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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2025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AAPPAC) 대전총회'가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개막했다./사진=최화진 기자 |
2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2025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AAPPAC) 대전총회'가 3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지역적 영감에서 세계적 영향으로(From Local Inspirations to Global Influences)'를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에는 세계 20개국 80여 개 공연예술 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지역이 품은 창의성과 상상력이 세계로 확산되는 길을 함께 모색했다.
첫 번째 세션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K-컬처'에서는 한국 문화예술이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한 배경과 그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패널로는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장진 영화감독, 김민표 목원대 교수, 이재원 공연예술축제 기획자가 참여했다.
발제를 맡은 안호상 사장은 "서양 예술 형식이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일수록 대중이 익숙한 미학적 요소를 우리 전통과 결합시키는 것이 K-컬처의 힘"이라며 "대중에게 친숙한 예술가들을 참여시키며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세계 속 자부심을 넘어 한국 공연예술이 세계 무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며 "K-컬처가 이미 세계 예술의 한 흐름이 된 만큼, 우리 문화의 본질을 지키면서 세계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재창작하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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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AAPPAC 대전총회가 개막한 첫 날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첫번째 세션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K-컬처'가 진행됐다./사진=최화진 기자 |
그는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아직은 '아트'가 아닌 '컬처'의 영역이기 때문에 K-컬처가 완성되려면 한국인의 삶, 질서, 생활 방식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지점까지 나아가야 한다"며 "영화·드라마·음식·음악을 통해 한국인의 감정과 사고, 사회 구조가 드러날 때 비로소 문화가 산업을 넘어 삶의 모델로 존경받는 순간이 온다"고 말했다.
김민표 교수는 "K-클래식은 유럽 전통을 기반으로 하지만, 한국의 교육 시스템과 감성이 결합된 새로운 음악 생태계"라며 "조성진·임윤찬 같은 인재는 재능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한 체계적인 음악 교육과 영재 육성 시스템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뿐 아니라 대전 등 지역의 아카데미가 활성화될수록 중간층이 두터워지고 K-클래식의 지속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세션 '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공연예술'은 대전의 정체성인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실험적으로 보여준 시간이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남주한 교수, 피아니스트 박종화, 대전시립미술관 우리원 학예연구사가 참여해 AI 기술이 예술의 감정과 표현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논의했다.
남주한 교수는 '리스폰 어댑터(Re-sponse Adapter)'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AI가 인간 연주자의 감정과 음악적 해석을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반응하는, 공감하는 인공지능 연주 시스템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는 단순한 재생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상호작용하며 공연의 한 축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예술적 존재"라며 "이번 대전 무대는 예술가와 AI가 서로의 표현을 듣고 응답하는 양방향 공연 예술의 실험"이라고 말했다.
무대에서는 AI 피아노가 인간 연주자의 템포, 강약, 레가토를 분석해 감정에 반응하는 듯한 연주를 선보였고, 3D 시각효과와 결합된 퍼포먼스는 청중에게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감각을 전했다.
세션을 마무리하며 김덕규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은 "대전예술의전당은 연구비와 공연 공간을, KAIST는 최신 AI 연구역량을 결합해 대전이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도시로 자리 잡도록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예술의전당은 앞으로도 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실험하고 성장하는 AI 융합 예술의 허브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AAPPAC 대전총회는 23일까지 사흘간 열리며 기술 발전과 세계 공연예술의 변화에 대응한 4개 세션과 3개의 공연, 그리고 네트워킹·이사회 일정이 마련돼 예술의 새로운 전략 방향과 협력 비전을 논의한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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