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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남구 (사)대전시컨택센터협회 회장(한성대 경영대학원 교수)장 |
행사는 많지만, 왜 이 행사를 하는지, 무엇을 남기고자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대부분 비슷한 형태의 공연, 먹거리, 체험 부스가 반복되고, 외부 행사대행사 중심의 기획으로 지역 예술인이나 시민의 참여는 제한적이다. 축제가 끝나면 예산은 소진되고, 시민의 기억에서도 금세 잊혀진다. 결국 대전 시민의 축제라기보다 대전에서 열린 축제로 머무는 셈인 것이다.
대전은 대한민국의 과학도시이자 행정중심 도시, 그리고 문화와 기술이 공존하는 융합도시다. 이런 도시의 특성을 담은 축제라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예술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은 과학 전시 중심을 넘어, 시민과 청소년이 직접 참여하는 실험형, 체험형 축제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연구기관, 대학, 스타트업이 협력해 기술 체험관을 운영하고, 실제 과학자의 이야기를 시민이 들을 수 있는 과학 토크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과학도시 대전이라는 정체성이 축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성온천문화축제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한 지역 관광행사에서 벗어나 치유와 재생을 상징하는 대전의 대표 힐링브랜드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온천이라는 물리적 자원을 넘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도시, 시민의 휴식과 회복을 상징하는 도시 이미지로 확장할 수 있다면 축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도시의 철학이 될 것이다.
축제의 정체성은 결국 사람과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지역의 역사, 인물, 산업, 문화가 얽혀 만들어낸 서사가 바로 도시의 힘이다. 축제는 그 이야기를 현재의 시민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 대전이 가진 70여 년의 과학기술 기반, 행정중심 도시로서의 역할, 문화예술 인프라 등이 서로 만나는 지점을 찾아 축제 안에 녹여내야 한다. 그것이 대전다운 축제, 즉 도시의 정체성이 살아 있는 축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시민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축제는 관람이 아니라 참여의 장이다. 청년, 예술가, 상인, 주민이 함께 기획단계부터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축제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역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축제 기간 동안 골목상권과 연계한 로컬마켓이나 청년 창작공방, 예술인 거리공연을 운영한다면 지역경제와 문화예술이 함께 살아날 것이다.
행정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 행정은 축제의 예산지원자이자 승인자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문화플랫폼 오퍼레이터로서의 조정자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전시와 5개 구청 등 여러 기관이 각자 따로 열던 행사를 통합 관리하고, 일정·홍보·콘텐츠를 연계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예산의 효율화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로 발전되어 대전형 축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할 때 진정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축제의 정체성은 곧 도시의 품격이다. 정체성이 없는 축제는 잠깐의 흥겨움으로 끝나지만, 뚜렷한 방향을 가진 축제는 도시의 기억으로 남는다. 이제 대전의 축제는 얼마나 열렸는가보다 무엇을 남겼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가을 축제는 여전히 활기차고 아름답다. 그러나 그 활기가 일회성이 아니라 대전의 철학과 문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축제의 정체성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일반적인 축제에서 대전다움을 담은 축제로, 소비하는 행사에서 공감하는 문화로 나아갈 때 대전은 진정한 문화도시로 완성될 것이다.
박남구 (사)대전시컨택센터협회 회장(한성대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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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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