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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왼쪽) 박사와 히긴스 윌슨 박사. |
이 기술은 전 세계적 '물 부족'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표면의 70%가 바다지만 마실 수 있는 담수는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담수화 기술은 인류가 직면한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최근에는 태양열을 활용한 계면증발(ISG)' 기술이 물-공기 계면의 물 분자만을 가열하는 특성 탓에 증발 성능이 우수해 활발히 연구되고 있지만 날씨와 낮·밤 변화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여기에 5V(볼트) 이하의 낮은 전압의 전기를 이용한 '줄(Joule) 가열' 방식을 결합했다.
이는 전기가 흐를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전기장판이 따뜻해지는 원리와 같다. 태양열과 전기열을 동시에 사용하면 낮에는 두 가지 에너지를 모두 쓰고, 밤에는 전기만으로도 작동해 하루 종일 안정적으로 담수를 생산할 수 있다.
핵심은 빠른 증발과 함께 높은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는 소재다. 연구팀은 구멍이 촘촘한 수세미 구조의 '유리질 탄소 스펀지'를 활용했다. 이 소재에 '티올(thiol)'이라는 화학물질로 처리해 물 흡수력을 높이고 전기저항을 약 0.75Ω(옴)까지 낮춰 전기가 잘 흐르도록 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순수한 물을 증발시키는 실험에서 증발기 표면 온도가 빠르게 물의 비등점에 가까운 약 98°C에 도달했고 시간당 205kg/㎡의 수분을 증발시켰다.
이 증발률은 세계 최고 기록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농도(3.5wt%)의 바닷물 조건에서는 증발이 일어나는 표면에 염이 석출돼 증발 속도가 크게 느려지지만 시간당 18kg/㎡를 처리하며 전례 없는 담수화 성능을 입증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의 강점은 안전성과 실용성이다. 날씨나 낮·밤에 상관없이 일정한 성능을 유지해 사막이나 해안 지역 등 물 부족 지역에서 활용도가 높다. 빠른 고온 가열이 가능해 살균이나 공기 중 수증기를 포집해 식수로 전환하는 기술에도 응용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이상준 교수는 "연구는 계면 증발식 담수화가 직면한 성능 한계를 뛰어넘은 혁신"이라며 "급속 고온 가열 전략은 담수화뿐만 아니라 살균이나 물 수확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korea80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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