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극우(極右)의 부상과 우리 사회의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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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극우(極右)의 부상과 우리 사회의 응답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운영위원

  • 승인 2025-10-26 12:09
  • 수정 2025-10-29 16:27
  • 신문게재 2025-10-27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권인호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운영위원
최근 들어 우리 사회 여러 지점에서 극우 담론과 움직임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경제적 불안, 사회적 격차, 정체성 혼란과 같은 구조적 위기가 겹치면서 일부는 극우 이데올로기로 방향을 돌리고 있으며, 그 파급력은 단순한 정치적 이슈를 넘어 사회적 결속과 민주적 토대를 위협할 정도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극우를 단순히 배격할 대상이 아니라, 왜 그것이 생겨나는가를 이해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숙고해야 한다.

우선 '극우'란 무엇인가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7일 극단주의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토마스 그룸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경찰행정대 교수가 신진욱 중앙대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한국을 찾았다. 한겨레신문사에서 준비한 '세계적 극우 부상의 배경과 함의'라는 주제의 대담이었다. 이 대담에서 그룸케 교수는 19세기 후반의 극우와 21세기의 극우는 다르다고 얘기한다.

"(19세기 후반의) 미국의 극우는 큐클럭스클랜(KKK), 민병대, 스킨헤드 같은, 쉽게 식별 가능한 주변부 집단들이었다.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결정적 변화의 계기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다. 그 영향력은 과소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오늘날 극우는 비슷한 이념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소통하며, 글로벌한 사회운동이 됐다....(중략)...극우는 상반된 두가지 속성을 동시에 지닌다. 이념 면에서는 매우 민족주의적이지만, 기술적 조건(인터넷) 덕분에 매우 국제적이기도 하다. 그들이 전적으로 합의하는 핵심적 이념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종주의, 반이민 정서, 외국인 혐오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극우를 단순히 적으로 여겨 '없애야 할 괴물'으로 규정하는 방식은 적절할까? 물론 극우적 담론과 행동이 낳는 혐오와 배제, 폭력의 위험을 경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서 무작정 억압하거나 '금지'하는 방식은 오히려 극우 담론을 음지로 몰아가고, 건강한 대화의 장을 차단하며 잠재된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 위 대담에서 그룸케 교수는 이러한 극우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을 '민주적 역할 모델'의 부재에서 찾는다. 이전에는 진보적이고, 환경과 인권을 말하는 것이 쿨(cool)했다면 지금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닮고 싶은 민주주의의 모습'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극우를 다음 세 가지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첫째, 구조적 문제로서의 인식이다. 극우는 단순히 특정 인물이나 집단의 일탈이 아니라, 경제·사회적 위기가 빚어낸 반응이다. 청년실업·주거불안·사회적 이동의 둔화 같은 현실이 누적되면서 '나는 이 사회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확대될 때, 극우 담론은 빠르고 효율적인 대응책처럼 보인다. 따라서 극우 대응은 단순히 정치적 수사나 규제만으로 끝날 수 없고, 사회적 안전망, 평등한 출발선, 미래 불안 해소를 위한 정책 변화와 직결된다.

둘째, 대화하는 민주시민의 태도다. 극우에 맞서는 방식이 무조건적인 배격과 혐오표현으로만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그러한 담론이 '말해지지 않은 목소리'로 자리 잡게 된다. 극우 담론이 주로 호소하는 '잃어버린 정체성', '기회의 공백', '미래의 불확실성' 같은 정서는 결코 무시해선 안 된다. 이들 정서를 다루며, 동시에 혐오와 배제를 넘어서는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정치적 교육과 담론 형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미래적 관점에서의 대응이다. 극우는 과거의 논리가 현대에 재현되는 형태일 수 있지만, 동시에 미래의 문제(기술변화·인구감소·환경위기·노동의 재편)를 놓치면 그저 '과거 회귀형' 담론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극우의 틀을 깨고, 청년·여성·이민자 등 다양한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포함한 '포용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극우 담론의 빈틈을 메우고, 역으로 더 나은 사회를 향한 희망의 틈을 마련할 수 있다.

결국, 극우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구조를 보고, 대화하며, 미래를 설계하라. 극우를 단지 '사회적 문제'로만 인식한다면, 그 담론이 품은 원인과 호소력을 놓치게 된다. 반대로 극우를 너무 상대주의적 관점으로 보면, 민주주의와 다원성, 헌법이라는 근간이 흔들린다. 따라서 균형 있는 민주시민으로서 우리는 극우를 "왜 생겨났는가", "어떻게 작동하는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 놓고 답해야 한다.

다가오는 선거와 사회적 논의의 장면에서, 극우에 대한 단순한 정치공세를 넘어서는 실질적 대응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다. 극우가 아닌 미래, 우리에게 닮고싶은 민주주의 모습은 무엇일까.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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