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 국내 최초 국립박물관단지… 임철빈 이사장 "박물관 연결해 새 문화 플랫폼으로"

  • 사람들
  • 인터뷰

[중도초대석] 국내 최초 국립박물관단지… 임철빈 이사장 "박물관 연결해 새 문화 플랫폼으로"

3년간 통합운영지원센터 이끌 임 이사장
"과거 유물 보관·전시에 그쳐선 안 돼…
개별 박물관 전문성·콘텐츠 연결 중요"
역동적인 통합 기획과 플랫폼 역할 강조
스미스 소니언과는 다른 "한국형 플랫폼"

  • 승인 2026-08-24 17:12
  • 신문게재 2026-08-25 9면
  • 조선교 기자조선교 기자
인터뷰 사진3
임철빈 국립박물관단지 통합운영지원센터 이사장이 중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센터 제공)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지역 내 위치한 국립박물관단지의 역할도 재조명되고 있다.

세종이 '워싱턴 D.C.'와 같은 도시로 거듭난다면, 국립박물관단지 역시 워싱턴 심장부에 자리잡은 '스미스 소니언' 박물관과 같이 위상과 역할이 부각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미 국립박물관단지에선 2023년 말 어린이박물관이 첫 포문을 연 데 이어 2027년 도시건축박물관 개관과 통합수장고, 보존과학시설 운영 등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향후 디자인박물관, 디지털문화유산박물관, 국가기록박물관, 민속박물관까지 건립되면 국내 최초로 개별 박물관을 단지화된 형태로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시민들이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신도시 특성상 바다나 산과 같이 관광 유입을 이끌어 낼 자연적인 요소가 부족한 만큼, 미래형 도시관광을 위한 수요 창출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앞으로의 박물관단지 운영의 방향성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취임해 국립박물관단지 통합운영지원센터를 이끌게 된 임철빈 제2대 이사장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과 큰 틀에서의 방향성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앞으로 3년간 조직을 이끌게 됐는데, 소감을 밝히자면.

▲한마디로 흥분된다. 기본적으로 문화예술로 일관된 삶을 살아온 제게 공연장과 전시관 중심의 활동이 많았다. 최근 들어 시민들의 문화활동 공간으로 박물관이 주목받고 있고 그 사회적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대단히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관련 법도 바뀌었다. 최근 문화유산기본법이 개정됐는데, 그동안 유물들을 보호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이제는 '활용'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단순히 유산을 보존하고 창고에 두는 개념이 아니라 미래 세대들이 경험하고, 체험하게 하면서 전승과 활용으로 이어지는, 보다 적극성을 띄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법 개정에 앞서 현장에서도 보편적으로 드러난 경향이다. 이러한 점에서 정적으로 머물기보다, 역동적으로 시민과 유물 간의 만남, 교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획이 무엇보다 중요한 숙제다. 특히 통합운영지원센터는 개별 박물관이 아닌, 단지 차원에서 시민 눈높이에 맞는 통합 기획을 마련하는 것을 과제로 안고 있다.

-내년부터 국립도시건축박물관 등 순차적으로 박물관 개관이 예정됐다. 통합 운영의 중요성도 강조되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도시건축박물관이 내년 상반기 문을 열면 어린이박물관과 함께 2개의 박물관을 운영하게 된다. 그때부터 박물관단지가 비로소 '단지'로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통합 운영의 핵심이 모든 박물관을 똑같이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각의 박물관은 고유한 전문성과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대신 서로 다른 전문성을 연결해 개별 박물관만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통합 운영의 핵심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크게 세 가지에 집중하려고 한다. 첫째는 개별 박물관의 전문성을 확실하게 세우는 것이다. 어린이박물관은 어린이 문화와 교육의 대표기관으로, 도시건축박물관은 도시·건축에 대한 연구와 전시의 전문기관으로 각자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통합했을 때도 서로의 강점이 살아날 수 있다. 둘째는 박물관 사이의 연결성 강화다. 전시·교육·연구·홍보·마케팅·관람객 서비스 등에서 공동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 예를 들어 어린이박물관과 도시건축박물관이 함께 '어린이가 상상하는 미래도시'와 같은 공동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각각의 박물관 콘텐츠가 만나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셋째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국민들에게는 국립박물관단지라는 이름 자체가 아직 낯설 수 있다. 개별 박물관을 찾았다가 자연스럽게 다른 박물관까지 경험하고, 한 번 방문한 관람객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관람 동선과 프로그램, 축제, 홍보 등을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만들어가겠다. 통합 운영은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 크게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박물관이 하나씩 늘수록 조직의 규모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박물관과 박물관이 연결되면서 국민에게 제공하는 문화적 가치도 함께 커져야 한다. 앞으로 3년 동안 박물관들의 집합에서 '박물관들이 서로 연결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문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것에 역점을 두겠다.

