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동안 중국 영화 《장안의 리치》를 봤는데, 정말 인상 깊었다. 스크린 속 이야기는 단순히 한 알의 과일을 넘어, 시대의 흥망과 인간의 욕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당나라 현종 황제가 총애하던 양귀비는 리치를 좋아했지만, 당나라의 수도는 장안(지금의 시안)에 있었고, 리치는 영남지역(지금의 광둥, 광시, 하이난 등지)에서 생산되었다. 양귀비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권신 양국충은 사람을 시켜 먼 영남으로 보내어 신선한 여지를 장안까지 밤낮없이 운송하게 하였다.
리치는 '하루가 지나면 빛깔이 변하고, 이틀이 지나면 향기가 변하며, 사흘이 지나면 맛이 변한다.'라고 한다. 누가 이 불가능한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겠는가? 불행히도 그 임무는 작은 관리 '이선덕'(李善德)에게 맡겨졌다.
그는 여러 노선을 설계하며 끊임없이 실험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떠올린 방법은 첫째, 리치를 따지 않고 가지째 운송한 뒤, 특수 제작된 항아리에 밀봉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둘째, 길을 따라 역참을 설치해 사람과 말을 계속 교대하며 속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수많은 위험을 겪은 끝에 '이선덕'은 마침내 성공했다. 그러나 그는 성공했다고 기뻐하지 않고 깊은 고통을 느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양귀비의 입맛을 위해 국가가 막대한 인력과 물자를 소모하고 백성의 이익을 희생하는 잔혹한 현실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당나라는 바로 이 시기에 ‘안사의 난(安史之乱)’을 겪으며 성세에서 쇠락으로 기울어갔다.
비록 영화의 줄거리이지만,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각색된 것이다. 당대 시인 두목(杜牧)은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안을 돌아보니 수놓은 듯 집들이 쌓였고, 산 위에 천문이 차례로 열리네. 먼지 속을 달리는 기마, 귀비의 웃음, 그러나 아무도 그것이 리치를 운반하는 것임을 모르네.”
이 시의 내용은 당시 백성을 괴롭히며 리치를 운송한 일을 풍자한 것이다.
작은 리치 한 알 속에는 얼마나 많은 작은 인물들의 고뇌가 담겨 있고, 얼마나 많은 역사적 변천과 격동이 숨어 있는가?
하지만 오늘날에는 첨단 냉장 유통으로 인해 남쪽 나무에서 딴 신선한 리치가 단 24시간 만에 반대편 북쪽 시장에 놓일 수 있다.
이제는 귀비가 아닌, 장안에 사는 평범한 우리도 무더운 여름날 시장에 가서 붉고 맛있는 리치를 언제든 살 수 있다. 만약 양귀비가 지금 이 광경을 본다면—그 또한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당리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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