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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지법. 중도일보 DB. |
법원은 예산 편성 권한을 가진 공무원이 자신의 토지에도 이익이 돌아가는 사업을 직접 요청한 만큼 의심스러운 정황은 있다고 봤지만, 이를 곧바로 형사상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2-3형사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 홍성군 기획감사담당관 A 씨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사건번호 2025노3754)
A 씨는 2021년 홍성군 기획감사담당관으로 근무하며 군 예산 편성과 배정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A 씨는 홍성군의 한 마을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문제가 된 것은 A 씨 소유 토지 인근의 농로 개설사업이다. 해당 농로는 2020년 주민이 농사에 불편을 겪는다며 개설을 건의했지만 토지사용승낙 문제로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고, 2022년도 주민숙원사업을 정할 때도 당초 사업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A 씨는 담당 주무관에게 농로 공사에 필요한 견적을 확인하도록 하고, 면장에게 해당 사업을 주민숙원사업에 포함해 사업비 7000만 원을 예산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업은 이후 예산심의를 거쳐 2022년도 예산에 반영돼 같은 해 3월부터 집행됐다.
검찰은 A 씨가 자신의 토지에 진입할 농로를 만들기 위해 예산 편성 권한을 이용했다고 보고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도 A 씨가 농로 개설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토지 소유자였고, 예산 편성·배정 권한을 가진 지위를 이용해 당초 면에서 선정하지 않았던 사업을 예산에 반영한 점 등을 들어 직권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 아닌지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무죄가 선고된 것은 직권남용죄가 단순히 자신의 권한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은 주민숙원사업 추진은 면장의 업무이고, 농로 공사에 필요한 견적을 산정하는 것 역시 담당 주무관의 업무 범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해당 농로는 A 씨가 처음 제안한 사업이 아니라 앞서 주민이 개설을 요구했던 사업이었고, A 씨 소유 토지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점을 고려했다.
항소심도 이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예산 편성 과정이 통상적인 절차와 다소 달랐다는 사정만으로 관련 규정을 어겨 사업을 선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와 관련한 직무 수행을 규제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은 이번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문제가 된 예산 편성은 2021년 이뤄진 반면 해당 법은 2022년 5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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