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골목상권이 살아야 지역경제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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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 골목상권이 살아야 지역경제가 산다

김규식 선양소주 사장

  • 승인 2026-08-27 14:47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김규식
김규식 선양소주 사장
8월의 끝자락이다. 여름휴가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벗어나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지만, 같은 시간 지역의 골목은 어느 때보다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휴가철에는 피서지로 지역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무더위까지 겹치면서 도심의 식당가와 골목상권을 찾는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요즘 지역의 식당과 소상공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갈수록 장사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듣는다. 원재료비와 인건비 부담은 커지는데 손님은 줄어들고 있으니 하루하루 가게를 지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2026년 7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에 따르면 7월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BSI)는 55.6으로 전월보다 8.0포인트 하락하며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숫자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더 주목할 것은 체감경기가 나빠진 이유다. 소상공인들은 경기 악화와 매출 감소, 계절적 비수기 등을 주원인으로 꼽았다. 결국 골목상권의 가장 큰 어려움은 손님이 줄고 소비가 위축되는 데 있다.

그렇다면 골목상권의 어려움을 단순히 개별 가게의 문제로 바라봐도 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골목식당들과 가게들은 우리 지역경제의 가장 가까운 현장이다. 동네식당에서 한 끼를 먹으면 그 돈은 식재료를 공급하는 업체의 매출이 되고, 종사자의 소득이 되며, 다시 다른 곳에서 소비로 이어진다. 한 사람의 소비가 또 다른 사람의 소득이 되고, 그 소득이 다시 지역의 소비가 되는 것이다.

결국 골목에서 사람이 움직이고 돈이 돌아야 지역경제도 살아난다. 골목상권의 어려움은 한 가게의 매출 감소를 넘어 지역경제의 소비 순환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사람들을 골목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 골목을 찾을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어려우니 이용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소비자가 굳이 찾아갈 만한 매력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상권마다 가지고 있는 음식과 이야기, 오래된 가게와 새로운 가게의 매력을 하나로 묶을 필요가 있다. 여름철에는 저녁 시간을 활용한 야간 행사와 먹거리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역축제와 주변 식당가를 연결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러 점포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프로모션과 온라인 홍보를 통해 개별 점포가 아니라 골목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행정의 역할도 중요하다.

행정은 단기적인 지원에 머무르기보다 상권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상권별 특색을 살린 콘텐츠 개발과 공동 마케팅을 지원하고, 사람들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도록 주차와 보행환경 등 생활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 지역축제와 관광자원이 특정 장소에만 머물지 않고 인근 상권으로 연결되도록 사람의 이동 동선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특히 앞으로는 낮 시간에만 머무르는 지역경제에서 벗어나 저녁과 주말에도 사람들이 머물고 소비할 수 있는 '지역의 시간'을 만드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역할도 있다.

지역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지역경제와 기업의 성장은 결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이라면 지역에서 소비를 만들고, 지역의 좋은 가게와 문화를 알리는 데에도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회식이나 각종 모임에서 지역 음식점을 이용하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지역의 좋은 콘텐츠를 직원과 고객에게 알리고, 지역의 행사와 상권 활성화에 함께 참여하는 것까지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한 기업의 작은 실천이 또 다른 기업으로 이어지고, 기업과 행정, 시민이 함께 움직인다면 그 자체가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선택이다. 오늘 저녁 한 끼를 어디에서 먹을 것인지, 주말 모임을 어디에서 할 것인지 하는 작은 선택이 모여 지역경제의 흐름을 만든다. 우리가 동네 식당에서 먹는 한 끼와 골목 가게에서 하는 한 번의 소비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매출이고, 누군가에게는 일자리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음 날 가게 문을 열 수 있는 힘이 된다.

물론 모든 소비를 지역 안에서만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내가 사는 지역의 좋은 가게와 공간을 선택한다면 지역경제에는 분명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여름휴가철은 끝나가지만 골목상권의 어려움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골목에 다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가게의 불빛이 하나둘 밝아질 때 도시에도 활력이 돌아온다.

골목은 지역경제의 가장 작은 단위이지만, 지역경제의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하다.

골목상권을 살리는 것은 단순히 한 가게, 한 명의 소상공인을 돕는 일이 아니다. 기업과 행정, 시민이 함께 지역의 소비와 사람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그리고 그 작은 흐름이 모일 때 비로소 지역경제가 살아난다. /김규식 선양소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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