nmck_location_map
국립박물관단지 조성 계획. (사진=통합운영지원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국립박물관단지를 두고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나아갈 방향은.

▲스미스 소니언과 같은 세계적인 박물관 복합체를 기대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은 박물관단지가 가진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 당장 스미스 소니언과 비교하기보다는, 우리만의 강점을 가진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박물관단지는 아직 성장 과정에 있다. 앞으로 역사·문화·과학·도시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박물관들이 순차적으로 들어서게 되면, 그 자체가 대한민국의 문화적 자산이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박물관의 숫자가 아니라 박물관들이 만들어내는 가치다. 개별 박물관은 각자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확실하게 갖춰야 한다. 동시에 박물관단지라는 하나의 큰 틀 안에서는 서로의 콘텐츠와 전문성을 연결하고, 공동으로 전시를 기획하고, 교육과 연구를 함께하며, 관람객에게는 하나의 문화적 경험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박물관단지는 단순히 여러 박물관이 모여 있는 장소가 아니라 문화·교육·연구·관광이 결합 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문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이나 지향점이 있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세 가지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첫째는 국민에게 사랑받는 박물관단지다. 특정 계층이나 전문가만 찾는 공간이 아니라 가족과 어린이, 청년과 어르신, 지역 주민과 외국인까지 누구나 편하게 찾아와 머물고 경험하는 일상의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둘째는 세계와의 연결이다. 우리 콘텐츠를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세계의 우수한 박물관과 문화기관들이 세종을 찾아올 수 있도록 국제적인 교류와 공동기획을 확대하고 싶다. 이를 통해 세종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문화적 거점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셋째는 미래를 제시하는 박물관단지이다. 박물관은 과거의 유물을 보관하고 보여주는 곳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AI, 기후변화, 도시의 미래, 인구 구조 변화, 새로운 교육과 일자리 등 우리 사회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의제를 문화와 지식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국민과 함께 이야기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스미스 소니언이 미국의 역사와 문화적 자산을 세계와 공유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라면, 국립박물관단지는 대한민국의 문화적 역량과 미래의 비전을 국민과 세계에 보여주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방향이다.

박물관단지 조감도(기록·민박 추가)
국립박물관단지 조감도. (사진=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세종의 실질적인 문화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과 정책적으로 나아가야 할 지점에 대해 조언하자면.

▲세종은 행정수도로서의 위상은 상당히 높아졌지만, 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은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세종의 문화정책도 이제는 시설을 얼마나 더 만들 것인가에서 시민들이 얼마나 문화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게 할 것인가로 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세종만의 문화적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세종에는 중앙부처와 국책기관이 모여 있고, 젊은 인구가 많으며, 신도시와 자연 환경이 공존한다. 여기에 박물관단지라는 국가적인 문화 자산까지 들어서고 있다. 이런 특징을 하나로 연결해서 '세종에 가면 이런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대표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박물관단지 차원에선 세종시의 문화생태계와 적극적으로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박물관단지가 세종에 있지만 시민만을 위한 시설도 아니고, 반대로 세종시의 문화시설과 동떨어진 섬이 되어서도 안 된다. 지역 문화예술인, 대학, 학교, 도서관, 문화시설, 관광자원과 연결해서 공동 프로그램과 시민참여형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박물관단지가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도 새로운 활동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시, 공연, 교육, 축제,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역 창작자들과 협력한다면 박물관단지가 지역문화 생태계의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 문화와 관광을 연결하는 정책도 중요하다. 박물관단지만 보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종의 호수공원, 금강, 대통령기록관, 국립세종수목원 등 다양한 문화·관광 자원과 연결해 하루 또는 이틀 동안 머물 수 있는 문화도시의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세종이 지닌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새로운 도시라는 점이다. 기존 도시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종은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도시 자체가 미래의 문화유산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세종의 도시 건축과 성장 과정, 시민들의 삶의 변화 자체를 기록하고 콘텐츠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은 국립도시건축박물관과도 상당히 의미 있는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결국 세종의 문화정책은 시설을 늘리는 정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사람과 콘텐츠, 지역과 국가기관을 연결하는 정책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물관단지도 그 과정에서 세종에 있는 하나의 문화시설에 머무르지 않고, 세종시민의 일상과 대한민국의 문화가 만나는 문화적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

