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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장 |
이런 K방산의 약진과 반도체 활황 등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지난해 수출은 전년 대비 3.8% 늘어난 7094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수출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 실적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공세와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도 꿋꿋이 맞서 세계에서 6번째로 달성한 대기록이다. 지난해 대전·세종·충남의 수출도 4.8% 증가한 1035억 달러로 1000억 달러 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은 밝음과 어두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인공지능(AI) 시대로의 대전환이 촉발한 반도체 초호황 국면에 따라 반도체 수출이 21.9% 늘어난 1753억 달러로 2년 연속 최대실적을 경신했다. 이는 2위 품목인 승용차의 2.6배에 이르는 규모로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4분의 1이나 차지하는 쏠림형 수출구조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10대 주요 수출품 중 반도체, 승용차, 선박, 컴퓨터 주변기기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들은 감소했고, 상위 5개 품목의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이런 편식 구조로는 수출시장의 상황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파고에 대응하기 힘들다.
국가별로는 1, 2위 시장인 중국과 미국으로의 수출이 줄었지만, 유럽연합(EU)과 베트남·대만 등 동남아, 키르기스스탄 등 기타 국가로의 수출이 늘어나 신장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제품이 수출된 210개국 중 121개 나라로의 수출이 늘어나 시장 다변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중소기업 수출액이 화장품과 중고차 등의 호조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은 긍정적 요소이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장벽으로 중국이 수출 경로를 바꾸면서 올해 아세안, 인도, 유럽, 중남미 등의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은 저가 중심의 중국산 제품과 더욱 치열하게 맞붙을 전망이다.
여기에 자유무역주의 퇴조와 세계적인 각자도생(各自圖生) 흐름에 따라 각종 무역장벽이 우리 수출품을 가로막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EU는 철강 분야의 무관세 쿼터를 종전의 절반으로 줄이고 쿼터 초과분 관세를 50%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EU로 수출되는 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에 대해 탄소 배출량에 비례한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캐나다, 인도는 쿼터제와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도입하거나 강화하며 철강 수입 관리에 나섰다. 일본과 남아공 또한 반덤핑 조사 확대와 관세 체계 정비를 추진 중이다. 멕시코는 올해부터 한국, 중국 등 FTA 미체결국의 자동차 부품, 철강, 섬유 등에 부과하는 관세를 높였다.
그동안의 전쟁사를 보면 전쟁은 병력의 수나 무기의 성능보다 어떤 전략을 토대로 어떻게 준비하고 작전을 수행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 "길을 찾을 수 없다면, 길을 만들어라."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 바르카가 로마를 공격하기 위해 알프스산맥을 넘으면서 남긴 말이다. 올해 수출시장에는 알프스산맥만큼이나 높고 험한 지형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안보 인프라 공백기에 우수한 성능 및 납기 준수 능력을 갖춰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 K방산의 예처럼 앞선 전략으로 경쟁국들이 따라오기 힘든 품목을 개발하고 시장 다변화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올해 민간과 정부가 모든 역량을 한데 모아 험한 길을 뚫고 수출 7000억 달러보다 더 높은 고지를 정복하는 모습을 고대한다./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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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