학 지식뿐만 아니라 AI, 로봇 공학, 컴퓨터 과학 등 다양한 기술에 대한 융합적 이해를 요구한다. 따라서 미래 바이오파운드리 산업을 이끌어갈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해외 선진 연구기관과의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국제 바이오 생태계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우리의 기술력을 알리고 상호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바이오파운드리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넘어,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고 우리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열쇠입니다. IT 강국 역량과 바이오 기술 잠재력을 융합해 바이오파운드리 초격차 기술을 확보한다면, 우리는 다가오는 바이오경제 시대의 선도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담대한 비전을 실현할 때다. /정흥채 책임연구원 사무국장,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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