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이야기]상강(霜降)-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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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이야기]상강(霜降)-감나무

  • 승인 2009-10-22 13:40
  • 신문게재 2009-10-23 6면
  • 안순택 논설위원안순택 논설위원
 상강(霜降). 된서리가 내리는 시기. 가을의 마지막 절기인 만큼 밤에 기온이 뚝 떨어져,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된다. 옛 중국 사람들의 관찰에 따르면,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고 초목이 누렇게 변하며 동면(冬眠)하는 벌레가 모두 땅에 숨는 것이 상강 무렵 풍경이다. 이 무렵 우리 농촌은 가을걷이가 거지반 끝나갈 때다.

▲ 안순택 논설위원
▲ 안순택 논설위원
 상강 풍경 중 백미는 단연 감이다. 홍시로 익어가는, 감나무를 붉게 수놓는 감도 아름답거니와 곶감을 하기 위해 주렁주렁 매달아놓은 풍경도 감흥이 절로 난다. 옛 사람들은 감나무에는 사람이 따를 수 없는 오상(五相)이 있다고 했다.

단풍든 감나무 잎은 글을 쓰는 종이가 된다 하여 ‘문(文)’이 있고, 나무가 단단해 화살촉으로 쓰인다 하여 ‘무(武)’가 있으며, 속과 겉이 다르지 않고 똑같이 붉으니 표리부동하지 않은 ‘충(忠)’이 있고, 이가 빠진 노인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으니 ‘효(孝)’가 있으며, 또 서리를 이기고 만추까지 버티니 ‘절(節)’이 있다고 했다. 이게 오상인데, 최근 산림청 국립수목원과 경상대 연구팀에 따르면 감잎에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헬리코박터는 위에 기생해 위염, 위궤양 등 병변을 일으키는 균이니, 오상에 ‘의(醫)’를 덧붙여, 육상(六相)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 나무가 검고(黑), 잎이 푸르며(靑), 꽃이 노랗고(黃), 열매가 붉으며(赤), 곶감에서 흰(白) 가루가 난다 하여 오색(五色) 오행(五行) 오덕(五德)을 갖춘 나무라고 우러러봤던 것이다.

 흰 가루는 서리와 닮았다. 서리는 농작물에 큰 해를 입히기도 한다. 그래서 심한 피해나 타격의 비유로 쓰인다. 힘이 없고 동작이 굼뜬 사람을 ‘서리 맞은 구렁이’라고 하고, 정신적 물리적 타격을 받아 풀이 죽은 모습을 ‘서리를 맞았다’고 한다. ‘서릿발 같다’는 관용어는 매섭고 준엄하다는 뜻이다. 세종시 문제로 충청권이 서리를 맞고 있다.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흔든다고 충청인은 서리 맞은 모습을 보여선 안 되겠다. ‘서릿발 같은’ 단호함을 보여줘야 한다. /안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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