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원전·SMR 없이는 국가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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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 원전·SMR 없이는 국가 미래도 없다

이종진 진광에스엔씨 대표

  • 승인 2026-02-12 14:26
  • 신문게재 2026-02-13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이종진
이종진 진광에스엔씨 대표
AI 시대 국가 경쟁의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전력이다. 초거대 AI를 움직이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첨단 제조업은 모두 막대한 전기를 필요로 한다. AI가 미래 산업의 상징처럼 이야기되지만, 현실에서 AI는 전기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전력 공급이 흔들리면 AI도 멈추고 산업도 흔들리며, 결국 국가 경쟁력까지 위협받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에너지 문제를 여전히 이념과 구호로만 다루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논쟁이 아니라 현실적인 선택과 결단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이미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AI 모델 하나를 학습시키는 데 쓰이는 전력은 일반 가정 수백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과 맞먹는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AI 활용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수록 전력 수요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날 것이다. 전기는 더 이상 단순한 비용이 아니다. 전기는 산업을 움직이는 혈액이며, 국가안보이자 미래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이다. 이 현실을 외면하는 국가는 AI 시대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이 많은 전기를 어디서,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인가. 재생에너지는 탄소 감축과 분산형 공급 측면에서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태양광은 밤에 멈추고, 풍력은 바람이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간헐성은 의지나 구호로 해결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전력망을 운영하려면 대규모 저장장치와 송전망 확충, 그리고 가스·수력·원전 같은 예비 전원이 함께 필요하다. 겉으로는 싸 보일 수 있지만, 전체 시스템 비용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재생에너지만으로 국가 산업을 떠받치겠다는 생각은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이 점에서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들의 탈원전 정책은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탈원전은 이상적인 선택처럼 보였지만, 결과는 전기요금 급등과 에너지 안보 약화였다. 원전을 멈춘 자리는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석탄과 가스가 채웠고, 전쟁과 공급망 위기 앞에서 유럽은 전력 불안에 그대로 노출됐다.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스스로 포기한 선택은 냉정히 말해 정책 실패에 가깝다.

AI 시대에는 전력의 양만큼이나 질이 중요하다. 전압과 주파수가 불안정한 전력망에서는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잠깐의 전력 흔들림만으로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그래서 24시간 끊기지 않는 안정적인 기저전원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현실적으로 맡을 수 있는 에너지가 원자력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AI 시대에 맞게 진화한 해법이 바로 SMR, 소형모듈원전이다.

SMR은 한 번에 크게 짓는 기존 원전과 달리 필요한 만큼 나눠서 공급할 수 있다.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건설 기간과 위험을 줄일 수 있고, 노후 석탄발전소를 대체하거나 산업단지·데이터센터 전용 전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안정성, 확장성, 저탄소라는 AI 시대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물론 원전과 SMR에도 안전 문제, 사용후핵연료 처리, 초기 비용과 인허가 같은 과제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위험이 있느냐가 아니라, 그 위험을 관리할 능력이 있는가다. 원전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운영 능력의 문제다. 과학과 책임, 관리 체계를 갖춘 국가는 원전을 경쟁력으로 만들 수 있다.

이제 "원전이냐 재생이냐"라는 낡은 선택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확대하되, 원전과 SMR로 전력의 기초를 지키고, 저장장치와 송전망, 수요 관리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전기 없이는 AI도 없다. 원전과 SMR 없이는 그 전기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 미래는 말이 아니라 전력으로 다가온다. /이종진 진광에스엔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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