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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말까지 철거가 예정된 유성시장. 방원기 기자 bang@ |
11일 대전 유성시장에서 6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근 지역민과 시장 방문객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부산식당 박화자 할머니는 백발의 머리로 반찬을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멈춘 듯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녹아든 이 식당은 시장 내 인기 맛집으로 유명하다. 수십 년간 같은 자리를 지켰던 박 할머니에게 유성시장은 자식이나 다름없다. 식당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하나 같이 유성시장 철거 이후 가게가 이전되는지 궁금해했다. "글쎄, 어쩌나," 박 할머니는 수십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가게를 옮겨가긴 아쉬운 듯 말끝을 흐렸다.
1916년부터 지역의 고난과 역경, 슬픔과 기쁨 모두를 함께한 대전 유성시장이 대전 유성 장대B구역 재개발로 철거를 앞두고 있다. 유성시장 이전은 인근 1400평 부지로 계획된 상태다. 올해 말까지 철거를 앞두고 시장 내 상인들은 일찌감치 유성을 벗어난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철거 전까지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가게 곳곳마다 이전한 장소를 표시하는 현수막이 붙었다. 일부 가게는 영업을 종료한다며 그간 방문해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손수 작성해 걸어놓기도 했다. 대부분 가게는 문이 닫혔으나, 자신의 집처럼 시장을 아꼈던 이들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킨다.
오랜 시간 유성시장과 함께한 상인들은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고 설명한다. 유성시장에서 20년간 철물점을 운영한 한 상인은 "주변 가게들 모두 가족처럼 지내고,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도 최소 10년 넘게 오다 보니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며 "철거되기 전까지 다시 찾아주는 손님들이 있어 아직 가게를 정리하지 않고 이전하는 시점에 옮기려고 하는데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도 있고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옷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 역시 아쉬움을 금치 못한다. 이 상인은 "세대수가 많은 아파트가 들어서면 소비자들이 많아져 장사는 더 잘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지만, 한 곳에서 평생 장사한 상인들은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순 없다"며 "모쪼록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유성시장의 트레이드마크인 5일장은 철거 전까지 지속적으로 진행된다. 1970년대까지는 종합시장이었던 유성시장은 5일과 10일 장이 열리는 5일 장으로 변경했으나, 비가 잦자 4일과 9일로 장날을 바꿨다. 지역에서 몇 없는 장날을 열고 있는 유성시장의 새로운 모습에 이곳을 자주 찾는 소비자 역시 아쉬움과 기대감이 공존한다. 주부 김 모(64) 씨는 "어릴 때부터 찾아오던 시장이라 정이 많이 가고, 상인들과도 정말 친구처럼 지냈는데 이전하고 나서도 그런 분위기가 될지 궁금하다"며 "깔끔한 모습으로 북적북적한 시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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