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스마트폰 사진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스마트폰 사진

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 회장

  • 승인 2026-03-10 17:21
  • 신문게재 2026-03-11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백향기
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 회장
딸이 집에 오랜만에 와서 함께 밥도 먹고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찍은 사진들은 단톡방을 통해 주고 받아 각자 스마트폰에 저장하여 둔다. 그리고 장난삼아 사진들을 AI에 넣어서 딸을 태국 공주로도 만들고, 우리 부부를 조선시대 왕과 왕비로도 만들면서 기술발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진을 재미삼아 변형해서 주고 받다가 문득 어느 사진이 진짜 우리딸 사진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는 듯해서 묘한 느낌이 들었다.

요즈음에는 스마트폰으로 쉽게 사진을 찍는다. 여행을 갈 때에도 사진기를 챙겨 넣는 일은 전문적인 사진작가이거나 레트로 감성의 사진기 매니아가 아니라면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옛날 이야기가 되어 있을 것이다. 지나다니다가, 아니면 일부러 야외에 나가서 그림 소재를 사진찍곤 하는 나는, 과거에는 소형 카메라와 필름을 늘 가방에 넣고 다녔었다. 사진을 찍고 나면 사진관에 필름을 맡겨 현상, 인화를 하고 앨범으로 만들어 놓고 종종 펼쳐 보곤 했다. 사실 그렇게 멀지 않은 시절의 일이다. 사진 뿐이랴. 아이들 어린 시절에 기록을 남겨두려고 큰 마음 먹고 산 캠코더는 소형 비디오 테입을 넣어 찍는 방식이었는데 아마도 요즘 젊은 친구들은 무슨 기계인지도 모를 것이다. 그 캠코더는 그때 찍었던 테입들과 함께 카메라 가방에 담겨서 창고 한구석에서 이십오년 넘게 잠을 자고 있는 중이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면 즉시 디지털 파일이 만들어지고 바로 전송할 수 있으니 테입에 영상을 담는 구식 아날로그 캠코더는 필요치 않게 된 것이다. 간편해졌으니 이전에 비해 훨씬 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다. 그러나 많이 찍은 사진들을 다시 열어 보는 일은 거꾸로 훨씬 드물어지고 심지어 찍기만 하고 정리를 하지 않아서 그냥 스마트폰에 들어 있다가 지워지는 경우도 많다. 많이 찍지만 찍은 사진을 별로 보지 않는다. 찍을 때 가벼운 마음으로 마구 찍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른 말로 한다면 흔해서, 언제나 또 찍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옛날 이야기로 돌아가지만 낡은 앨범을 한장 한 장 넘기면서 사진 하나 하나에 담긴 추억과 정서를 소환하며 아련한 기분에 젖기도 하고 가슴 설레이기도 하던 일들이 없어지는 것이다. 별다른 수고없이 만드는 것들은 그 결과물이 담고 있는 과정의 수고로움이 옅어서인지 애뜻함이나 소중함이 별로 없다. 나이든 사람들은 이런 것들에 대해서 너무 흔해서, 너무 풍족해서 소중함을 모른다는 말을 흔히 한다. 어릴 적 운동화를 새로 사면 그것이 너무 좋아서 잘 때 머리맡에 두고 잔다든지, 새 신발을 신고는 차마 흙을 밟기 민망해서 조심스러워 했다든지 하는 기억이 요즘 아이들에게는 없다. 아이들 키우면서 새 신발을 사주었다고 해서 그렇게 행복에 젖어서 애지중지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사진을 찍되 그것을 열어 보는 일이 드물어지는 것은 풍족해서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문제와는 결이 다른 이유가 있는 듯하다. 정말 중요한 이유는 물건이나 경험, 기억에 대한 감각의 밀도가 낮아지는데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감각의 밀도는 직접 접하는 물질적 경험과 비물질적 경험의 차이와 관계가 있는 것같다. 스마트폰 사진은 필름 사진과 달리 촉감으로 경험하는 구체적 물성이 없다. 더구나 요즘에는 AI를 이용해서 즉석에서 사진을 변형해서 재미있는 사진을 만들면 어느 것이 나의 사진인지 실감할 수가 없다. 이것은 감각이나 구체적 정서의 결핍을 유발한다. 감각이란 몸으로 구체적으로 감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고 실물사진과 변형된 사진의 경계가 모호하면 촉각으로 느끼는 몸의 감각도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크리스마스 때 도화지 잘라 하얀 눈 내리는 마을을 카드에 담아 그려 보면서 아득한 동화나라로 날아가던 기억은 온라인에서 예쁜 카드 골라 사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감각을 만들기 때문이다.



