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혈부터 블랙박스까지… 경찰 증거수집 절차 잇단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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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혈부터 블랙박스까지… 경찰 증거수집 절차 잇단 제동

대전·충남서 위법수집증거 잇따라 재판서 배제
음주 채혈·블랙박스·분실폰 수사 모두 절차 문제
수사권 커진 경찰… 부실·위법수사 책임장치 필요

  • 승인 2026-08-25 17:42
  • 신문게재 2026-08-26 6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일선 경찰이 음주단속이나 사고 처리 등 일상적인 업무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아 핵심 증거의 능력을 상실하고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법원은 채혈 거부권 미고지나 영장 없는 블랙박스 확보 등을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하며, 수사기관이 증거를 확보할 때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엄격히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의 수사 권한 확대에 걸맞은 책임감을 강조하며, 위법하거나 부실한 수사로 인해 증거가 배제되는 경우 수사 담당자에게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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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일보 DB.
경찰이 범죄 혐의를 뒷받침할 핵심 증거를 확보하고도 수집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아 재판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최근 충청권에서 반복된 사례들이 음주단속과 교통사고 처리, 분실물 확인 등 일선 경찰관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업무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개별 사건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경찰의 이른바 '셀프 수사 종결' 논란까지 불거진 가운데 수사 권한과 책임이 커지는 만큼, 위법한 수사나 부실한 초동대응에 대해서는 명확한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사건번호 2026도650)

A 씨는 2022년 2월 대전 유성구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차량을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호흡측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경찰은 A 씨의 혈액을 채취했고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29%로 확인됐다.

하지만 재판에서는 경찰이 A 씨에게 채혈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법원은 자발적 동의에 따른 채혈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혈액과 감정 결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무죄를 선고했다.

비슷한 판단은 앞서 충남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건에서도 나왔다.

대전지법은 올해 6월 사고 현장에 차량을 두고 간 운전자의 블랙박스 SD카드를 경찰이 영장 없이 확보한 사건에서 해당 자료를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했다.(사건번호 2025노3280)

경찰은 SD카드를 유류물로 봤지만 법원은 차량과 SD카드의 소유자를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버린 물건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SD카드와 영상 캡처 등 관련 자료의 증거능력이 배제됐다. 다만 다른 증거가 인정돼 피고인의 유죄는 유지됐다.

이 판결을 계기로 과거 대전중부경찰서가 분실 휴대전화의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마약 관련 정황을 발견한 사건도 다시 주목받았다. 당시 법원 역시 소유자 확인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영장 없이 분실 휴대전화 정보를 탐색한 데 문제가 있다고 보고 관련 증거를 인정하지 않아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 사건은 모두 일선 경찰관들이 수시로 마주하는 현장에서 증거수집 절차에 대한 판단이 재판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의 수사 권한과 책임이 커지는 만큼 위법하거나 부실한 수사로 핵심 증거가 배제되는 사례에 대해서는 단순한 재교육이나 매뉴얼 보완에 그칠 것이 아니라, 경위와 책임 정도를 따져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경찰의 권한이 커진 만큼 부실수사나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사건이 증거불충분에 따른 불기소나 무죄로 끝났다면 해당 수사 과정에 대해서도 명확히 책임을 묻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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