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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시골에서는 한여름이면 풋호두가 익기를 기다렸다. 호두나무에는 동글동글한 초록색 열매가 가득 달려 있었다. 풀냄새가 살짝 나는 푸른 껍질을 벗기면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갈색 호두 껍데기가 나온다. 이때는 껍데기도 아직 촉촉해서 살짝 힘을 주면 쉽게 열린다. 호두알을 감싸고 있는 얇은 껍질까지 벗기면 하얀 속살이 나온다. 먹으면 아삭하고 은은하게 달다. 전혀 기름지지 않다.
밤이면 여기저기서 귀뚜라미 소리가 들렸다. 나는 친한 친구들과 풋호두를 한가득 가져다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껍질을 벗기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탁자 위에는 푸른 껍질과 깨진 호두 껍데기가 수북이 쌓였고, 우리 손도 모두 새까매졌다. 풋호두 즙은 좀처럼 씻기지 않는다. 옷에 묻기라도 하면 엄마한테 꼭 한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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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안에 돌아가면 나도 아이에게 풋호두를 까 준다. 한국에서 가을이 되면 아이와 함께 밤나무 아래에서 밤송이를 줍는다. 한여름의 호두와 가을의 밤. 그 초록빛 모습도 아이들에게는 계절을 기억하는 장면으로 남을 것 같다.
몇 년 전에는 풋호두를 잘 밀봉해 가져와 지인들에게 나눠 준 적이 있다. 한국 친구들도, 중국의 다른 도시에서 온 친구들도 모두 풋호두는 처음 먹어 본다고 했다. 아삭하고 은은하게 달아서 신기하다고 했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길고 덥다. 어린 시절의 한여름을 떠올려 보면 그렇게까지 덥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그때도 많이 더웠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떠오르는 건 나무 가득한 초록빛과 입안에 남아 있던 은은한 단맛이다.
당리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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