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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홍철 전 새마을운동중앙회장 |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과거의 새마을 운동이 가난 극복과 물질적 근대화를 목표로 했다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위기는 전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이제는 굶주림보다 고립이 문제이고, 빈곤보다 불신이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되고 있습니다. 경제 규모는 세계 상위권에 들어섰지만, 사람들은 서로를 쉽게 믿지 못하고 공동체는 점점 해체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경제 성장형 새마을 운동'이 아니라 '사회적 자본형 새마을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이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힘으로 제기한 '사회적 자본'은 돈이 아니라 신뢰와 협력의 축적입니다. 결국 공동체의 품격은 GDP보다 "사람들이 서로를 얼마나 믿는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제가 새마을운동 중앙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새마을 운동의 변화를 시도한 바 있습니다. 지역 사회 봉사 중심에서 탄소중립, 자원순환, 환경보호 같은 영역으로 확대를 시도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기후 위기 역시 결국 공동체 협력이 없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새마을 운동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환경 캠페인을 넘어 "국민 신뢰 회복 운동"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의 새마을 운동 정신이 근면·자조·협동이지만, 이제는 여기에 '신뢰'라는 정신이 추가되어야 합니다.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면, 첫째, "세대 연결 운동"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세대 간 불신이 매우 심각합니다. 청년은 기성세대를 기득권층으로 보고, 노년층은 청년을 책임감 부족으로 바라봅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 청년과 노인이 함께 참여하는 마을 프로젝트, 디지털 교육 교환, 세대 통합 봉사활동 등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새마을 중앙회장으로 있을 때, 대학생 새마을 운동을 신설하였고, '세대 교체'라고 구호에서 '세대 보완'이라는 구호로 방향 전환을 모색한 바도 있습니다.
둘째, "생활 공동체 복원"입니다. 과거에는 동네가 공동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서로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쌈지공원 가꾸기, 마을 식사 모임, 작은 도서관 운영, 공동 육아 프로그램 같은 생활형 공동체 사업이 신뢰 회복에 훨씬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대전에서 사회적 자본 시책의 차원에서 시행한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이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셋째, "디지털 시대의 시민윤리 운동"입니다. 이제 공동체는 오프라인만이 아닙니다. 온라인 공간도 중요한 사회 공간이 되었습니다. 허위 정보, 익명 혐오, 층간소음, 극단적 진영 논리가 사회적 자본을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공론장의 윤리 회복 역시 새로운 새마을 운동의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결국 시대마다 공동체 운동의 목표는 달라져야 합니다. 1970년대에는 "잘 살아보세"가 시대정신이었다면, 오늘날에는 "함께 살아보세"가 더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 합니다. 앞으로의 새마을 운동은 지역 봉사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복원하는 운동이어야 하고, 이것이야말로 경제 성장 이후 한국 사회가 넘어야 할 다음 단계이며, 어쩌면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절실한 국가적 과제가 될 것입니다.
염홍철/전 새마을운동 중앙회장·현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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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