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세상]효(孝)는 부모를 높이려는 마음에서

  • 오피니언
  • 주역과 세상

[주역과세상]효(孝)는 부모를 높이려는 마음에서

  • 승인 2010-06-02 15:01
  • 신문게재 2010-06-03 21면
  • 이응국 주역학자·원광대 교수이응국 주역학자·원광대 교수
공자가 말하기를 '신체발부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다. 감히 훼손해서 상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요. 입신(立身)하고 도를 행해서 후세에 이름을 드날려서 부모를 나타나게 함이 효의 마침이다'했다. 부모를 섬기는 것이 효의 시작이요 작은 효라면 세상에 나가서 아름다운 이름을 드날리는 것이 효의 마침이요 큰 효라 할 것이니, 옛날의 군자(君子) 소인(小人) 모두 할 것 없이 효(孝)를 덕(德)의 근본이요 백행(百行)의 으뜸으로 여긴 것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이 몸을 종신토록 잘 지키는 것도 효도의 길이지만, 부모를 오랫동안 모시며 함께 하기를 옛 사람들은 진정 바랬다. 효(孝)라는 글자가 '늙을노()'자에 '아들자(子)'자를 합했으니 자식이 늙은 부모를 잘 섬기는 것이 효(孝)의 뜻이 된다. 자식이 부모에 대한 존칭으로 슬하(膝下)라 했고, 부모를 모시는 것을 시하(侍下)라 했다. 모시는 자체를 경사스러운 일로 보았으므로 '시(侍)'자 대신에 '경(慶)'자를 함께 쓰기도 한다.

부모가 모두 생존해 계시면 '구시하(俱侍下)'라 했다. 아버지 한 분만 계시면 '엄시하(嚴侍下)'라 했고, 편모슬하(偏母膝下)면 '자시하(慈侍下)'라 했다. 엄부자모(嚴父慈母)의 뜻을 취한 것이다. 조부모와 부모 모두 생존해 계시면 뭐라 부를까? '거듭중(重)'자를 써서 중시하(重侍下) 혹 중경하(重慶下)라 부르면 된다. 그러나 부모가 모두 안계시면 '영감하(永感下)'라 말하면 된다. 그저 부모가 살아계심을 큰 즐거움으로 삼았고, 하루하루 애일(愛日)의 심정으로 효양(孝養)했으며, 부모가 작고하시면 스스로 죄인으로 자처하였다.

옛날 사람들은 굳이 효자라는 명칭여부를 떠나서 자식된 도리로 맛있는 음식이 들어오면 부모에게 먼저 드렸고, 부모의 마음만이 아니라 눈과 귀를 즐겁게 해드리고 그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신(操身)했다. 과거 필자의 조부께서는 당신의 부모 고생하신 것을 생각해서 생일잔치는 물론 환갑전까지 자리를 깔고 눕지 않았다 한다. 당신 눈으로 부모의 고생하신 모습을 보았는데 어찌 호의호식하며 편히 잘 수가 있겠냐는 것이다. 부모가 계실 때에는 그 뜻을 살폈고, 부모가 돌아가셨어도 그 행실을 본받으려 했으니 '부자유친(父子有親)'의 친(親)함이란 이로 인해서 생겨나는 것이다.

과거에 효자(孝子)를 국가나 사회에서 우대하고 장려하였다. 효자가 나오면 우선 먼저 그 지방의 고을에서 발천(發闡)해서 유림(儒林)의 심사를 거쳤다. 그런데 효자발천의 심사조목이 대체적으로 세 가지였다. 첫째 상분첨고(嘗糞甛苦)다. 부모가 병들었을 때 똥이 달고 쓴 지를 맛보아 진찰한 것이다. 둘째가 혈지소친(血指甦親)이다. 부모가 운명하기 직전 손가락을 깨물어 부모의 입에 떨어뜨려 소생시키는 것이다.