예술은 사물을 새롭게 보기, 낯설게 보기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 변하지 않는다면 감각의 밀도가 낮아지는 것은 정말 경계할 일이다. 비단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은 오히려 더욱 몸을 움직이고 구체적으로 만져보고, 촉감으로 기억하는 일들을 더욱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구체적인 감각이란 세상에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 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충남 통합 표류 속…정부 통합 시·도 교육 지원 가시화
  2. 국제존타 32지구 3지역 대전 Ⅶ클럽,차세대 여성 인재에게 장학금 수여
  3. 대전 새학기 급식 정상화됐지만 파행 불씨 계속… 학비노조 "교육청과 교섭 일정 못정해"
  4. 공공기술 이전 기반 대덕특구 창업기업 '액스비스' 특구형 딥테크 혁신
  5. 상급종합병원 지정 때 충남 서부·동부권 분리 검토…상급 추가지정 기회
  1. [풍경소리] 할매
  2. [편집국에서] 청년이라 묶기엔 너무 다른 청년들
  3. '한국자유총연맹' 쇄신과 독립의 길...김상욱 총재가 이끈다
  4. 새벽 1차선 걷던 보행자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항소심서도 '무죄'
  5. 교육부 AI 중점학교 운영… 충청 4개 시·도 219개 학교 선정

헤드라인 뉴스


행정통합법 12일 본회의 처리 무산…대전충남 정치권 뭐했나

행정통합법 12일 본회의 처리 무산…대전충남 정치권 뭐했나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 12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끝내 무산됐다. 6·3 지방선거 통합시장 선출, 7월 1일 통합시 출범을 위해선 늦어도 4월 초까지 특별법을 처리해야 하는 데 이날 본회의가 중대 분수령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안건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통합 추진 동력 상실로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무게감이 더욱 실린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은 국회에서 만나 12일 본회의 안건을 조율했다. TK와 대전·충남 통합법은 끝내 합의되지 못했고 대미투자특별법을 비롯해 60여 건 법안..

충남경찰,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 근로자 사망 관련 안전 책임자 8명 송치
충남경찰,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 근로자 사망 관련 안전 책임자 8명 송치

지난해 6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고 김충현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한국서부발전 안전책임자 등 관계자 8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김상훈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은 10일 도경 프레스센터에서 언론브리핑을 열고 태안화력발전소 안전사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김 대장은 "태안화력발전소 근로자 사망에 있어 한국서부발전, 한전KPS, 한국파워O&M의 관리감독자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며 서부발전 1명, 한전KPS 4명, 한국파워O&M 3명 등 8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선반 방호장치 미흡과 안전관리 소홀로..

대전선관위, ‘꿈돌이 선거택시’ 운행…4월부터 2000대 지선 홍보나서
대전선관위, ‘꿈돌이 선거택시’ 운행…4월부터 2000대 지선 홍보나서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홍보를 위해 지역 가맹택시인 '꿈돌이택시'를 활용한 '꿈돌이 선거택시'를 운행키로 했다. 대전선관위는 9일 선관위 대회의실에서 애니콜모빌리티(주)와 '꿈돌이 선거택시'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꿈돌이택시(꿈T)'는 대전시 공식 캐릭터 '꿈씨패밀리'가 UFO에 탑승한 디자인의 차량표시등을 부착한 지역형 가맹택시로, 애니콜모빌리티가 대전시와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협약식에서는 양 기관 대표가 협약서에 서명한 뒤 꿈돌이택시에 직접 탑승해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퍼포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도심 곳곳 봄맞이 꽃단장 대전 도심 곳곳 봄맞이 꽃단장

  • 갈고 닦은 실력 뽐내는 세계 미용인 갈고 닦은 실력 뽐내는 세계 미용인

  • 어린이보호구역 과속 금지 어린이보호구역 과속 금지

  • 3.8민주의거 역사적 의미 살펴보는 시민들 3.8민주의거 역사적 의미 살펴보는 시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