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00만 도시 화성, 행정 권한 아직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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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00만 도시 화성, 행정 권한 아직 그대로

인구·산업 규모 급성장 행정권한 기존 기초지자체 틀 머물러

  • 승인 2026-08-28 12:50
  • 이인국 기자이인국 기자
이인국 사진
(사진=이인국 경기본부장)
화성특례시가 인구 100만 명을 넘어선 지금, 지역사회에서 주목해야 할 다음 과제는 '도시 규모에 걸맞은 지방자치 권한 확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구 증가만으로 도시의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늘어난 행정수요를 지방정부가 얼마나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화성은 제조업과 첨단산업, 대규모 주거지역이 동시에 성장하면서 교통·복지·도시개발·산업정책 등 분야별 행정수요가 빠르게 복잡해지고 있다.

정명근 시장이 최근 지방자치 분야에서 2년 연속 최우수상을 받은 것도 이 같은 도시 변화에 대응해 행정체계와 자치역량을 강화해 온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시는 27일 대전역 한국철도공사 본사에서 열린 '2026 제2회 대한민국 지방자치대상'에서 행정·의정 리더-기초자치단체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제1회 시상식에 이어 2년 연속 최우수상이다.

이번 수상은 시민 중심의 행정체계 개편과 자치분권 강화, 화성형 기본사회 추진, 미래 성장 기반 구축 등이 주요 성과로 평가됐다.

■ 인구 100만이 만든 행정수요의 변화

화성의 가장 큰 변화는 도시의 '크기'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인구가 100만 명에 이르면 행정서비스의 수요도 기존 중소도시 수준에서 벗어난다. 주민등록과 복지서비스 같은 기본적인 행정업무뿐 아니라 광역교통망 구축, 대규모 도시개발, 산업단지 관리, 환경·폐기물 처리, 교육·문화시설 확충 등 도시 전체를 장기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과제가 늘어난다.

더욱이 화성은 동탄신도시를 비롯한 대규모 주거지역과 제조업 중심의 산업지역, 농촌지역이 한 도시에 공존한다. 지역별 생활환경과 산업구조가 크게 다른 만큼 획일적인 행정방식으로는 지역별 수요를 세밀하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 시장은 100만 대도시의 행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일반구 4개의 구청을 올해 설치했다. 일반구가 설치되면 주민들이 거주지역과 가까운 곳에서 행정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행정 접근성이 개선된다.

지방자치 권한 확대 역시 같은 맥락이다. 중앙정부가 모든 정책을 결정한 뒤 지방정부가 집행하는 방식만으로는 급변하는 지역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왜 지금 자치권 확대인가

화성의 자치권 확대가 필요한 시점으로 지금이 거론되는 이유는 도시 성장 속도와 행정체계 사이의 간극 때문이다.

기업과 인구가 빠르게 유입되면서 지방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지역 단위의 생활민원에서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정책 영역으로 확대됐다.

예를 들어 반도체와 자동차 등 첨단 제조업 기반을 가진 화성에서는 기업 투자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 인재 확보, 교통망 확충, 주거환경 개선을 따로 추진하기 어렵다. 하나의 기업을 유치하더라도 산업용지뿐 아니라 근로자가 거주할 주택과 교통, 교육, 생활 인프라가 함께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방정부가 지역 산업의 특성을 파악하고 필요한 정책을 직접 설계할 수 있는 권한이 많을수록 정책 결정과 집행 사이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지난 6월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공포된 것도 이런 제도적 변화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특례시의 실질적인 권한 확대를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화성 역시 인구 규모에 걸맞은 사무와 권한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 '도시 경쟁력' 확보가 핵심

100만 대도시의 탄생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단순히 인구 증가에 따른 소비시장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대규모 인구는 기업 입장에서 안정적인 소비시장인 동시에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다. 여기에 산업단지와 기업 집적도가 높아지면 기업 간 거래와 기술 교류가 활발해지고 관련 서비스업도 성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화성이 추진하는 '화성 테크노폴' 역시 이러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인재·주거·생활환경을 하나의 도시공간 안에서 연결하면 기업 유치와 정주인구 확대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기업이 들어오면 일자리가 늘고, 인구가 증가하면 소비와 서비스 산업이 성장하며, 다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도시 기반이 강화되는 구조다.

AI 전담조직 신설 역시 같은 흐름에 있다. 산업의 디지털 전환뿐 아니라 행정서비스 자체를 고도화해 기업과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 행정 효율성도 달라진다

100만 도시가 되면서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중앙집권적인 행정 처리만으로는 현장의 다양한 요구를 빠르게 반영하기 어렵다. 지역 단위로 권한과 책임을 적절히 나누면 민원 처리와 생활SOC 확충, 복지서비스 제공 등 주민 생활과 가까운 분야에서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일반구 설치가 추진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청 중심의 행정체계에서 벗어나 지역별 행정 거점을 확보하면 동탄 등 대규모 신도시 지역과 기존 도심, 농촌지역이 각각 처한 문제를 보다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다.

다만 권한 확대가 곧바로 행정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와 행정권한 중복, 부서 간 책임소재 불분명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도 설계도 필요하다.

따라서 화성의 특례시 전략은 단순히 조직과 권한을 늘리는 방향이 아니라 어떤 사무를 지방정부가 맡아야 주민 편익이 커지는지를 기준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복지정책도 '100만 도시형' 전환

도시 규모가 커지면서 복지정책 역시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필요가 있다.

시는 기본소득과 기본서비스를 중심으로 '화성형 기본사회' 100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구 증가와 도시 성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 간 격차와 생활서비스 접근성 차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시도다.

특히 100만 도시에서는 평균적인 도시지표만으로 시민들의 삶을 판단하기 어렵다. 신도시와 원도심, 산업지역과 농촌지역의 생활 여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정부가 지역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복지·교통·문화·주거 정책을 세분화하고 필요한 곳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는 자치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 '100만' 도시 목표가 아니라 새로운 행정의 출발점

결국 화성의 100만 도시 진입은 행정 규모가 커졌다는 의미를 넘어 지방자치의 운영방식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신호에 가깝다.

정명근 시장이 강조하는 자치권 확대와 일반구 설치, 화성형 기본사회, 테크노폴 조성은 서로 다른 사업처럼 보이지만 큰 틀에서는 하나의 목표로 연결된다. 성장한 도시의 경제력과 인구 규모를 시민들의 생활 수준 향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화성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여기에 있다. 인구 100만이라는 외형적 규모를 넘어 그에 걸맞은 행정권한과 재정 운용 능력을 확보하고, 산업 성장의 과실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지방자치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특례시 권한 확대가 단순한 '권한 더 받기'에 그치지 않고 기업 투자와 일자리 확대, 행정서비스 개선, 지역 간 균형발전, 시민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느냐?가 화성의 다음 성장단계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화성은 100만 대도시에 걸맞은 4개 일반구 체제를 이미 출범시켰다. 이제 남은 과제는 행정조직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특례시에 걸맞은 실질적인 사무와 권한을 확보해 도시 규모에 맞는 자치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화성=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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