셋째가 삼년시묘(三年侍墓)다. 묘소에 여막을 치고 묘소를 시중드는 것이다. 시묘(侍墓)에 대해서 퇴계는 비례(非禮)라 했지만 여기서 논할 대목은 아닌 것 같고, 하여간 꼭 세 가지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효자가 되려면 이런 정도는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조목을 갖추고 유림의 심사를 거쳐서 중앙의 예조(禮曹)로 올라가는데 최종 입격되면 임금이 정려문(旌閭門)을 설치하도록[施門] 명하고 그의 행실을 표창하고 관직에 등용하기까지 했다. 효자는 결코 역적이 되지 않을 것임을 믿었기 때문이다.

부모를 위하는 이러한 효행은 결국 자식이 부모를 높이려는 마음에서 이루어진다. 부모가 잘났던 못났던, 아버지 공경하기를 하늘 섬기듯 어머니 사랑하기를 땅을 섬기듯, 부모 아래에 자식이 태어났으니 자식들은 응당 부모 봉양하기를 천명으로 여겨야 하건만,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는 과거 옛날이야기같이 들린다. 자식들에게 효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아예 내지 못할 뿐더러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아비가 자식의 눈치를 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아비의 탓인지 자식의 탓인지 아니면 사회나 국가가 그렇게 만든 것인지…. 아마도 모두의 탓일 것이다. /주역학자·원광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교육 오석진號 출범 준비 본격화… 인수위 동부교육청에 마련
  2. 설동호 체제 마무리…오석진號 대전교육, 무엇이 달라질까
  3. 66년 만에 이름 찾은 대전고 학생… 국가유공자 김태진 선생, 기념회 천만원 기탁
  4. 잇단 비위 문제터진 대전경찰… 수사권 재편 과정 하락한 신뢰도 문제
  5. 8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정전…한전 원인 조사 중
  1. [한화에어로 참사] “사람은 안 늘고 일만 늘었다”…원가 절감 기조 도마 위
  2.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3. [풍경소리] 물의 길을 새기며
  4. [편집국에서] 애연가의 권리주장(2)
  5. [한화에어로 참사] 대표·사업장장 입건… 중대재해·산안법 본격 수사

헤드라인 뉴스


첨단국방·우주·로봇기술 총출동… 대전서 국내 최대 규모 전시

첨단국방·우주·로봇기술 총출동… 대전서 국내 최대 규모 전시

국방과 우주과학, 로봇을 결합한 국내 최대 규모 전시회인 '2026 대한민국 국방산업발전대전'이 9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해 11일까지 이어진다. 대전시와 육군교육사령부, 한국국방MICE연구원이 주최한 이번 행사 개막식에는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유득원 대전시 행정부시장을 비롯해 육군참모총장, 육군교육사령관, 육군군수사령관 등 군 주요 인사와 국방부 관계자, 국방 관련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장, 방산기업 대표 등이 참석했다. 전시회는 대전컨벤션센터 1·2전시장에서 개최돼 '첨단 국방 전시존', '대전방산포럼', '대전 첨단로..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한화그룹 계열 식품기업인 아워홈 용인공장에서도 중대 산업재해성 사고가 발생했다. 9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6월 8일 오후 2시 50분께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아워홈 용인2공장 4층 어묵꼬치 포장작업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50대 근로자 A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목 부위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A 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오후 3시 25분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상자는 의식은 없으나, 심장 박동은 있는 상태"라며 "작년에도..

닭고기 소비자가 1년 새 20%가량 폭등... 밥상 물가와 외식물가 자극하나
닭고기 소비자가 1년 새 20%가량 폭등... 밥상 물가와 외식물가 자극하나

대전 닭고기 소비자 가격이 1년 새 20%가량 폭등하면서 밥상·외식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복날과 월드컵 특수를 앞두고 닭과 관련된 식품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기에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전체적인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9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8일 기준 대전 육계 1kg 소비자 가격은 7273원으로, 1년 전 6064원보다 19.9%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6900원으로 7000원선을 위협했으나 7000원을 넘어선 것이다. 대전 육계(1kg) 가격은 부산(7824원)과 세종(754..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 ‘무럭무럭 자라거라’ ‘무럭무럭 자라거라’

  •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