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보문산과 돔구장, 개인 치적을 위한 위험한 도박을 멈춰야 할 떄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보문산과 돔구장, 개인 치적을 위한 위험한 도박을 멈춰야 할 떄

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

  • 승인 2025-11-24 10:19
  • 수정 2025-11-24 10:53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3112001001576700062641
박양진 교수
대전과 충남에 지난 세기에나 있었던 무모한 난개발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대전 도심 한가운데 보문산 일대에 전망대, 케이블카, 워터파크, 숙박시설을 짓겠다는 이장우 대전시장의 보물산 프로젝트가 추진 중인 가운데 천안아산역 인근에 5만석 규모의 돔구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김태흠 충남지사가 얼마 전 발표했다. 물론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겠다는 두 사람의 야심찬 포부는 일단 들어볼 만하다. 그러나 최근 두 사람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초대형 토건 사업의 구체적 계획을 살펴보면, 그 방향성이 진정으로 지역의 미래를 담보하고 있는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시의 보문산 체류형 관광단지 조성과 충남도의 천안아산역세권 돔구장 건립 계획은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의 예산이 투입되는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다. 문제는 이러한 계획이 환경적 가치의 보존, 지방 재정의 건전성, 그리고 사업의 현실적 타당성이라는 중요한 쟁점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고 주민과 시민사회의 여론도 전혀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방적 속도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이장우 시장이 추진하는 보문산 개발 프로젝트는 각종 관광 시설 건설을 통해 보문산을 대전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그러나 보문산은 대전 도심의 허파이자, 멸종 위기종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군의 서식지다. 개발의 명분 아래 콘크리트 놀이동산을 조성하면서 발생할 산림과 환경 훼손은 최종적이고 비가역적이다. 보문산의 생태적 가치는 한번 파괴되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도 원상회복하기 어렵다.

더욱이 경제적 타당성 측면에서도 의문부호가 남는다. 과거 민선 4기부터 7기에 이르기까지 보문산 개발이 번번이 무산되거나 축소됐던 주된 이유는 환경단체의 반대뿐만이 아니라, 경제성과 사업성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어 민간 자본도 투자를 포기한 상황에서 대전시가 직접 막대한 세금과 공사채를 투입하는 것은 시의 재정 건전성을 크게 위협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 도심 숲의 완충적 생태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에서 대규모 토목 공사가 과연 대전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최선책인지 냉정하게 되물어야 한다.



김태흠 지사가 구상하는 천안아산역세권 돔구장 건설 역시 현실성 부족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돔구장은 건설비용도 막대하거니와, 개방형 구장에 비해 연간 유지 관리비가 훨씬 많이 드는 시설이다. 국내 유일의 돔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조차 운영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심하고 있다. 천만 인구의 서울에서도 쉽지 않은 돔구장 운영이 현재 프로야구 홈팀도 없고 대형 공연 수요도 불확실한 충남 지역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막대한 재정 부담이다. 재원 조달 가능성이 난망하지만 1조 원의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설한 돔구장이 자칫 겉만 화려하고 쓸모없는 애물단지인 하얀 코끼리가 될 경우, 그 적자는 고스란히 충남도민의 혈세로 메워야 한다. 이는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 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정작 도민들에게 필요한 복지와 생활 인프라 예산을 축소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세수 감소로 인해 지방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시기에 장밋빛 전망에 기대어 대규모 토목 사업을 벌이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정이 될 수 있다.

두 단체장의 이러한 행보가 다가올 선거를 의식한 치적 쌓기용 정책이라는 지적은 뼈아프다. 유권자의 눈을 사로잡기에는 화려한 조감도와 웅장한 건축물이 유용할 수 있으나, 그것이 지역의 백년대계를 위한 결정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지금 지방 정부에 필요한 것은 외형적, 양적 팽창이 아니라 삶의 내실과 질적 향상을 다지는 것이다.

도시의 경쟁력은 더 높고 더 거대한 콘크리트 기념물을 짓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대전과 충남이 진정으로 살기 좋은 지역이 되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기존 자원의 효율적 활용, 생태 환경의 보존과 복원, 그리고 재정 건전성을 갖춘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 개발 등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대전시와 충남도는 숨 가쁜 개발 드라이브를 잠시 멈추고, 시민사회 및 전문가들과 함께 사업의 타당성을 원점에서부터 면밀히 재검토하는 숙의의 민주적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동래구, 제3회 온천천 빛 축제 개최
  2. 김포시농기계임대사업소, 노후농기계 불용품 매각
  3. 경기 프리미엄버스 P9603번 운행개시
  4. 천안 벽산 블루밍 파크포레, 사업계획 승인 및 도급계약 모두 마쳐
  5. 상명대 간호학과, 나이팅게일 선서식 개최
  1. 한기대 STEP, '열정 가득' 온라인 서포터즈 3기 출범
  2. 천안시보건소, '생명존중 안심마을' 4곳 지정
  3. 나사렛대, 기아자동차 정주훈 상무 초청 '경영인의 날' 성료
  4. 충남창경센터, 'The Future with AX Forum' 개최
  5. 한기대, 충남경제정책 경연대회 우수상·장려상

헤드라인 뉴스


다시 만날, 첫 대전시청사… 복원‧보수설계 탄력 붙는다

다시 만날, 첫 대전시청사… 복원‧보수설계 탄력 붙는다

민선 8기 대전시를 대표하는 문화유산 복원·활용 프로젝트인 첫 대전시청사(옛 대전부청사)의 복원·보수 설계가 본격 착수된다. 23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첫 대전시청사의 설계용역 제안 공모 심사에서 '시공회당(時空會堂, 시간의 흔적을 공간으로 빚다)'로 당선된 ㈜아인그룹건축사무소·제이아이건축사사무소(공동응모)와 계약을 체결했다. '시공회당'은 섬세한 보존 전략과 함께 현재와 미래의 활용 가치를 높이는 계획, 공간 분석 및 원형 복원을 위한 기술적 검토의 완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제이아이건축사사무소의 김지현 소장은 프랑스..

누리호 4차 발사 D-4… 국민 성공기원 분위기 고조
누리호 4차 발사 D-4… 국민 성공기원 분위기 고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4차 발사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주말부터 전국에서 누리호 관련 행사가 진행되며 4차 발사 성공을 기원하는 분위기가 고양되고 있다. 23일 우주항공청·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27일 오전 12시 54분에서 1시 1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서 누리호 4차 발사가 예정돼 있다. 발사 예비 기간은 이날부터 12월 4일까지며 이 기간 중 누리호 4차 발사가 진행된다. 이번 발사는 기존과 달리 늦은 시간 진행된다.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기의 궤도 진입을 고려한 시간이다...

국제유가 안정세에도 고환율에 계속되는 `고유가 행진`
국제유가 안정세에도 고환율에 계속되는 '고유가 행진'

국제유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기름값은 고유가 행진을 이어가 주목된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고환율로 인한 원유 수입 비용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주간 평균 판매가는 지난주보다 ℓ당 25.80원 오른 1729.72원을 기록했다. 경유는 38.54원 오른 1636.57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은 4주 연속 동반 상승했다. 대전·세종·충남지역 내 기름값도 10월 넷째 주를 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