인터뷰 사진1
임철빈 국립박물관단지 통합운영지원센터 이사장. (사진=센터 제공)
○…임철빈 국립박물관단지 통합운영지원센터 이사장은

임 이사장은 서울고와 중앙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20여 년간 공연흥행업 등 민간 영역을 중심으로 문화계에서 활동해왔다. 이후 2016년 강원 영월문화재단의 창립 멤버이자 축제사업팀장으로 공공 영역에 발을 들였고, 이후 경기 광명문화재단과 인천 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대담=이희택 세종본부장·정리=조선교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청권 인구감소지역 15곳 그대로… 대전 원도심 3곳 ‘인구활력+지역’ 전환
  2. "우리 위성이다,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진 사출 지켜보며 환호
  3. 충남대 통합신청서 부결 한 달…“국립대 통합 재추진 필요” 민병권 대표 제언
  4. 누리호 5차 발사 성공…대전 한국형 뉴스페이스 도약 가속도
  5. [한글날 제정 100주년]AI 시대, 한글의 힘을 기르자
  1. 대전대학교 대전광역시아이돌봄광역지원센터, 가족·돌봄 지원 협력체계 구축 공동협약
  2. 건양대, 로고스AI와 손잡고 ‘데이터 주권 AI’ 인재 양성
  3. 우송정보대 앵커사업단, 산학연 EXPO서 현장형 인재양성 성과 공개
  4. [대전노인신문] 노인대학 강의가 열리는 날
  5. ‘가갸날’에서 한글날까지 100년…대전·세종에서 즐기는 한글날

헤드라인 뉴스


대전 무임교통 3만원 제한… 어르신 3명중 1명 한도초과

대전 무임교통 3만원 제한… 어르신 3명중 1명 한도초과

대전시가 내년부터 70세 이상 어르신 무임교통 지원을 월 3만원 한도로 축소하기로 한 가운데 현재 이용자 3명 중 1명 이상이 지원 한도를 넘겨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방식도 현재 사실상 무료 이용에서 본인이 교통비를 먼저 결제한 뒤 이용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바뀔 예정이어서 제도 변경에 따른 고령층의 체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7일 대전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어르신 무임교통카드 이용자는 모두 11만 1997명이다. 이들의 1인당 월평균 교통비 이용액은 2만 8586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월 3만 원을 초..

축구대표팀 ‘병역 논란’ 후폭풍…53년 병역특례 폐지 수순 밟나
축구대표팀 ‘병역 논란’ 후폭풍…53년 병역특례 폐지 수순 밟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다시 불붙은 예술·체육인 병역특례 제도가 53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일부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금메달 획득 후 병역 혜택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언행을 보이면서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정부가 '궁극적 폐지'를 공식화하고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까지 나오면서다. 선수들의 경솔한 행동이 그동안 누적돼 온 형평성 논란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8일 정치권과 정부 등에 따르면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병역특례를 단계적으로 줄여 최종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국방부의 목표라는..

지역화폐 몸집 키우는 정부·지자체… 소비 쏠림에 실효성 물음표
지역화폐 몸집 키우는 정부·지자체… 소비 쏠림에 실효성 물음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발행을 확대하고 있지만 소비가 일부 상권에 집중되면서 정책 실효성을 보다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되는 만큼 발행 규모뿐 아니라 지역 내 소비가 어디로 흘러가는지까지 정책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계획(2026~2030)'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31조 2000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국비도 올해 1조 1500억 원에서 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확 앞둔 황금 들녘 수확 앞둔 황금 들녘

  •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 ‘은행 열매를 피해라’ ‘은행 열매를 피해라’

  • ‘한글, 예술이 되다’ ‘한글, 예술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