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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릉에 들어서면 차가운 위엄보다는 따뜻한 자연의 숨결이 먼저 다가온다. 예로부터 이곳을 '신들의 정원'이라 불렀다는 말이 실감 난다. 소나무가 줄지어 선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며 오백 년 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영릉에는 세종대왕과 소헌왕후가 나란히 모셔져 있으며, 그 앞에 서면 한글을 창제하여 백성에게 글을 선물한 임금의 깊은 뜻이 가슴속에 스며든다. 이곳은 단순한 왕의 묘역이 아니라 지혜와 사랑, 백성을 향한 연민이 깃든 상징처럼 느껴진다.
발걸음을 옮겨 향한 녕릉은 또 다른 고요를 품고 있다. 이곳에는 효종대왕이 잠들어 있으며, 문관과 무관, 석수로 조각된 상상 속의 동물들이 오랜 세월 동안 능을 지키고 있다. 조선 왕릉의 구조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며,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배치로 풍수의 이치를 따르면서도 주변의 숲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있다. 인간의 손길이 닿았지만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는 절제의 미학이 느껴진다.
이번 여정에서 가장 깊이 남은 것은 역사적 지식이 아니다. 오히려 넓게 펼쳐진 하늘과 들판, 그리고 아무 말 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느낀 평온함이다. 바쁜 일상과 걱정들은 이곳에서는 힘을 잃는다. 영릉과 녕릉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그곳은 시간을 건너 마음을 가다듬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공간이다. 조용히 감사한 마음을 품고 여주를 떠났다.
쩐티미유엔 명예기자(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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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다문화뉴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