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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한국형 헬리콥터 수리온을 비롯한 K9A1 자주포 등 첨단 무기들이 전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는 국민 세금으로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마련한 '최첨단 헬기'가 7년째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사실상 낮 시간대 운항에만 머물러 있는 셈이어서 관리 부실 논란이 제기된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이 보유한 산불진화헬기 50대 가운데 야간 운항이 가능한 기종은 국산 수리온 3대와 미국 에릭슨사 대형 헬기 S-64 4대 등 총 7대에 불과하다.
산림청은 2018년부터 2020년, 2022년까지 총 4년에 걸쳐 미국 에릭슨사로부터 매년 1대씩 S-64를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총 도입비용은 8563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220억 원에 달한다. S-64는 한 번에 8000리터(8톤)에 달하는 물을 담을 수 있는 초대형 산불진화헬기로, 1대당 가격이 2000만 달러를 넘어선다.
문제는 핵심 전력으로 꼽히는 S-64가 야간 비행 자격을 갖춘 조종사 부족으로 인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제 야간 산불 진화 임무에 투입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S-64를 야간에 운항하기 위해서는 조종사가 별도의 야간 비행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그러나 산림청에는 해당 자격을 보유한 조종사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헬기는 도입 후 7년째 사실상 '주간 전용 장비'로만 운용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 7월부터 11월까지 야간 산불진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조종사를 양성 중이며, 교육을 마치는 대로 내년 2월부터 S-64를 실제 야간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S-64의 첫 도입이 2018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무려 7년 가까이 인력 양성이 지체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야간 운용이 불가능한 현실은 지난 4월 28일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 때도 드러났다.
당시 산불은 일몰 이후까지 번졌지만 산림청은 야간 비행이 가능한 수리온 2대만 현장에 투입할 수 있었다. 수리온의 담수량은 2000리터로 S-64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대형 헬기가 가동됐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제기됐다.
정희용 의원은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진화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 핵심 역할을 담당할 S-64가 단 한 번도 야간 임무에 투입되지 못한 것은 명백한 행정적 허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산림청은 내년 봄철부터 S-64가 실제로 야간 산불 진화에 투입될 수 있도록 조종사 양성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헬기 정비·운항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 빈틈없는 산불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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